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After Hours” ©ONE AND J. Gallery

원앤제이 갤러리는 그룹전 “After Hours”를 1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After Hours”는 우리가 동시대 미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할 때부터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기까지, 미술을 향유하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모든 주체가 경험할 수 있는 감각 중 하나인 ‘즉흥성’을 중심으로 이 질문을 살펴본다. 여기서 말하는 즉흥성은 주어진 조건과 구조를 비롯해 나아가 사회 속에서 개인의 감각을 발휘해 변주하는 특성을 말한다.

이러한 즉흥성은 동시대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진동이자, 동시에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대한 동력이 된다. 작가 개개인의 과정 중심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한 즉흥적인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두드러지면서, 웅장한 담론을 이야기한다거나 작품의 기념비성에서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Installation view of “After Hours” ©ONE AND J. Gallery

이번 전시에서는 3명의 작가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즉흥성을 발휘한 지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각 매체의 기본 요소, 물성, 형식 등을 충분히 탐구한 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자신의 감각을 반영한 변주를 꾀한다.

김하나(b. 1986)는 안정적인 조건에서 벗어나 취약한 감각 속에서 회화를 그려낸다. 작가는 폴리에스터 담요와 같이 물감이 잘 스며들지 않고 연약한 재료를 회화의 지지체로 취하거나, 절제된 색 사용을 통해 미세한 감각을 조율하거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듯 하얀 빈 화면을 구성하기도 한다.

Installation view of “After Hours” ©ONE AND J. Gallery

김한솔(b. 1988)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입는 옷을 통해서 사회·경제·역사적 변화 등에 따라 발견되는 여러 기호와 현상을 탐구하고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카모플라주 패턴를 활용한 작업들을 선보이는데, 다양한 환경에 따라 각자의 형태, 색상, 문양을 비롯한 외형을 가변적으로 바꾸는 방법론이 적용된다.

현정윤(b. 1990)은 끊임없이 우월과 열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구조를 넘어서, 타자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주체가 되는 대안적인 존재 방식을 추구한다. 작가에게 전시장은 그가 지향하는 것을 내보이는 대안적인 공간이 되는데, 이곳에 놓인 작업들은 관람객, 주변의 다른 작품들, 공간과 상호주체적으로 매개하고자 자기 몸을 꿈틀거리며 존재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