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b.1951) - K-ARTIST
서용선 (b.1951)

서용선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였다. 1986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 독일 함부르크 국제미술아카데미 초대교수를 지냈다.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선정 이후 교직을 떠나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개인전 (요약)

1988년 P&P Gallery(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민미술관(2004),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2009), 아트선재센터(2023)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뉴욕·베를린·도쿄·멜버른·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개인전을 이어왔다.

그룹전 (요약)

그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센터(2022), 뮤지엄산(2014, 2020), 경남도립미술관(2013, 2023) 등 국내 주요 미술기관의 기획전 및 소장품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으며, 베를린·뉴욕·도쿄·시드니·타이중 등 세계 여러 도시를 오가며 체류와 답사를 기반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상 (선정)

19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상 특선 이후 동아미술상(1982), 중앙미술대상 특선(1984),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2009), 이중섭 미술상(2014),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2016), 대한민국예술원상(2024)을 수상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그는 벌몬트 스튜디오 센터(1995), RMIT 대학(2010, 2011), 시드니 국립대학(2012)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서용선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서울대학교 미술관, 고려대학교 박물관, OCI미술관, 양평군립미술관, 모란미술관 등을 비롯해 모나쉬대학교(호주), 우관중미술관(싱가포르)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주제와 개념

서용선의 작업은 역사·신화·도시·자화상이라는 서로 다른 층위의 소재를 다루지만, 그 중심에는 일관되게 ‘인간’이 놓여 있다. 그는 특정 사건이나 풍경을 묘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탐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화를 사용한다. 작가에게 그림은 단순한 재현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행위 자체이다. 그는 그림을 “본 것을 생각하는 머릿속의 작용”이자 “상상까지 포함한 인식의 과정”으로 정의하며, 따라서 그의 회화는 감정의 즉각적 표출이라기보다 숙고와 사유의 형상화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의 역사화는 과거의 사실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기록되지 못한 인간의 존재를 현재로 호출하는 장치가 된다. 단종,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에서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영웅이나 권력의 서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소멸한 이름 없는 개인들의 경험이다. 기록 중심의 역사 서술이 권력의 관점에 기울어져 있다고 판단하는 그는 회화를 통해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또 다른 역사’를 구성한다. 이때 회화는 역사적 진실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현재화하는 사유의 매체로 기능한다.
 
‘도시’ 연작 또한 동일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 있다. 서울, 베를린, 뉴욕, 베이징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체류하며 제작된 작업들은 도시의 외형을 묘사하는 풍경화가 아니라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상태를 탐색하는 기록이다. 그는 급속한 도시화가 남긴 불안과 무기력, 긴장 상태를 포착하며 현대인의 삶을 역사적 인간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한다. 따라서 역사 속 인물과 현대 도시인의 형상은 서로 다른 대상이 아니라 동일한 존재 조건의 변주로 나타난다.
 
매일 반복적으로 제작되는 ‘자화상’ 연작은 자아의 표상을 구축하기보다 ‘지금 여기의 나’를 확인하려는 수행적 행위에 가깝다. 작가에게 회화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자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이며, 이러한 태도는 지속적인 신작 제작의 동력으로 이어진다. 결국 서용선의 작업에서 회화는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 존재를 이해하기 위한 인식론적 장치이며, 그의 작품 세계는 역사와 현재, 타자와 자아를 가로지르며 인간의 보편적 조건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형성된다.

형식과 내용

서용선 회화의 형식적 특징은 강렬한 원색, 두터운 물감층, 구조화된 화면 구성, 그리고 거친 필선으로 요약된다. 화면은 전통적 원근법에 의해 깊이를 구성하기보다 평면적이고 구축적인 구조로 조직되며, 인물과 배경은 분리되지 않고 동일한 밀도로 결합된다. 이러한 평면성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현실을 재현하기보다 사유의 장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색채는 그의 조형 언어에서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오방색 계열의 강한 색 대비는 대상의 자연스러운 색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태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치로 작동한다. 붉은 색은 분노와 생명력, 청색은 긴장과 거리감을 동시에 환기하며, 이러한 색채는 인물의 심리뿐 아니라 역사적 상황의 밀도를 전달한다. 따라서 색채는 대상의 외형을 설명하는 기능을 넘어 의미를 구성하는 주체적 요소가 된다.
 
그의 인물은 종종 팔을 늘어뜨린 채 서 있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으며, 공간 속에 고정된 듯한 상태로 나타난다. 이는 사건의 순간을 포착하기보다 시간의 지속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역사화에서 군중은 영웅적 행위를 수행하지 않으며, ‘도시’ 연작의 인물 또한 특정 행동보다 존재 상태로 제시된다. 이러한 표현은 사건 중심 서사를 해체하고 존재 중심의 서사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재료와 형식 또한 유연하게 변화한다. 체류하는 도시의 환경과 색채 경험이 화면에 반영되며, 때로는 규격화된 캔버스를 벗어나 합판이나 목재 등 우연적 재료를 사용한다. 이러한 변화는 형식적 실험이라기보다 세계와의 접촉 방식이 변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에 가깝다. 즉 형식은 내용에 종속되지도, 독립되지도 않으며,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변형되는 요소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서용선의 회화에서 형식은 표현의 스타일이 아니라 사유의 구조이다. 구축적 화면과 강렬한 색채는 단순한 표현주의적 효과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며, 그의 조형 언어는 내용과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인식 체계를 형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서용선의 작업은 특정 시기나 주제로 단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 안에서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왔다. 초기 ‘소나무’ 연작에서 시작된 대상에 대한 탐구는 역사화로 이어지고, 다시 ‘도시’ 연작과 ‘자화상’, 그리고 조각과 설치 작업으로 확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업의 핵심 문제의식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은 하나의 지형도를 형성한다. 단종의 유배지, 한국전쟁의 기억, 도시의 거리와 지하철, 그리고 작가 자신의 얼굴은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속하지만 동일한 인간 조건을 드러내는 장면들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간적·공간적 거리를 축소하고, 인간 존재를 관통하는 연속적인 구조를 제시한다.
 
특히 세계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제작된 작업들은 장소의 차이를 강조하기보다 인간 경험의 유사성을 드러낸다. 도시의 문화와 환경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고독은 반복된다. 이러한 반복성은 그의 작업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인간 조건의 지도처럼 읽히게 만든다.
 
또한 그는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와 지속적인 신작 제작을 통해 작업을 현재 진행형으로 유지한다. 일부 작품은 수년에 걸쳐 수정되거나 다시 그려지며, 이는 완결된 결과보다 지속되는 과정 자체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회화는 과거를 고정하는 매체가 아니라 현재를 갱신하는 행위가 되며, 이러한 지속성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특징이다.
 
결국 서용선의 작품 세계는 특정 양식이나 시기에 귀속되지 않는다. 역사와 도시, 자화상과 조각은 각각의 장르가 아니라 인간 존재를 탐구하기 위한 서로 다른 경로이며, 그의 작업은 이 경로들이 축적되며 형성된 하나의 장기적인 사유 체계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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