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The Space of Water” at Dacheongho Museum of Art, Cheongju, Korea. (May 3, 2023 - July 16, 2023). Courtesy of the museum.
대전시와 충청북도 보은군·청주시 사이에 건설된 인공호수 대청호 근처에는 곳곳에 명소가 있다. 청주시 문의문화재단지에 있는 고인돌부터 기와집까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즐기며 걷다 보면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이 나타난다.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은 호수가 있는 지리적 특성에 맞게 환경의 중요성과 생태계 보존의 문제를 ‘자연’, ‘환경’, ‘물’ 등 다양한 주제의 전시를 다뤄왔다. 이번 기획전 “물의 공간”에서는 ‘물’이라는 주제에 집중한다.
기획전 “물의 공간”은 6명의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물의 이미지를 공감각적으로 재해석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은 우리 삶 속에 항상 있어 자주 그 소중함이 간과되곤 한다. 전시는 작품을 통해 “물의 존재를 인식하고 물의 쓰임과 순환, 나아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물의 문명과 미지의 세계까지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KIM LEE-PARK, '식물요양소 (Plant Sanatorium), 2023,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김원정 작가는 자연의 법칙을 차용해 인간 삶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김원정 작가는 물이 수증기로 변했다가 다시 강수로 변하는 것과 같이 모든 것이 순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각화한 작품을 제작했다. 작가의 작품 중 씨앗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관객이 물을 줌으로써 완성된다.
김이박 작가는 식물 치료 프로젝트를 통해 “의뢰자-식물-작가”의 정서적 유대감을 드러내고 이들의 관계가 식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내는 작업을 한다. ‘식물 요양소’는 빛과 바람, 물에 의해 치유되어 가는 아픈 식물의 모습을 영상과 사진,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든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생태계 순환에 ‘물’이 중요한 요소임을 환기한다.
이연숙 작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타인의 경험을 재조합해 공간 설치 작업으로 재현한다. ‘물을 걷는 집’은 물에 잠긴 집을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대청호 수몰 마을의 수몰민들의 이야기를 접한 작가의 감정을 공간으로 구현했다. ‘물을 세운 장소’는 물 밖에서 바라본 물의 공간을 표현해 빛으로 인한 잔상만 남은 어떤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청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2창수 작가는 여러 장의 유리판에 이미지를 겹쳐 입체적 작품을 만든다. 작가는 청주 시민들의 생존을 책임져 온 무심천에 대한 기록을 추적하고자 유리판을 겹겹이 쌓아 단계별로 다른 이미지를 그려 냄으로써 시간을 표현했다. 또한 수몰되었던 옛 나무의 이야기를 보여 주는 ‘물, 나무와 문명 이야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듯한 우리 문명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되돌아보게 한다.
Haejung Jung, 'End Island (끝섬),' 2021, 3 channel video, 3D animation, FHD, color, sound, 16' 56".
정혜정 작가는 다양한 유기체들과의 공생, 비거니즘, 에코페미니즘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자연과 미디어, 인간과 비인간,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한다. 그는 특히 ‘물’과 ‘액체성’을 키워드로 비디오, 애니메이션, VR등을 활용하여 작업한다. ‘끝섬’은 이미 멸종된 동물의 신체와 인체를 결합함으로써 이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감각하는지를 경험하게 한다. ‘액체인간’은 액체가 된 몸속을 탐험하며 마치 바다와 같은 액체성을 가진 몸의 공간을 유영한다.
홍수연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어떤 형태들을 추상 회화로 표현하며 추상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의미 있는 우연(Synchronicity)’ 연작은 물의 움직임을 연상시킨다. 이 연작은 통제와 긴장감을 통해 쌓아 올린 색의 레이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한 효과를 드러낸다. ‘(抽象)DRAWN ELEPHANT’ 영상은 작가의 어린 시절 임사(臨死)의 기억을 소환한다. 작품은 2차원의 숨겨진 레이어의 과정들이 3차원의 화면으로 재현되어 마치 물 속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