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미술관은 관내에서 행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탐구하고 환경 문제를 줄일 방법을 모색하는 전시를 개최했다. 해당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전시 1개를 포함해 환경 문제를 다루는 전시 4개를 소개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국가는 물론 기업과 기관의 경영에 있어서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책임감 있는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해서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춰야만 한다.
그중 환경 문제는 특히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나날이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는 코로나19 펜데믹과 함께 홍수, 산불, 가뭄 등 기록적인 자연재해를 겪었다. 이제 기후 변화를 막는 일과 탄소 발자국을 낮추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 사항이 되었다.
미술 기관도 이 문제에 있어서 예외는 아니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2022년부터 ESG 경영을 도입했다. 두 미술관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전시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회용 가벽을 모듈형 파티션으로 대체하고, LED 조명을 사용하며 종이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2022년 4월 탄소 배출량 감축을 통해 생태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내용의 4대 중점 추진 방향이 담긴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나아가 현재 진행 중인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해 많은 예술 기관들이 친환경 목재를 사용하고 가벽을 최소화하는 등 전시 공간 내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폐기물과 탄소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국내 미술관들은 환경 문제를 성찰하는 전시 프로그램을 개최해 오기도 했다.
부산현대미술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과거 전시)
2021년 5월 4일 ~ 2021년 9월 22일
부산현대미술관은 2021년 5월 4일부터 9월 22일까지 “지속 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전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는 전시를 펼쳤다. 전시는 다양한 세대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여러 기관과 협력하여 부산현대미술관을 둘러싼 환경 문제를 살펴보고, 미술관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했다.
미술관에 따르면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는 평균적으로 4~5톤 트럭 한 대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한다. 전시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을 보여 주기 위해 미술관은 이전 전시회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를 전시장 한쪽에 전시해 두었다.
전시된 예술 작품도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약 1톤의 탄소를 제거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 잉크 사용량을 줄인 서체로 만든 작품, 버려진 마스크로 만든 의자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술관을 위한 실천 방안도 모색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작품의 항공 운송을 줄이기 위해 작가나 미술관에 제작 지침을 요청해 국내에서 작품을 재제작하거나, 인쇄물이나 라이브 방송으로 실 작품을 대체했다.
부산현대미술관
“부산모카 시네미디어_영화의 기후: 섬, 행성, 포스트콘택트존” (진행 중인 전시)
2023년 4월 6일 ~ 2023년 8월 6일
올해 부산현대미술관은 격년제로 운영될 “부산모카 시네미디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 전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전시로 “영화의 기후: 섬, 행성, 포스트콘택트존”전을 2023년 4월 6일부터 8월 6일까지 펼친다.
이번 전시에서는 설치 작품, 가상 현실(VR) 작품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 작품을 선보이며 생태학, 인류학, 정치경제학, 영화사 등의 주제를 관통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전시는 김소영(영화 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의 협력으로 기획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오닷 이스마일로바(Saodat Ismailova), 챠이밍 량(Tsai Ming-liang) 등 동시대에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외 영화 감독 78명의 작품 100여 편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은 업사이클링 자재를 활용해 구축된 ‘극장 을숙’, ‘극장 행성’, ‘시네미디어존’, ‘시네미디어 라운지’ 등 4개 공간으로 이뤄졌다. 각 공간은 생태적인 존재로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환경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지에 대해 “다층적 시각의 ‘재세계화'(re-Worlding)라는 키워드”를 제시한다.
전시된 영화 작품들은 식민주의, 산업 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생태계 파괴, 여성, 생태, 기억, 환경, 이주의 문제, 사라진 역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기후 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 (과거 전시)
2021년 6월 8일 ~ 2021년 8월 8일
서울시립미술관은 2021년 6월 8일부터 2021년 8월 8일까지 “기후 미술관: 우리 집의 생애”전을 개최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전시는 기후 위기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사물과 생명이 공존하는 지구 생태계인 ‘큰 집’과 사람이 사는 ‘작은 집’의 관계를 그려 보고자 기획되었다.
전시는 미술관 안팎으로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은 ‘비극의 오이코스oikos’로, 이 섹션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죽어 가는 지구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두 번째 섹션인 ‘집의 체계: 짓는 집-부수는 집’에서는 집을 짓고 부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문제를 다뤄다. 세 번째 섹션인 ‘B-플렉스’는 도시에서 인간의 활동으로 서식지를 잃은 벌, 새, 나비의 생존을 돕기 위해 박물관 옥상과 정원에 벌, 새, 나비의 생존을 돕는 집을 설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탄소-프로젝트” (과거 전시)
2022년 8월 19일 ~ 2022년 10월 30일
국립현대미술관은 2022년에 다원 예술 프로젝트로 “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기후 위기에 직면한 미술관이 어떤 고민과 실천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미술관의 환경적 영향을 다룬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운영과 전시 과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와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등을 측정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상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미술관은 해당 탄소 프로젝트를 통해 산출된 결과물은 2023년부터 미술관 운영에 적극 반영되어 미술관이 사회적 의제를 같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선순환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여러 장소의 예술 작품들을 한 미술관으로 운송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탄소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뉴욕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비행기로 작품을 운반할 경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6톤에 달한다. 또한 전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폐기물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불가하며, 여기에 사용된 스티로폼과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500여 년의 시간이 걸린다.
기후 위기가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오늘의 미술계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얼마만큼 고민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우리는 공공기관으로서 현대 미술관이 진행하고 있는 전시도 오늘날 중요한 이슈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수많은 인쇄물과 화려한 시각적 디자인을 가진 대형 미술 전시의 이면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러한 공공기관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