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b.1963) - K-ARTIST
김범 (b.1963)

김범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1년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을 수료했다. 1990년대 이후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념적 작업을 이어오며 한국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전 (요약)

김범은 리움미술관(2023, 서울), STPI(2017, 싱가포르), 티나 킴 갤러리(2016, 뉴욕), 백남준아트센터(2013, 용인), 헤이워드 갤러리(2012, 런던), 클리블랜드 미술관(2010, 클리블랜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2009, 암스테르담), 아르놀피니(2008, 브리스톨)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범은 타이베이 비엔날레(2023, 타이베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2005, 베니스)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서울·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서울대학교미술관(서울), 대전시립미술관(대전), 호암미술관(서울)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범은 에르메스 코리아 미술상(2001)과 석남미술상(1996)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범은 STPI 레지던시 프로그램(2023, 2016, 싱가포르)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범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클리블랜드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M+ (홍콩),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주제와 개념

김범의 작업은 기본적으로 ‘이미지’에 대한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는 오랫동안 인간이 형상과 사물을 동일시하는 심리와, 보이는 것과 그것의 실체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에 주목해 왔다. 작가에게 이미지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시각적 형상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과 경험, 가정과 연상을 통해 생성되는 잠재적인 이미지까지 포함하며, 이러한 확장된 이미지 개념은 곧 재현과 인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김범의 작업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현실의 질서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에서는 영양이 치타를 쫓거나, 배가 바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배우고, 돌이 시를 배우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러한 가정적 전개는 현실을 전복하려는 장치라기보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질문하는 실험에 가깝다. 작가는 일상의 논리와 자연의 질서를 살짝 비틀어 놓음으로써 우리가 믿어 온 세계의 구조를 낯설게 드러낸다.
 
김범의 작업에는 물활론적 사유 또한 중요한 기반으로 작동한다. 사물과 도구, 자연물은 그의 작업 속에서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등장하거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흔들면서, 인간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동시에 작가는 “당신이 보는 것은 보는 것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제기한다.
 
결국 김범의 작업은 세계를 재현하기보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그는 관람자가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바라보도록 유도하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관습적 사고와 고정된 가치 체계를 조용하지만 날카롭게 흔든다.

형식과 내용

김범은 회화, 드로잉, 오브제, 조각, 설치, 영상, 출판물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업해 왔다. 이러한 매체의 확장은 특정 형식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기보다 각 작업의 개념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기 위한 과정에 가깝다. 그는 작품의 내용에 맞는 물리적 몸체를 선택하며, 이를 통해 아이디어와 형식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다.
 
그의 시각적 언어는 소박하고 절제된 형식을 특징으로 한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허술해 보이는 수공예적 방식이 사용되기도 하고, 단순한 지시문이나 평범한 사물들이 작품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형식은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개념적 전환을 강조하며, 관람자가 작품을 ‘보는’ 것에서 그 의미를 ‘생각하는’ 단계로 이동하도록 만든다.
 
김범의 작업에는 특유의 유머와 부조리 또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그의 작품은 종종 장난스럽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세계의 질서와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자리하고 있다. 예컨대 자연 다큐멘터리의 질서를 뒤집거나, 사물이 교육을 받는 상황을 설정하는 작업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사회적 규범과 인식 체계를 낯설게 드러낸다.
 
이처럼 김범의 작업은 현실과 허구, 진지함과 유머, 개념과 물질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균형 위에서 전개된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라기보다 관람자의 사고와 해석을 촉발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관람자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범은 1990년대 이후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 온 작가다. 그는 특정한 형식이나 스타일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매체와 개념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이미지와 실재의 관계’, ‘인식과 믿음의 문제’, ‘사물과 인간의 관계’와 같은 핵심적인 질문은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지속적인 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그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평범한 사물들은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다른 존재로 변형되거나 새로운 의미를 획득한다. 이러한 변형은 현실을 벗어난 상상이라기보다 현실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에 가깝다. 즉, 김범의 작업은 일상의 사물을 통해 세계의 구조와 인간의 사고방식을 탐색하는 일종의 지형도를 만들어낸다.
 
또한 그의 작업은 관람자의 참여와 해석을 중요한 요소로 포함한다. 작품은 완결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의미를 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람 행위를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니라 사고와 인식의 과정으로 확장시킨다.
 
결국 김범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것은 형식이 아니라 질문의 방식이다. 그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통해 동일한 문제를 끊임없이 변주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세계의 질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장을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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