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 - K-ARTIST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

2025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0분


About The Work

이아람은 페미니스트 물질론과 탈식민적 관점을 바탕으로 박물관, 사물, 신체, 풍경에 걸쳐 식민주의와 군사화가 남긴 물질적·생태적 잔존을 추적한다. 특히 작가는 퍼포먼스, 영상,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서구 제도적 맥락에서 발견한 자료들을 재배치함으로써 소외되고 주변화된 내러티브를 드러내고, 전복적인 문화 구조를 사유해 왔다.

이아람의 작업은 잦은 이동과 이주를 경험하면서 장소와 제도가 기억과 감각을 어떻게 조직하는지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게 된 것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삶의 터전을 옮겨야 했던 사람들의 서사뿐 아니라, 서구 중심의 헤게모니와 모더니티의 서사가 구축한 지배적 상징 체계 속에서 상실되고 대상화된 비인간 존재의 이동과 문화적 변위의 경로를 추적한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도와 신체, 문화적 자본을 둘러싼 권력 구조에 개입하고 이를 재조직한다. 지배적 서사의 재현 방식과 전형성을 교란하고 배제된 존재와 기억의 귀환을 모색하는 한편, 주체와 대상, 환경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이아람은 개인전 2회, 《Every Worm Trampled is a Star》(Buro Stedelijk, 암스테르담, 2026), 《To Pluto and back》(Framer Framed, 암스테르담, 2020)를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이아람은 《송은 x 안박싱 프로젝트: 생성적 형상들》(송은, 서울, 2026), 《제25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서울, 2025), 《이 이름없는 장소들》(K-Arts space, 서울, 2024), 다카르 비엔날레 《Branching Streams, Sketches of Kinship》(테오도르 모노 아프리카 미술관, 다카르, 2024), 《When Things are Beings, Proposals for the Museum Collection》(스테델릭 미술관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 202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아름은 제2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이아람은 라익스 아카데미(네덜란드, 2022-2023), 괴테 인스티튜트(마르세유, 2019),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마스트리흐트, 2018-201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바깥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재서사화

주제와 개념

이아람의 작업은 사물과 장소가 제도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분류되며, 그 과정에서 어떤 기억과 관계가 지워지는지를 추적한다. 프로젝트 〈Inside Out, ZZM〉(2016)은 네덜란드 Zuiderzeemuseum의 수장고에 보관된 지역 유물을 다시 원래의 장소로 이동시키며, 박물관이 사물을 한곳에 모아 보존하는 방식 자체를 질문했다.

이어 ‘Dutch Wife’(2017–2022) 연작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대나무 베개 굴링이 네덜란드 식민지배를 거치며 ‘Dutch Wife’라는 이름을 얻게 된 역사를 추적한다. 여기에서 사물은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식민주의, 젠더, 노동, 이동의 기억이 중첩된 존재다. 작가는 굴링을 다시 제작하고 그 기능을 ‘안기는 대상’에서 ‘다른 존재를 끌어안는 주체’로 전환함으로써, 사물에 새겨진 역사적 관계 역시 다시 구성될 수 있는지 묻는다.
 
이러한 관심은 점차 사물을 둘러싼 지식과 재현의 체계로 확장된다. 〈La Grande Transformation〉(2019)은 바우하우스라는 서구 모더니즘의 보편적 디자인 언어가 지역의 물질문화와 개인의 이야기를 어떻게 표준화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같은 해 발표한 〈평양에서 플루토 그리고 다시〉(2019)는 북한을 분석하는 미국 기관의 위성사진과 3D 렌더링 자료를 실제 오브제로 구현한 뒤 탈북민과 대면시킨다. 이 작업에서 ‘사실’처럼 보이는 이미지는 제도와 기술이 구성한 추측적 현실로 드러난다.

〈풍경의 불협화음〉(2019)에서도 광둥의 화가들이 상상해 그린 유럽식 겨울 풍경화를 박물관 밖으로 이동시키며, 식민 무역과 시각적 전형, 박물관의 보존 체계가 한 이미지 안에 어떻게 겹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기부터 이아람은 사물의 이동만이 아니라 사물을 정의하고 바라보는 제도적 시선 자체를 작업의 대상으로 삼는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문제의식은 사물에서 신체와 생태계로 넓어진다. 〈X-hale〉(2023)은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이동할 당시 작가가 받아야 했던 결핵 검사의 X-레이 이미지와 박물관 지하에서 채취한 미생물 이미지를 결합한다. 국경에서 합법성을 증명해야 하는 인간의 몸과, 허가 없이 박물관 안팎을 이동하는 미생물을 병치하면서 ‘누가 경계를 통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신체와 생명의 문제로 전환한다.

〈Holding Poison〉(2023)과 〈삼십오만 번의 상실〉(2024)에서는 박물관의 보존 체계가 생명을 제거하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방식에 주목한다. DDT와 같은 독성 물질, 수장고의 온습도 관리, 수도관과 냉동실은 더 이상 중립적인 보존 기술이 아니라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제거할지 결정하는 정치적 환경으로 읽힌다.
 
최근에는 이러한 제도비판이 더욱 넓은 생태적 관계와 장소의 기억으로 이동한다. 〈Transcorporeality in Toxic Times〉(2025)는 인간과 비인간의 몸을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독성 물질과 환경, 제도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투과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2025)는 138년간 일본군과 미군에 의해 점유되어 온 용산기지를 하나의 ‘몸’으로 상상하며, 사람의 디아스포라에서 더 나아가 ‘땅의 디아스포라’를 제안한다.

이동하지 않았음에도 주권과 지도, 언어가 계속 바뀌며 자신의 기억으로부터 분리된 땅을 통해 식민주의와 군사화가 남긴 흔적을 생태적 시간 속에서 다시 읽는 것이다. 초기의 ‘이동한 사물’을 둘러싼 질문은 이제 누가 기억하고 말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이 아닌 사물과 미생물, 토양과 풍경도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형식과 내용

이아람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라이브 라디오, 아카이브 리서치 등 서로 다른 매체를 결합해 작업해왔다.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료를 단순히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동시키고 다시 작동시키는 일이다. 〈Inside Out, ZZM〉에서는 수장고의 유물을 원래 지역으로 데리고 나가는 퍼포먼스를 만들고, 각각의 사물을 위한 이동식 진열장과 새로운 달력을 제작했다. ‘Dutch Wife’ 연작에서도 인도네시아 현지 장인들과 협업해 굴링을 다시 만들고 뜨개 구조와 직조된 지도를 결합했다. 이때 리서치는 작품 이전의 준비 과정이 아니라 사물과 사람, 장소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조직하는 작업의 형식 자체가 된다.
 
영상에서도 이아람은 기존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평양에서 플루토 그리고 다시〉에서는 디지털 아카이브 속 가상 오브제를 실물로 제작하고 이를 탈북민의 경험과 충돌시키며, 〈풍경의 불협화음〉에서는 박물관에 보관된 회화를 어두운 도시와 운하의 풍경으로 이동시킨다.

〈Synchronic Cinema: Shadow Zones in Maps〉(2023)를 포함한 ‘Synchronic Cinema’ 프로젝트에서는 Google Maps와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Street View를 영화의 촬영지이자 편집 장치로 사용한다. 지도라는 정적인 공간 체계에 보이스오버와 시간, 이동을 결합해 경계와 정체성을 고정된 것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흔드는 것이다. 지도, 위성사진, 박물관 아카이브처럼 객관적 정보처럼 보이는 시스템을 오히려 불완전하고 정치적인 이미지 생산 장치로 드러내는 점이 이아람 영상의 중요한 특징이다.
 
2023년 이후에는 이러한 방법이 감각적으로 더욱 직접적인 형태를 취한다. 〈Holding Poison〉에서는 박물관 지하의 물에서 발견한 95종의 미생물을 3D 모델로 확대하고 기계장치를 부착해 실제 전시공간을 이동하게 한다. 〈X-hale〉에서는 미생물이 작가의 X-레이 이미지 속 몸을 돌아다니도록 해 인간 신체와 비인간 생명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무너뜨린다. 〈삼십오만 번의 상실〉에서는 냉동고, 공조실, 수도관과 같은 비가시적인 박물관 인프라의 소리를 라이브 라디오로 송출한다. 여기서 박물관은 사물을 보여주는 건물이 아니라 물과 공기, 온도, 독성 물질, 미생물이 순환하는 하나의 생태적 기계로 바뀐다.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에서는 이러한 복합적 방법론이 장소 전체를 다루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영상은 용산기지, 네바다 핵실험장 인근, 일본 이타바시의 옛 일본군 부지, 조경설계사무소와 미생물 연구실 등 서로 멀리 떨어진 장소들을 하나의 서사 안에서 연결한다. 용산의 토양은 실제로 채취되어 미생물 분석을 거치고, 3세대 자이니치의 내레이션과 가야금 연주, 토양 내부의 소리, 유리 설치 〈Stars and Worms〉가 함께 구성된다.

작가는 하나의 장소를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자료나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목소리와 과학적 분석, 지도, 건축, 풍경, 사운드를 병치한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을 완결된 이야기로 제시하는 대신, 서로 다른 시간과 존재들이 동시에 장소를 구성하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아람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고정된 상태’를 의심하는 태도다. 박물관은 사물을 고정하고, 지도는 영토를 고정하며, 국경은 신체의 소속을 고정하고, 과학적 분류는 생명을 종과 범주로 나눈다. 작가는 이러한 체계를 완전히 부정하기보다 그 안에 생긴 틈과 누락, 이동을 찾아낸다. 박물관 벽을 통과하는 미생물, 수장고 밖으로 이동하는 유물, 국경에서 검사의 대상이 된 몸, Google Maps 안에서 시간이 뒤섞이는 디아스포라의 서사처럼, 작품 속 존재들은 정해진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이러한 이동을 통해 제도가 구축한 주체와 대상, 내부와 외부,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을 다시 질문한다.
 
아카이브나 식민주의를 다루는 작업들과 비교할 때 이아람의 특징은 과거의 누락된 서사를 찾아 보충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는 사물을 다시 이동시키고, 미생물을 퍼포머로 만들고, 수도관을 호흡기관처럼 바라보고, 땅에 1인칭의 목소리를 부여한다. 아카이브의 내용을 교정하는 것뿐 아니라 아카이브와 박물관, 지도 자체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태도에 가깝다.

이를 위해 사물과 비인간 존재에 일정한 행위성을 부여하면서도 그것들을 인간처럼 단순하게 의인화하지 않고, 인간과 사물, 환경이 서로를 변화시키는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 지점에서 페미니스트 물질론과 탈식민적 생태학은 추상적인 이론이라기보다 작품의 구조와 방법을 조직하는 실질적인 기반으로 기능한다.
 
작업의 범위 역시 사물에서 점차 커져왔다. ‘Dutch Wife’에서는 하나의 오브제 안에 숨겨진 식민주의와 여성의 기억을 추적했다면, X-hale에서는 신체와 국경의 관계를, 〈삼십오만 번의 상실〉에서는 박물관 전체의 제도적 생태를,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에서는 토양과 도시, 군사적 점유가 교차하는 장소의 생태를 다룬다. 그러나 관심의 크기가 확장되었다고 해서 출발점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무엇이 원래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왔는지, 누가 그것을 소유하고 분류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른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를 묻는 태도는 일관되게 남아 있다. 최근 작업에서 ‘반환’ 역시 단순히 사물을 원래 장소로 되돌리는 행위를 넘어 감각과 기억, 생태적 관계 자체를 회복하는 문제로 넓어지고 있다.
 
이아람은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Stedelijk Museum Amsterdam, Wereldmuseum Amsterdam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고, Jan van Eyck Academie와 Rijksakademie를 비롯한 국제 레지던시와 연구 프로그램을 거쳤다. 〈Dutch Wife〉는 Gijs Bakker Prijs 후보에 올랐으며, 〈밟힌 벌레마다 별이 된다〉는 제25회 송은미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뒤 Buro Stedelijk에서 유럽 첫 개인전 《Every Worm Trampled Is a Star》(Buro Stedelijk, 암스테르담, 2026)로 확장되었다.

사물과 박물관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가 신체, 미생물, 기후, 토양으로 이어진 현재의 흐름을 보면, 이아람의 작업은 앞으로도 제도와 생태가 만나는 접점에서 인간 중심의 역사 서술로 포착하기 어려운 존재와 관계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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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으로 밀려난 존재들의 재서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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