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Homo Narrans” ©Laheen Gallery

라흰갤러리는 노상호, 이영욱, 정영호 작가의 3인전 “호모 나랜스”를 1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이 세 명의 작가들과 함께 기술적 진입 장벽이 무너뜨린 정보의 빅뱅이 야기한 ‘이야기의 위기’의 상황 속에서 자기를 보존하면서도 동시대의 이야기를 찾으려는 어떤 증언의 양상을 포착한다.

전시의 제목인 “호모 나랜스(Homo Narrans)”는 생존을 위해 이야기를 하면서 인간으로 진화한 서사적 동물로서의 인류를 의미한다. 전시는 ‘이야기하기’와 ‘경청’에 필요한 인간의 주의가 방대한 정보와 데이터 안에서 점차 파편화됨으로써 ‘이야기의 위기’를 초래하였다고 진단한다.

Installation view of “Homo Narrans” ©Laheen Gallery

전시는 (서사를 이루지 못하는) 정보와 데이터, 부스러기 같은 순간들이 참여 작가들의 머릿속을 어떻게 스치는지, 이러한 현상을 당면함으로써 이들은 삶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를 하는지 살펴본다. 더불어 관객이 각자의 서사를 만들고 인식을 증진할 수 있는 감각을 작품을 매개로 모색할 수 있도록, 이야기의 위기라는 거친 낯섦에 가로막힌 논의의 장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Installation view of “Homo Narrans” ©Laheen Gallery

노상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횡단하는 작금의 현실과 그 간극이 초래하는 감각을 즉물적으로 옮김으로써, 자극의 홍수 앞에서 둔해지는 의식의 힘을 관객으로 하여금 지속해서 추동케 한다.

한편 이영욱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흥분에 도취된 주변 환경을 ‘조작된 형태’를 확장한 반복적인 형상에 담아, 현대 사회의 단면에 접촉해 있는 자신의 모습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토로한다.

정영호는 시대 감각과 정서가 발화되는 양상에 집중한 작업들을 스토리보드 안에 통합하여, (기술로 건설된) 화면 안의 세계와 현실의 미묘한 동행이라는 구조로부터 인식 체계가 얼마나 연약하게 동요되는지를 체감케 한다.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