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nker#2 - K-ARTIST

Bunker#2

2005
C-프린트
82 x 78 cm

About The Work

최원준은 한반도의 냉전 구조와 군사적 풍경, 아프리카와 동아시아 사이의 정치·역사적 관계를 탐구하는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록성과 동시대미술의 리서치 기반 실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에는 군 복무 당시 사건 현장을 증거사진으로 기록했던 경험이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군사시설, 벙커, 미군기지 등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기능을 잃거나 시야에서 사라진 공간을 촬영하며, 사진을 사회적 현실의 기록을 넘어 역사적 자료와 공간을 연구하는 방법으로 확장해왔다. 이후 영화, 설치, 아카이브를 작업에 결합하며 사진가에서 시각예술가이자 연구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최원준은 역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장소와 사람을 추적하고, 그 이면에 놓인 정치적 구조를 현재의 문제로 되돌려 놓는다. 그의 작업은 장소에서 지정학적 관계로, 다시 사람과 공동체로 관심의 범위를 확장하는 동시에, 관찰과 기록에서 수집, 협업, 사회적 실천으로 방법론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최원준은 누가 역사 속에서 가시화되고 누가 비가시화되는지, 정치적 구조가 사람과 장소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질문한다. 나아가 사라지거나 주변부로 밀려난 장소와 사람의 흔적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냄으로써, 기존의 역사와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개인전 (요약)

최원준은 인사미술공간(2007, 2009), 대안공간 풀(2008), 일우스페이스(2011), 신도문화공간(2015), 더레퍼런스(2021), 학고재(2022)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룹전 (요약)

최원준은 타이베이 시립미술관(2008), 국립현대미술관(2008, 2019), 팔레 드 도쿄(2012), 서울시립미술관(2012, 2014, 2019),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2014), 뉴 뮤지엄(2015),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2015), 부산현대미술관(2018), 자카르타 비엔날레(2021)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최원준은 2010년 일우사진상, 2012년 국립 케 브랑리 미술관 포토케 사진상, 2014년 신도 작가지원 프로그램(SINAP), 2016년 제9회 KT&G SKOPF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었다.

레지던시 (선정)

최원준은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09–2010), 팔레 드 도쿄 르 파비용(2011–2012), 금천예술공장(2012), 파울 클레 센터 여름 아카데미(2013), 라익스아카데미(2017–2018),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1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최원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평화박물관, 카디스트, 국립 케 브랑리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역사의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의 현재화

주제와 개념

최원준의 작업은 한국 현대사의 거대한 사건이 일상의 공간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추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미아리 집창촌, 지하 벙커, 군사시설, 미군기지와 기지촌처럼 도시의 성장 과정에서 점차 기능을 잃거나 사회적 시야에서 밀려난 장소를 지속적으로 기록했다. ‘미완의 프로젝트_섬’, ‘언더쿨드’, ‘타운하우스’ 등에서 등장하는 장소들은 한국전쟁과 분단, 군사독재, 급속한 도시개발이 서로 다른 시대의 과거로 정리되지 않은 채 현재의 공간 안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최원준에게 냉전은 이미 끝난 역사적 사건이라기보다 도시의 구조와 사람들의 생활 조건 속에서 형태를 바꾸며 지속되는 현실이다. 그는 버려지고 폐쇄된 공간을 통해 공식적인 역사 서술에서 쉽게 누락되는 시간과 기억을 다시 가시화하고, 한국의 근대화가 남긴 풍경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검토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아프리카와 북한의 관계로 확장된다. 최원준은 만수대창작사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건설한 기념비와 건축물을 조사하며 냉전기의 외교 관계, 국가의 이미지 생산,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기념비 문화가 국경을 넘어 이동한 경로를 추적했다.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와 ‘International Friendship’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북한을 아프리카에 남겨진 물질적 흔적을 통해 바라보면서, 한반도의 냉전을 국제정치와 탈식민주의의 역사 속에 다시 위치시킨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는 북한을 관찰하기 위한 우회 경로인 동시에, 반둥회의 이후 형성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정치적 연대와 외교 경쟁, 권력의 표상이 교차하는 지역으로 부상한다. 이어 〈나의 리상국〉은 적도기니와 북한 사이를 오간 개인의 삶을 통해 국가와 이념의 관계를 국적, 인종, 언어, 디아스포라와 같은 정체성의 문제까지 연결한다.

2021년 동두천으로 이주해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를 공동 설립한 이후에는 지정학적 관계에 대한 연구가 현재 그 장소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어졌다. 미군기지와 기지촌 경제의 역사가 남아 있는 동두천에는 오늘날 서아프리카 출신 이주민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으며, 최원준은 이 서로 다른 시간들이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살펴본다. 《캐피탈 블랙》의 초상 작업, 이구웨 오시나치와 함께 제작한 〈Made in Korea〉와 〈No Pain No Gain〉, 다큐멘터리 〈동두천 뉴타운〉에서는 이주와 노동, 자본, 인종적 정체성, 문화적 번역이 구체적인 삶의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최근의 〈배영화성〉에서는 과거 기지촌 사진관의 아카이브와 현재의 기술을 연결해 기록되었으나 충분히 말해지지 않았던 개인들의 존재를 다시 호출한다. 작가는 장소를 조사하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지역에 거주하며 공동체와 관계를 맺고 협업함으로써 리서치의 범위를 사회적 실천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최원준의 작업에서 ‘한국’은 고정된 국경 안에서 완결되는 정체성이 아니다. 식민지 경험과 분단, 미군 주둔, 북한의 대외 관계, 아프리카 이주민의 이동이 중첩되면서 한국의 현대사는 끊임없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어 왔다. 작가는 그 연결을 국가적 거대 서사에서 설명하기보다 벙커와 기념비, 폐쇄된 클럽, 이주민의 초상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이미지에서 찾아낸다.

작업의 범위가 한반도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동두천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지속되는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역사 속에서 보이게 되고 누가 보이지 않게 되는지, 정치적 구조가 사람과 장소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남겨진 흔적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읽을 때 기존의 역사와 어떤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최원준 작업의 핵심을 이룬다.

형식과 내용

최원준은 사진, 영화, 아카이브, 설치를 오가며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장소와 이미지, 기록을 작업의 구조 안에 재배치한다. 초기 사진에서는 군사시설, 벙커, 미군기지처럼 정치적 의미가 강하게 축적된 공간을 정면성이 두드러지는 화면과 절제된 구도로 기록했다. 인물을 거의 배제한 채 건축물과 주변 환경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방식은 장소가 지닌 역사적 흔적을 관객이 직접 읽도록 유도한다.

‘언더쿨드’, ‘타운하우스’, ‘미완의 프로젝트_섬’ 등에서는 이러한 시선이 반복되며, 군사적 기능을 잃거나 개발 과정에 편입된 시설물이 낯선 풍경으로 드러난다. 기록의 객관성을 의식하면서도 소실점, 구조물의 반복, 빈 공간의 긴장감 등 사진적 조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그의 이미지는 자료와 해석 사이를 오간다.

영상 작업에서는 기록에 허구와 재연을 개입시키며 사진이 포착하기 어려운 시간과 서사를 다룬다. 〈물레〉는 문래동의 실제 역사와 노동자 인터뷰에 박정희 흉상을 녹여 권총으로 만드는 허구적 이야기를 결합하고, 〈나의 리상국〉에서는 실존 인물의 삶을 다큐멘터리 시어터의 형식으로 재구성한다. 이때 허구는 사실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공식 기록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역사적 기억을 현재와 연결하는 방법으로 사용된다.

다큐멘터리와 연출, 증언과 상상 사이를 넘나드는 구성은 기록된 사실이 누구의 시선과 편집을 거쳐 의미를 획득하는지 되묻게 한다. 카메라의 관찰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레이션, 인터뷰, 연기, 음악, 다채널 상영 등을 조합해 사건과 장소에 내재된 복수의 시간을 드러낸다.

아카이브 역시 최원준의 작업에서 중요한 형식적 요소다. ‘International Friendship’과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북한의 화집과 우표, 기념비와 건축물에 관한 사진 및 영상, 선전 이미지와 조사 자료 등이 함께 제시되며 개별 이미지가 생성된 정치적 맥락을 확장한다. 서로 다른 출처와 시대에 속한 자료를 병치하는 방식은 고정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관객이 추적하도록 만든다.

최근 동두천 작업에서도 기지촌의 과거 기록, 지역에서 수집한 사물, 아프리카 이주 공동체의 의례와 축제에 관한 자료가 함께 배열된다. 아카이브는 이미 지나간 역사를 보존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서로 멀리 떨어져 보이는 사건과 장소를 다시 연결하고 현재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작업 방식으로 기능한다.

최근에는 작가 혼자 기록하고 편집하는 방식에서 공동 제작과 기술적 실험으로 형식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구웨 오시나치와 공동 연출한 〈Made in Korea〉와 〈No Pain No Gain〉에서는 하이라이프 음악과 뮤직비디오 형식을 활용해 이주노동자의 노동과 일상, 자기표현을 작업 내부로 끌어들였고, 〈아프로지아: 파우 파우〉에서는 아프리카계 이주민 2세와 한국 청소년들이 보컬·안무·연기 워크숍에 직접 참여한다.

〈배영화성〉에서는 과거 기지촌 사진관의 초상사진을 AI로 재구성해 인물의 뒷모습만을 남기고, 기술적 오류와 불완전성까지 이미지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사진과 영상, 아카이브가 가진 기록성을 유지하면서 그 기록이 생성되고 해석되는 조건 자체를 작품의 내용으로 끌어들이는 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형도와 지속성

최원준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록성과 동시대미술의 리서치 기반 실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했다. 군 복무 당시 사건 현장을 증거사진으로 촬영했던 경험은 이후 장소를 조사하고 기록하는 태도와도 연결된다.

2000년대 중반부터 미아리 집창촌, 군사시설, 벙커, 미군기지 등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능을 잃거나 시야에서 밀려난 공간을 촬영하면서, 그는 사회적 현실을 다루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흐름에 자리하는 동시에 사진을 역사적 자료와 공간 연구의 방법으로 확장했다. 이후 영화와 설치, 아카이브가 작업에 본격적으로 결합되면서 작가의 위치 역시 사진가에서 시각예술가이자 연구자로 넓어졌다. 

그의 활동에서 중요한 전환은 한반도의 분단과 군사화에 집중했던 시선을 아프리카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관계로 확장한 데 있다. ‘International Friendship’과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한 장기 프로젝트는 북한이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남긴 기념비와 건축물을 추적하면서 냉전사를 남북한 관계만으로 바라보던 익숙한 시야를 넓혔다.

문화외교, 군사동맹,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이동과 번역을 함께 조사한 이 작업들은 최원준을 한국의 분단 현실을 국제적인 냉전 및 탈식민주의 역사와 연결해 읽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사진과 영상, 방대한 자료 조사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 또한 이 시기를 거치며 더욱 뚜렷해졌고, 〈나의 리상국〉에서는 실재하는 개인의 생애와 연출된 장면을 결합하며 국가 간 관계를 개인의 기억과 디아스포라의 경험까지 확장했다. 

2020년대의 작업은 그동안 축적해온 문제의식이 지역 기반의 실천과 협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최원준은 2021년 문선아와 함께 동두천에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를 설립한 뒤, 미군기지와 기지촌의 역사 위에 새롭게 형성된 아프리카 이주민 공동체와 장기간 관계를 맺어왔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대상을 조사하고 기록하는 방식에 공동 제작, 교육, 음악, 퍼포먼스와 같은 활동이 더해졌으며, 아프로아시아 컬렉티브의 비중도 커졌다.

최근에는 개인 작업보다 컬렉티브의 활동이 중요해졌다고 밝힐 만큼 이러한 변화가 작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동두천에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들은 과거에 다루었던 미군 주둔과 냉전의 역사를 현재의 이주와 다문화적 현실에 연결한다. 

약 20년에 걸친 활동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역사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장소와 사람을 추적하고,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정치적 구조를 현재의 문제로 되돌려 놓으려는 태도다. 초기에는 폐쇄되거나 사라지는 공간의 흔적을 카메라로 기록했고, 이후에는 북한과 아프리카 사이를 이동한 기념비와 이미지의 경로를 조사했으며, 최근에는 동두천에 직접 거주하면서 그곳의 공동체와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록의 대상이 장소에서 지정학적 관계로, 다시 사람과 공동체로 이동하면서 작업 방식 역시 관찰과 수집에서 협업과 사회적 실천까지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이전 작업을 폐기하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한 결과라기보다, 한국 현대사를 형성해온 분단·냉전·미군 주둔·이주라는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온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도 그의 초기 냉전 작업에서 ‘International Friendship’을 거쳐 동두천의 아프리카 이주민 공동체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속적인 지정학적 탐구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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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주변부로 밀려난 존재들의 현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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