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서예와 수묵화
전통을 탐구하며 이를 현대 추상화의 어휘로 확장해온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Mountain”이 2025년 2월 9일까지
프랑스 남부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매그 재단에서 개최된다.
매그 재단은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재단 중 한 곳으로, 20세기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해 온
저명한 기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민정 작가의 대표 연작 〈Mountain〉과
〈Nuit de la mer〉 연작을 소개하며, 자연과 우연을
포용하고 선과 몸짓에 관한 시각 연구에 기반을 둔 김민정의 시적인 작업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Mountain〉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다의 파도 소리를 표현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바다의 파도가 절벽에 힘 있게 부딪히면서 쌓여가는 소리를 겹겹이 얹히는 먹의 레이어로 표현하고,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고향 광주의 산을 기억하며, 작가
내면에 자리한 ‘산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닌, 어린 시절 기억 속 자리 잡은 ‘산의 본질’에 가까운 이미지로, 한 폭의 시로 시각화된 광활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한편 〈Nuit de la mer〉 시리즈는 밤바다 위에 빛이 물결에 닿는 순간의 인상을 화면에 스며드는 듯한 한지의
질감으로 표현한다. 이 시리즈는 〈Mountain〉 시리즈의
남은 부분을 자르고 태워 재구성한 결과물로, 물에서 산이 된 작품의 흔적이 다시 물의 형태로 재탄생하는
순환과 재생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이번 전시는 매그 재단 특유의 자연과 공간, 작품이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전시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자연을
담은 작가의 작품이 실제 자연 나란히 놓이며 공명하는 순간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는 생명과 소멸, 순환에 대한 김민정 작가의 성찰을 보다 생동적이고 시적인 감각으로 연출한다.
김민정(b. 1962)은 한국 화단이 단색화와
민중미술이 대립하고 남성 작가들이 주를 이루었던 1980년대를 거쳐,
1991년 한국을 떠나 브레라국립미술원(Accademia di Belle Arti di Brera)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김민정은 한지에 안료가 흡수되는 어떤 예측할 수 없는 효과에 영감을 받아 동아시아
채색화에서 수묵과 채색 추상화로 작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2000년대에는 한지를 자르고 태우는 작업으로
전환하면서 명상적이면서도 실험적인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회화 관습을 해체하고 재해석했다.
References
이지연은 2021년부터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에디터로 활동하였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samuso(현 Space for Contemporary Art)에서 전시 코디네이터로 근무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