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비교적 짧지만 우리나라도 기업이 미술을 후원하는 경우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오늘날 다수의 기업들은 자사의 사업 활동과 미술 활동을 별개로 보지 않고, 오히려 기업 차원에서 예술 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사의 전시 기관을 설립해 컬렉션을 구축하거나 아트 페어와 같은 자체 행사를 여는 것이다.
보다 굵직한 지원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로 미술관에 직접적으로 후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대체로 규모가 큰 기업에서 국내외 대형 미술관의 전시나 프로그램에 기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 사례는 비교적 적다. 그러나 기업의 이러한 후원 활동을 통해 미술관은 진행이 어려웠던 활동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LG 3사,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와 5년 간 ‘LG-구겐하임 글로벌 파트너십(Art&Technology Initiative)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의 글로벌 기업인 LG와 뉴욕, 베니스, 빌바오, 아부다비에 미술관을 운영 중인 구겐하임 재단은 2027년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과 기술을 접목하여 작업을 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LG의 후원을 통해 수상 프로그램인 ‘엘지 구겐하임 어워드’를 신설한다. 매년 신기술을 통해 혁신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는 예술가 한 명에게 10만 달러를 전달할 예정이다. 첫 수상자는 2023년 봄, 구겐하임의 YCC(Young Collectors Council) 파티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YCC는 구겐하임 미술관의 건물, 전시, 컬렉션,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는 젊은 전문가 그룹으로, YCC파티는 미술관의 기금을 마련하는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LG디스플레이는 5년 간 이 행사도 후원한다.
나아가 더 넓은 의미에서 인공지능(AI), 증강현실과 가상현실(AR/VR),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 기반 예술 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이러한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기 위해 LG 전자는 ‘LG 전자 보조 큐레이터(LG Electronics Assistant Curator)’를 마련하여 후원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Haegue Yang: Handles" at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New York. October 21, 2019–February 28, 2021. IN2427.1. Photograph by Denis Doorly.
동시대 예술 후원 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현대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현대는 회사 자체 예술팀도 꾸려 시각 예술 분야에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미술계에서는 현대차의 활동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국내 중견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조명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전시,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 미국 LA 카운티 미술관(LACMA)과 10년 이상의 장기 파트너십이 있다.
현대차의 계열사인 현대카드 또한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장기 파트너십을 꾸리고 있다. 현대카드는 2006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와 파트너십 관계를 체결하여 플래티넘 이상 카드 소지자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제공해 왔다. 또한, 2006년부터 14년 간 전시를 후원해 이를 통해 2019년 양혜규 작가의 첫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3년 간 모마에서 인턴십과 교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모마와 국립현대미술관과 협력을 맺어 지속 가능한 건축을 하는 국내 건축가를 발굴하고자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는 현재 모마의 미디어 퍼포먼스 프로그램인 ‘The Hyundai Card Performance Series’를 단독 후원하여 다양한 퍼포먼스, 음악, 사운드, 무빙 이미지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an art museum designed by Frank Lloyd Wright. © The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국내 기업인 삼성그룹은 2010년에 가장 활발한 후원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음악과 공연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후원을 했으며, 해외의 미술관도 지원을 했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문화재단이 2010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의 아시아 미술 전문 큐레이터를 후원한 사례이다. 구겐하임과 삼성의 파트너쉽으로 마련된 이 자리는 현대 및 동시대 미술계에서 비교적 조명 받지 못한 아시아 지역의 예술을 발전시키고자 한 활동이었다. 당시에 삼성 아시아 미술 수석 큐레이터라는 직책으로 선정된 큐레이터는 2006년부터 구겐하임 큐레이터로 활동하던 알렉산드라 먼로다.
또 다른 예시로는 삼성 전자가 영국의 국립미술관인 테이트 리버풀의 전시를 후원한 사례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12월 17일부터 2011년 3월 13일까지 개최된 비디오 아트의 핵심 인물인 백남준(1932-2006) 작가의 개인전에 쓰일 다양한 전자 제품을 후원해 관객들의 전시 경험을 향상시킨 바 있다.
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서 사회 공헌 차원에서 현대 미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대형 미술관을 후원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해외 미술관과의 협력을 하여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현재 예술 세계에 새로운 관점을 부여해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References
- LG, LG 구겐하임의 ‘예술’, LG의 ‘기술’ 만나 이전에 없던 ‘창의적 경험’ 만든다, 2022.06.02
- The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LG and Guggenheim Establish Research Initiative and Award for Art and Technology, 2022.06.01
- Hyundai Card Newsroom, Hyundai Card’s art partnership with MoMA, 2019.10.31
- Haegue Yang Handles at 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 The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Samsung Supports Curatorial Position in Asian Arts Programming at the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201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