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무제』, 우 『Maxllife』 설치전경 - K-ARTIST

좌 『무제』, 우 『Maxllife』 설치전경

2016
플로랄폼, 옥상방수페인트
47 x 142 x 25 cm, 11 x 184 x 184.5 cm

About The Work

변상환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경험한 가속화된 시간을 바탕으로 분석적인 시선으로 동시대 도시 풍경을 탐구하고 이를 조형적 작업으로 풀어낸다. 특히 도시 환경에서 마주하는 평범하면서도 모호한 풍경에 주목하며,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장면과 사물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아왔다.

변상환은 자신의 작업 과정을 사물에 이미 내재된 형태를 파내는 ‘발굴’의 행위에 비유하며, 이를 입체적인 조형으로 확장해왔다. 인류학자가 지층에 남겨진 세밀한 기록을 연구하듯, 작가는 도시 곳곳을 탐색하며 사소한 풍경과 사물의 흔적을 수집하고 이를 작은 단위로 해체한다. 이렇게 수집된 요소들은 시적인 은유와 역설, 유머를 거치며 새로운 조형적 결과물로 재구성된다.

미술의 다양한 형식을 구분하고 성립시키는 조건에 대한 탐구 역시 그의 작업 전반에 드러난다. 조각에서는 무게와 부피, 공간을, 회화에서는 화면과 캔버스, 물감의 물성을, 판화에서는 제작 과정과 이미지의 복수성을 탐구한다. 이와 함께 오브제가 지니는 중립성,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형식을 관통하는 시간과 몸이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서로 다른 형식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질문은 그의 작업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익숙한 사물과 풍경은 예술의 영역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낯선 모습으로 변형된 일상의 소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그 안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개인전 (요약)

변상환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스페이스 소, 서울, 2025), 《가슴을 파고드는 공》(새공간, 서울, 2024), 《손은 눈보다 빠르다》(스페이스 소, 서울, 2022), 《생물 은-갈치》(SeMA창고, 서울, 2021)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변상환은 《생각공간: ThinkSpace》(우민아트센터, 청주, 2025), 《EDITION: Who Sets the NUMBER?》(스페이스 소, 서울, 2024), 《예술사회학을 지나야 예술철학이 나온다-작가편》(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23), 《뼈와 살》(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3), 《판화, 판화, 판화》(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0), 《만렙》(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변상환은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프로그램(2019) 및 타이베이 관두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2019)에 참여하였다.

작품소장 (선정)

변상환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동시대 도시 풍경과 삶의 감각화

주제와 개념

변상환은 작업을 통해 도시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물과 풍경을 다시 바라본다. 초기에는 특히 가까운 과거의 생활문화가 남긴 물건에 관심을 두었다. 〈크로커다일〉(2011)에서 고무장갑과 같이 부드럽고 쉽게 변형되는 사물을 시멘트로 굳히거나, 오래되고 버려진 사물의 표면을 탁본으로 남기는 방식은 사라질 수 있는 일상의 흔적을 단단한 물질과 이미지로 고정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돌'(2015) 연작에서는 창신동 골목에 방치된 돌을 역사의 관찰자처럼 바라보고, 거울로 자연광을 반사해 촬영한 뒤 〈대사관로 30가길 36〉(2015)처럼 실제 주소를 제목으로 붙였다. 이 시기 변상환이 바라보는 도시는 거대한 스카이라인보다 자개장, 고무장갑, 골목의 돌처럼 한 시대를 지나왔지만 여전히 현재에 남아 있는 작은 사물들로 구성된다. 익숙함과 낯섦이 겹치는 이 대상들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한국 도시의 생활사와 시간성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6)를 전후해 관심은 사물에 담긴 기억에서 사물을 이루는 물질과 기능 사이의 충돌로 넓어진다. 물을 흡수하는 플로랄폼을 물을 차단하는 녹색 방수페인트로 덮고, 플라스틱 바가지의 문구에서 ‘용기(容器)’를 ‘용기(勇氣)’로 오독한 경험을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용기〉(2016), 〈맥스라이프〉(2016)처럼 일상의 형태와 문구를 가져온 조각은 무겁게 보이지만 가볍고, 물을 흡수하면서 동시에 막는 식으로 상반된 성질을 한 몸에 갖는다.

이어진 《서늘한 평화, 차분한 상륙》(스튜디오 MRGG, 2016)과 관련 전시에서는 홍수, 표류, 상륙이라는 느슨한 서사가 이어졌다. 이때부터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라지는 것을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익숙한 사물의 기능과 재료를 서로 어긋나게 배치하면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물과 조각의 조건을 다시 묻기 시작한다.
 
이러한 관심은 'Live Rust'(2018-) 연작에서 도시의 구조와 작가의 신체를 직접 연결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몸짓과 흥분의 짧은 역사》(스페이스 소, 2018)에서 시작된 이 연작은 H빔과 I빔 같은 형강과 적갈색 방청페인트를 판화의 원판과 안료로 바꾸어 사용한다. 건물을 지탱하는 산업 재료가 화면을 만드는 도구가 되고, 녹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페인트가 오히려 ‘녹’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역설 속에서 도시의 물질적 조건과 제작 행위가 겹친다.

여기서 도시를 관찰하던 시선은 도시를 구성하는 재료를 직접 들어 올리고 누르는 몸의 경험으로 이동한다. 2021년 《생물 은-갈치》(SeMA창고, 2021)에서는 평면이었던 'Live Rust'가 세 개의 방을 가로지르는 공간적 작업으로 확장되었고, 《손은 눈보다 빠르다》(스페이스 소, 2022)에서는 피망, 양파나 계절에 따라 사라지는 자연물의 형태를 석고와 금속으로 보존하며 다시 시간과 물질의 문제를 조각 안으로 끌어들였다.
 
최근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스페이스 소, 2025)에서 선보인 'Live Rust-Odyssey'(2025) 연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이 관찰을 지구 밖의 시공간에 대한 상상으로 확장한다. 작가는 웜홀을 사이에 두고 공명하는 두 세계를 상정하고, 동일한 제작 궤적에서 갈라진 α와 β의 이미지를 통해 하나의 행위가 서로 다른 평면과 빈 공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초기 작업이 가까운 과거의 사물을 통해 시간을 더듬었다면, 최근에는 몸이 물질에 남긴 궤적을 출발점으로 시간과 공간 자체를 더 넓은 단위에서 상상한다. 그러나 도시의 사소한 풍경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것을 해체하고 변형해 새로운 형식으로 되돌려놓는 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의 작업에서 ‘풍경’은 결국 바라보는 장면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물에 쌓인 시간, 그것을 움직이는 몸, 도시를 이루는 재료와 그 관계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환경으로 발전해왔다.

형식과 내용

변상환은 조각, 사진, 판화, 설치를 오가며 각 매체를 성립시키는 물리적 조건을 실험해왔다. 초기에는 부드러운 고무장갑이나 음식물을 시멘트로 캐스팅해 유기적인 형태와 무거운 재료를 충돌시켰고, '돌' 연작에서는 실제 돌을 옮기거나 조각하는 대신 빛을 비추고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물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사물이 지닌 무게, 질감, 위치, 지속시간 가운데 무엇을 다른 매체로 옮길 수 있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발굴’은 소재를 찾아내는 행위인 동시에 하나의 사물 안에 숨어 있는 다른 형식적 가능성을 꺼내는 제작 방법에 가깝다.
 
'초록'(2015-) 연작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재료의 기능 자체로 이동했다. 플로랄폼의 가벼움과 흡수성, 옥상용 방수 우레탄 도료의 색과 방수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시각적으로 단단하고 무거워 보이는 조각과 실제 물성 사이에 차이를 만들었다. 전시장 바닥에 모래를 깔고 초록색 오브제와 뗏목을 배치했던 《단단하고 청결한 용기》처럼 그는 개별 조각뿐 아니라 작품이 놓이는 환경까지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했다.

이때의 초록색은 추상적인 색채가 아니라 한국 도시의 옥상에서 흔히 발견되는 기능성 도료의 색이었다. 다시 말해 그의 조각은 전통적인 조각 재료의 물성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부피, 질량감, 표면, 공간 배치처럼 조각의 오래된 문제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룬다.
 
'Live Rust'에서는 조각·판화·퍼포먼스의 구분이 더욱 흐려진다. 변상환은 약 20kg에 이르는 형강에 방청페인트를 묻힌 뒤 별도의 프레스기 없이 직접 들어 종이에 찍고, 누름쇠까지 합쳐 약 40kg에 달하는 무게를 반복해서 움직인다. 한 작품을 위해 이 과정을 백여 차례 반복하면서 조금씩 좌표를 옮기기 때문에 화면의 기하학적 패턴은 미리 그려진 이미지가 아니라 무게와 중력, 반복되는 동작이 남긴 기록이 된다.

〈Live Rust〉(2019)에서 철골의 부피는 평면의 도형으로 바뀌지만 그 결과 안에는 오히려 조각가의 몸과 재료의 무게가 강하게 남는다. 《생물 은-갈치》에서 이 평면들을 전시장 전체로 확장하면서 그는 판화를 벽에 걸린 이미지가 아니라 관객이 그 사이를 이동하는 공간적 구조로 다시 다뤘다.

2020년대에는 한 가지 방법을 밀어붙이면서도 조각적 탐구가 병행된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에서는 자연물과 식재료를 석고와 금속으로 캐스팅해 색과 향을 제거하고 덩어리와 표면만을 남겼으며, 〈등가교환_고립무원〉에서는 겨울철 실외기 주변에 생긴 역고드름을 뜨고 녹은 물 자체를 석고와 섞어 원래 사물의 물질을 새 형태 안에 포함시켰다.

최근 'Live Rust-Odyssey'에서는 동일한 인쇄 과정에서 갈라지는 α와 β의 복수 이미지를 통해 판화의 ‘복수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룬다. 또한 《지평선 너머 타원의 경계》에서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곡면 구조와 여러 층의 전시 공간이 작품의 일부처럼 기능한다. 조각의 질량, 판화의 압력과 반복, 회화적 표면, 설치의 공간성이 서로 교차하면서도 모든 형식은 결국 물질을 몸으로 다루면서 시간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으로 연결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변상환의 작업에서 독특한 지점은 일상적 오브제를 예술 안으로 옮겨오는 행위 자체보다, 그 사물의 원래 기능을 새로운 제작 원리로 전환한다는 점에 있다. 방수페인트는 단순히 발견된 색이 아니라 플로랄폼의 흡수성과 충돌하고, 형강은 도시를 지탱하는 건축재에서 거대한 판화 활자로 바뀌며, 방청페인트는 철을 보호하는 기능을 벗어나 화면을 만드는 안료가 된다. 사물의 사회적·기능적 맥락과 조각의 형식적 문제를 따로 떼어놓지 않는 것이다.

산업 재료를 사용하는 작업이나 일상 오브제를 차용하는 많은 작업과 비교해도, 변상환의 경우 재료를 단순히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기능과 무게가 실제 제작 행위를 결정하도록 만든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최종 결과가 기하학적이고 정제되어 보이더라도 그 안에는 산업 노동에 가까운 신체적 과정이 함께 들어 있다.
 
작업의 흐름 역시 소재의 변화보다 이 ‘변환 방식’의 발전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초기에는 사라지는 물건을 시멘트와 탁본으로 보존했고, 이후 도시의 돌과 주소를 통해 장소의 시간을 기록했다. '초록' 연작에서는 재료의 상반된 성질을 조각의 유머로 전환했고, 'Live Rust'에서는 산업 재료의 무게와 작가의 노동을 판화의 이미지 생성 원리로 만들었다.

《생물 은-갈치》를 거치며 판화는 다시 조각과 설치의 공간으로 확장되었고, 최근 'Live Rust-Odyssey'에서는 한 번의 물리적 행위에서 파생되는 이미지가 복수의 시간과 공간을 상상하는 구조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변상환은 ‘도시에서 발견한 사물’을 다루는 작가에서 출발해, 사물·몸·시간·공간이 어떻게 하나의 형식을 만드는지를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작업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왔다.
 
또 하나의 지속적인 특징은 작업에 남아 있는 가벼운 유머와 물질의 육중함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이다. ‘용기’라는 언어적 오해, 플로랄폼 뗏목, 옥상 방수페인트, 형강을 거대한 활자로 사용하는 발상은 일상의 작은 착오나 발견에서 출발하지만, 실제 제작 단계에서는 상당한 노동과 기술적 조정이 요구된다. 이 대비 덕분에 그의 작업은 도시와 산업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치게 무겁게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실제 삶을 구성하는 물질과 노동의 존재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우주와 웜홀이라는 상상까지 등장했지만 그 출발점에는 여전히 철, 페인트, 중력과 몸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현실이 있다. 따라서 작업의 스케일이 도시에서 우주로 커진다 해도, 이를 지탱하는 감각은 오히려 손으로 들고 누르고 만질 수 있는 세계에 가깝다.
 
변상환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등 국내 여러 주요기관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9년 금천예술공장과 타이베이 관두미술관 레지던시를 거쳤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소장되어 있다.

가까운 과거의 한국적 사물에서 출발한 작업이 산업 재료와 도시 구조, 신체적 수행, 그리고 더 넓은 시공간의 상상까지 이어진 점을 보면, 그의 작업이 앞으로 확장될 수 있는 지점 역시 새로운 소재 자체보다 익숙한 세계를 다른 물리적 규칙으로 다시 작동시키는 방식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지역적 생활감과 보편적인 물질 경험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변상환의 작업은 다른 문화권의 도시와 환경 안에서도 충분히 변주될 수 있는 구조를 이미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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