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b.1957) - K-ARTIST
김춘수 (b.1957)

김춘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CSULA)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대학교(NYU) 대학원에서 수학하였다. 1996년부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고, 2022년 정년 퇴임하였다. 2003년에는 스페인 알깔라대학교 초청연구원을 역임하였다. 

개인전 (요약)

김춘수는 서울대학교 미술관(서울, 2022)과 토탈미술관(서울, 1994)을 비롯한 주요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주스페인한국문화원(마드리드, 2020), 갤러리 손(베를린, 2009, 2015), LA아트코어갤러리(로스앤젤레스, 1986, 1991) 등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전시를 이어왔다.

그룹전 (요약)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00, 1999, 1997, 2012),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04), 대전시립미술관(대전, 2018), 환기미술관(서울, 1994, 2014), 제주도립미술관(제주, 2015)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아이치현립미술관(나고야, 1995), 센트로 컬투랄 레콜레타(부에노스아이레스, 2015), 크리스티 홍콩(홍콩, 2019), 베트남국립미술관(하노이, 2019), 홍콩한국문화원(홍콩, 2024) 등 해외 기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국제적 활동을 이어왔다.

수상 (선정)

김춘수는 토탈미술관 토탈미술대상(1993)을 수상했으며, 제23회 상파울루비엔날레(1996)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또한 대한민국예술원 우수예술가(2006)로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그는 제10회 트라이앵글 아티스트 워크숍(파인플레인스, 뉴욕, 1991)에 참여했으며, 알깔라대학교(알깔라 데 에나레스, 스페인, 2003)에서 연구했다. 또한 갤러리 손 베를린 레지던시 프로그램(베를린, 2015)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춘수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토탈미술관(서울), 성곡미술관(서울),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김해), 기당미술관(서귀포), 수원아이파크미술관(수원), 환기미술관(서울),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서울) 등 국내 주요 미술관과 공공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삼성미술관(서울), 한솔문화재단(서울), 주독일대한민국대사관(베를린)을 비롯한 주요 기관 및 기업 컬렉션에도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Works of Art

주제와 개념

김춘수의 작업은 회화를 하나의 이미지 생산 행위로 보기보다, 존재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의 태도와 몸의 리듬, 나아가 우주의 리듬”을 언급하는 대목은 그의 회화가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대표 연작 ‘Ultra-Marine’은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비롯되었으며, 재현이나 서사 대신 회화 자체의 조건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의 사유는 언어에 대한 불신, 즉 ‘혀의 수상함’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되었다. 언어는 의도와 목적을 개입시키며 본질로부터 멀어진다는 인식 아래, 그는 회화를 비언어적 사유의 장으로 설정한다. 자연의 외형을 모방하는 형상 역시 또 다른 ‘말’에 불과하다고 보았고, 따라서 형상 대신 신체적 행위를 통해 존재 그 자체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이 지점에서 그의 회화는 묘사나 설명이 아니라, 말해질 수 없는 것을 감각적으로 체현하려는 시도로 이해된다.
 
‘Ultra-Marine’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청색은 특정 이미지를 지시하기 위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의 빛과 깊이를 머금은 상태이자, 세계와의 관계를 매개하는 장(場)이다. ‘Ultra Marine’이라는 명칭이 지니는 ‘바다 건너’라는 의미처럼, 이 색은 현실 너머의 세계, 미지의 영역, 혹은 이상향에 대한 사유를 암시한다. 그러나 그 상징성은 서사적 의미로 고정되지 않고, 오히려 몸의 리듬과 호흡 속에서 생성되는 감각적 사건으로 남는다.
 
결국 김춘수의 독창성은 특정 스타일이나 색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언어 이전의 상태, 즉 신체와 존재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지점으로 환원하려는 태도에 있다. 그의 정체성은 단색화의 계보와 인접해 있으면서도, 기법의 차이를 넘어 ‘신체적 수행’이라는 개념적 축을 통해 독자적 위치를 형성한다.

형식과 내용

김춘수의 회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형식적 특징은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손가락과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화면에 직접 닿게 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압력, 속도, 호흡의 차이를 그대로 화면 위에 남긴다. 이 방식은 ‘그린다’기보다 ‘묻힌다’는 표현에 가깝다. 물감은 더 이상 환영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물질적 실체로서 화면 위에 자리 잡는다.
 
청색과 백색의 반복적 중첩과 지워짐은 그의 화면에 리듬을 부여한다. 무수한 선과 면이 겹치고 사라지는 과정은 우연성과 의도 사이의 긴장을 형성하며, 결과적으로 강한 기운과 밀도를 만들어낸다. 이 반복의 과정은 단순한 형식적 제스처가 아니라, 작가의 신체가 시간 속에서 축적한 흔적이자 호흡의 기록이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정지된 이미지라기보다, 하나의 시간적 층위를 담은 장으로 읽힌다.
 
형식적으로는 단색화와 연결될 수 있지만, 그의 작업은 표면의 평정성보다 행위의 원초성에 더 가깝다. 거칠고 때로는 섬세한 터치는 추상적이면서도 육체적이다. 이 신체성은 동양적 ‘기운생동’의 전통과도 상응하지만, 동시에 현대적 추상회화의 물질성 탐구와도 맞닿아 있다. 즉, 그의 회화는 형식과 내용이 분리되지 않고, 물질적 행위 그 자체가 곧 개념이 되는 구조를 갖는다.
 
결국 그의 작품에서 내용은 이미지에 담겨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 행위가 남긴 흔적과 그 리듬 속에 존재한다. 선의 중첩과 지워짐, 색의 깊이와 밀도는 관람자로 하여금 설명이 아닌 감각적 체험을 통해 작품에 접근하게 만든다. 이는 구체적 서술 없이도 정서적 공명을 유도하는 그의 표현 방식의 핵심이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춘수의 작업은 1980년대 초기 드로잉과 사진 매체 실험, ‘창’ 시리즈를 거쳐 1990년대의 ‘수상한 혀’ 연작, 그리고 2000년대 이후 ‘Ultra-Marine’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문제의식을 유지해왔다. 매체와 형식은 변주되었으나, 언어와 이미지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이는 단순한 형식의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가 시간 속에서 심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1990년대의 ‘수상한 혀’는 형상과 언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제기한 작업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의 ‘Ultra-Marine’은 이를 더욱 추상적이고 본질적인 차원으로 확장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형상을 제거하고 청색이라는 단일한 색의 장으로 환원함으로써, 그는 회화의 조건 자체를 질문한다. 이 지속성은 일관된 색채 사용과 신체적 기법의 반복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명확히 드러난다.
 
그의 작업은 동시대의 다양한 매체 실험이나 기술 중심적 경향과 거리를 유지해왔다. 이는 시대와 단절되었다기보다, 오히려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몸과 감각을 재확인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과학과 정보의 확장이 가속화될수록 그는 더욱 근원적 행위로 돌아간다. 이러한 태도는 그의 회화가 단기적 유행을 넘어서 지속성을 획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김춘수의 작업 지형도는 ‘신체–물질–존재’라는 축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 색은 변주되지만 청색의 스펙트럼은 유지되고, 형식은 단순해지지만 사유는 심화된다. 그의 회화는 하나의 색을 반복하면서도 동일하지 않은 차이를 만들어내며, 그 반복 속에서 시간과 존재의 리듬을 드러낸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업은 단순한 단색 회화가 아니라, 행위와 사유의 축적 위에 형성된 지속적 탐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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