Exhibition view of Hyunseon Kang’s solo exhibition “Post-Me” at Art Sonje Center, Seoul. (December 8, 2022 – January 29, 2023). Photo by Aproject Company.

아트선재센터는 강현선 작가의 개인전 “Post-Me”를 2023년 1월 29일까지 개최한다. 

강현선 작가는 뉴미디어 설치와 비디오 작업을 통해 건축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을 만든다. 2층 전시실의 총 6점의 작품 속에는 작가 본인 그리고 누군가를 대신할 아바타 캐릭터 ‘루시’가 등장한다. 두 인물들은 특정 시공간 속 자아를 탐구하기 위해 등장한다. 따라서 작가의 모습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자아상을 볼 수 있게끔 해 주는 매개체이므로 오히려 익명적 존재로서 등장하며, 루시 또한 아바타로서 자아의 정체성, 주체성, 의식을 질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시공간 속에서 스스로 여러 자아를 상정하며 여러 개의 자아를 갖는다. 강현선 작가는 이러한 다중 자아상과 다중 정체성에 대해서 오랫동안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넘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제도와 그 제도를 규정하는 기준을 질문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작품을 창작하고 전시를 꾸리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협업해 동시대 예술 생산의 방향성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두 명의 큐레이터를 초대하여 작업하고, 인공 지능이 제안한 전시 제목을 차용할 뿐만 아니라 인공 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엇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지, 나/우리/예술을 초월하는 그 대상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에 따라 전시 제목인 ‘Post-Me’는 ‘me(나)’를 초월하거나 벗어나고, ‘나’ 너머(post)의 것이라는 의미해서 정해졌다.

전시된 작품들 중에서 ‘탠저린 드림 박물관’(2022)은 대안적 박물관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박물관을 안내하는 루시는 큐레이터 조주현의 아바타로서 활동한다. 박물관의 설립자이자 큐레이터가 된 루시는 서구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시작한 식물 분류가 아닌 제주 천연림 곶자왈의 독특한 생태계, 역사적 배경, 그리고 이 속에서 관계를 맺어온 인간의 삶을 소개한다. 이곳의 박물관은 인간의 ‘소유’가 아닌 공간으로서 세심한 관찰이 이뤄지며,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박물관을 상상해 보게 한다.

또 다른 작품 ‘이성의 정원’(2022)은 VR과 2채널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여기서는 가상의 정원이 제시된다. 18세기 식물 분류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식물학자인 조지프 뱅크스(Joseph Banks)는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과 함께 신대륙 항해에서 발견한 식물들을 제도의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는데, 이러한 식물들은 작가가 입력한 변환값에 따라 인공 지능이 만든 새로운 식물로 진화한다. 작품은 제도화될 때 개입하는 다양한 관념을 생각해 보게끔 한다.

강현선(b. 1978)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상과 실제 공간이 개인과 사회, 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그는 스튜디오 콘크리트(서울, 2017), 카이스트 리서치 & 아트 갤러리(서울 2014), 모터 갤러리(리스본, 2012)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일민미술관, 우양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에서 개최한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