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ity, Page 145 - K-ARTIST

Personality, Page 145

2009
곤충 표본 상자에 종이, 연필
30 x 46 cm

About The Work

이승애는 빛과 소리, 감정, 기억, 믿음과 같은 비물질적 요소를 회화와 영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작가다. 흑연과 종이를 중심 재료로 삼아 회화, 벽화 설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움직이는 감정과 정신의 형상을 탐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작가는 목재나 광물 같은 자연물, 그리고 개인의 기억이 깃든 일상적 사물의 표면을 탁본으로 채집해 화면의 구성 요소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평범하고 정적인 사물들 속에 잠재된 생명력과 기운을 발견하고자 한다. 이러한 태도는 만물에 생명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동양적 자연주의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이승애에게 회화는 무형의 정신적 요소를 형상 안에 담아내고, 가시적 현실 너머의 세계와 교감하기 위한 매개체다. 특히 흑연은 질감과 색감, 냄새와 물성을 통해 작가의 신체적 행위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작업의 주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연필이 남기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도구가 된다.

지난 10여 년간 작가는 회화를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지속해 왔다. 그리기와 지우기를 반복한 화면을 촬영해 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여기에 물·바람·불·연기 등의 자연음을 결합해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영상 작업은 직관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와 시간의 흐름을 통해 상상적 세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장이 된다.

개인전 (요약)

이승애는 2005년 갤러리현대 윈도우 갤러리를 시작으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08, 2012, 2023), 두산갤러리 뉴욕(2011), 런던 말보로 파인아트(2017), 주영한국문화원·뉴욕 크리스틴 박 갤러리·베이징 더 아트 센터(2018), 챕터투(2020), 보안1942 아트스페이스 보안 1(202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이승애는 서울시립미술관(2009), 일민미술관(2009), 소마미술관(2011), 제4회 광저우 트리엔날레(2012), 영국왕립예술학교 및 아트 두바이(2016), 런던 말보로 파인아트(2016), 제14회 광주비엔날레(2023), 송은(2024),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와 상하이 성미술관(2025)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승애는 2016년 발레리 베스톤 예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승애는 도쿄 익지빗 라이브 앤 모리스 갤러리의 에코 프렌들리 레지던시(2008), 런던 스페이스 스튜디오(2016–2017), 서울 챕터투 레지던시(2019–2020), 런던 델피나 재단 레지던시(2026)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승애의 작품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아라리오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무형의 정신적 요소를 그림의 형상 안에 담아내는 일

주제와 개념

이승애의 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을 움직이는 감정과 정신의 형상을 탐색한다. 초기의 ‘몬스터’ 연작에서 작가는 두려움, 상처, 증오, 모성, 치유처럼 언어만으로는 온전히 붙잡기 어려운 정서를 가상의 생명체로 구체화했다.

동식물의 기관이 뒤섞인 몬스터들은 공포를 유발하는 악역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상처와 맞서거나 그것을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수호자이자 전사로 설정된다. 이 기이한 존재들을 탄생시킨 근원에는 개인의 내면과 사회의 불의가 함께 자리하며, 작가는 가장 연약한 재료인 연필을 통해 슬픔에 대처하는 힘을 길어 올린다. 

몬스터는 이승애의 세계에서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익숙한 생물의 일부를 결합해 태어난 형상은 완전히 낯설면서도 인간의 감정과 삶을 환기하고, 이질적인 존재를 배척하거나 동일한 범주로 환원하지 않는 관계를 요청한다.

특히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인물에서 착안한 ‘미라’ 연작은 타자를 바라보는 연민과 윤리의 문제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승애는 정상과 비정상, 인간과 비인간, 두려움과 경이 사이에 머무는 존재들을 통해 분명한 구분으로 설명되지 않는 삶의 복합성을 긍정해왔다. 

2010년대 후반부터 그의 관심은 개별 생명체의 서사에서 이미지가 출현하고 소멸하는 조건으로 확장된다. 벽과 사물의 표면을 탁본한 흔적에서 우연히 떠오른 형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연결하거나 증식시키는 과정은 세계가 이미 간직하고 있던 기운을 감각하는 방식에 가깝다.

〈우연한 밤〉에서 희미한 자국과 그림자는 명확히 인식되는 대상으로 고정되지 않은 채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오간다. 이 모호성은 미지의 존재를 이해와 무지의 이분법으로 판단하기보다,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감각을 받아들이도록 이끈다. 

최근 작업에서는 부재와 상실, 삶과 죽음, 현실과 기억을 잇는 경계가 중심에 놓인다. 팬데믹 시기의 단절과 사라진 작업실의 기억에서 출발한 ‘디스턴트 룸’ 연작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서로 닿을 수 없는 공간을 다루며, 〈서 있는 사람〉은 씻김굿과 길닦음의 구조를 빌려 망자를 위무하고 다음 세계로 보내는 애도의 과정을 펼쳐 보인다. 이때 죽음과 소멸은 완전한 종결로 귀결되지 않는다.

반복되는 영상, 불타고 사라졌다가 다시 출현하는 형상, 방울과 자연의 소리는 탄생과 죽음이 순환하는 세계를 구성한다. 초기 몬스터가 상처를 견디고 변환하는 힘을 상징했다면, 근작의 떠도는 존재들은 상실을 기억하고 잘 떠나보내는 행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와의 교감을 이어간다.

형식과 내용

이승애의 작업은 연필과 종이라는 제한된 재료에서 출발해 드로잉, 콜라주, 벽화 설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다. 흑연은 선을 기록하는 도구인 동시에 가루, 얼룩, 광택, 마찰의 흔적을 남기는 물질이다. 작가는 필압을 조절하고 지우개, 면봉, 손가락을 함께 사용해 희미한 안개부터 단단한 금속성 질감까지 폭넓은 명암을 구현한다.

여러 장의 종이를 연결해 화면을 확장하거나 벽 전체에 드로잉을 펼치는 방식은 작고 직접적인 연필의 몸짓을 관객의 신체를 둘러싸는 환경으로 전환한다. 흑연의 연약함과 가변성은 불확실한 형상과 보이지 않는 감각을 다루는 작업의 내용과 긴밀히 맞물린다. 

초기의 대형 드로잉에서는 동식물과 장기, 뼈, 촉수, 털, 비늘 등의 세부가 결합된 가상의 생명체가 정교하게 묘사된다. 생물도감이나 해부학적 표본을 연상시키는 세밀한 표현은 몬스터에게 실재감을 부여하지만, 서로 다른 종과 발생 단계가 뒤섞인 몸은 기존 분류체계를 벗어난다.

각 몬스터에는 서식지와 수명, 체질, 임무, 파생 순서가 설정되며 방어, 치유, 복수, 전환과 같은 기능이 형상과 서사의 구조를 이룬다. ‘미라’ 연작에서는 이러한 존재들이 작은 표본함 안에 고정되고 회색조의 인간적 얼굴을 드러내면서, 활력 넘치는 괴물의 운동성과 대비되는 취약성과 연민의 정서를 형성한다. 

작가는 한 장의 종이에 형상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촬영해 연속적인 움직임으로 편집하면서 드로잉에 시간을 도입했다. 앞선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잔상으로 남아 다음 장면의 단서가 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서사는 명확한 인과관계보다 출현과 소멸, 변형과 연상의 흐름을 따른다.

〈램프〉와 〈Becoming〉을 비롯한 작업에서 사물과 생명체는 하나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빛, 불, 연기, 낙하와 같은 사건을 거치며 끊임없이 다른 형상으로 이동한다. 반복 재생되는 영상은 끝을 다시 시작으로 연결하고, 종이 위에서 이루어진 그리기와 지우기의 물리적 시간을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로 확장한다. 

〈우연한 밤〉 이후에는 탁본과 콜라주가 주요한 조형 방법으로 더해졌다. 작가는 벽, 나무, 돌, 흙, 일상적 사물의 표면에 종이를 대고 흑연으로 문질러 물질의 요철과 흔적을 채집한 뒤, 원래의 위치와 무관하게 종이를 재배열하거나 잘라 붙인다. 구체적 대상을 재현하려는 의도를 낮춘 자리에서 우연히 드러난 무늬는 인물, 공간, 생명체로 증식하며 드로잉과 애니메이션 사이를 이동한다.

최근의 ‘디스턴트 룸’과 〈서 있는 사람〉에서는 영상, 콜라주 드로잉, 프로젝션, 벽화, 자연의 소리와 방울 소리가 전시장 전체에 연결된다. 평면 안의 이미지와 실제 공간이 포개지면서 내부와 외부,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유동적으로 변하고, 관객은 작품의 장면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그 장면을 신체적으로 통과하는 위치로 옮겨간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승애의 작업은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흑연과 종이를 중심에 두면서도, 가상의 생명체에서 움직이는 이미지와 설치적 공간으로 꾸준히 영역을 넓혀왔다. 2005년경 시작된 ‘몬스터’ 연작은 개인의 내적 갈등과 사회적 불안을 생존전략을 지닌 존재들로 번역했으며, 이후 ‘미라’ 연작에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존재를 애도하는 시선이 더해졌다.

초기부터 이어진 상처, 취약성, 보호, 치유의 문제는 형상의 변화 속에서도 작업을 관통하는 정서적 기반으로 남아 있다. 몬스터가 작가를 대신해 불확실한 세계와 대면하는 수호자였다면, 최근의 인물과 사물은 기억과 부재를 담아 다른 세계와 접촉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애니메이션-드로잉은 초기 작업의 변형과 생성에 대한 관심을 시간의 차원으로 옮긴다. 한 장의 종이 위에서 반복되는 그리기와 지우기는 형상이 다른 형상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기록하며, 각 장면은 앞선 이미지의 흔적을 품은 채 다음 이미지로 이어진다.

이 구조는 생물의 일부가 결합하고 증식하던 몬스터의 몸과도 연결된다. 화면 속 존재가 변신을 거듭하거나 사라졌다 다시 출현하는 과정에서 초기 작업의 핵심이었던 생존과 전환의 개념은 드로잉의 운동과 영상의 순환으로 재구성된다. 

탁본을 도입한 〈우연한 밤〉은 작가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식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에는 기억 속 동식물의 형상을 결합해 존재를 설계했다면, 이 시기부터는 벽과 사물의 표면에 잠재한 흔적을 발견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작업의 출발점이 된다.

작가가 통제한 서사와 우연히 발생한 형상은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공존하며, 이미지는 원래의 좌표를 벗어나 복제되고 증식한다. 이러한 방법은 불확실한 외부 세계를 명료하게 규정하려는 태도를 유보하고, 모호한 감각을 삶의 일부로 수용하려는 동시대적 인식으로 이어진다. 

‘디스턴트 룸’과 〈서 있는 사람〉에 이르면 이승애의 작업은 개인의 상상적 생태계에서 상실과 애도의 공동 경험으로 확장된다. 팬데믹으로 단절된 공간,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기억, 씻김굿과 길닦음의 의례는 현실과 기억,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다루는 구조로 결합된다. 동시에 흑연의 마찰과 연소, 종이 형상의 소멸과 재생, 반복 재생되는 영상은 오랫동안 지속해온 생성과 변환의 논리를 유지한다.

이승애는 한정된 재료와 반복적 행위를 바탕으로 시대적 사건과 개인적 경험을 받아들이며, 낯선 존재를 통해 삶의 취약성을 응시하던 작업을 기억하고 애도하며 다시 연결하는 실천으로 심화해왔다.

Works of Art

무형의 정신적 요소를 그림의 형상 안에 담아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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