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을 지나야 한다 - K-ARTIST

그 길을 지나야 한다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 x 100 cm

About The Work

민정연은 현실과 상상, 기억과 경험, 과학과 신화가 교차하는 경계에 주목하며, 뿌리·종유석·내장기관·구름·버섯 등의 유기적 형상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세계를 탐구한다. 민정연의 작업 안에서 이들은 자연과 인공, 생명과 무생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다.

민정연의 회화는 실제 장소와 기억, 경험이 중첩된 가상적 공간을 구축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현실 이면에 잠재된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제시한다. 다시 말해, 민정연이 구축하는 세계는 환상적이지만 현실로부터 분리된 도피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또 다른 시각의 장이다.

궁극적으로 민정연의 작업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비인간, 현실과 가상,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의 변형과 공존을 통해,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넘어서는 유동적이고 다층적인 존재 방식을 상상하게 한다. 이러한 민정연의 세계는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경계와 정체성의 문제를 시적으로 재구성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개인전 (요약)

민정연은 파리의 마리아 룬드 갤러리(2012, 2015), 취리히의 카샤 힐데브란트 갤러리(2006, 2007, 2009, 2011), 생테티엔 현대미술관(2011), 모스크바 국립동양미술관(2017)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프랑스와 스위스를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룹전 (요약)

민정연은 파리의 프티 팔레 미술관(2013), 체르누스키 미술관(2015), 생테티엔 현대미술관(2014), 국립대만미술관 아시아아트비엔날레(2011), 예술의전당(2005, 2008)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드로잉 나우 파리(2011–2013), 아트 파리(2011, 2016), 아르코 마드리드(2010), 스코프 바젤(2009–2011), 아트 두바이(2007–2009), 아시아 나우 파리(2017–2019) 등 국제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을 선보여 왔다.

수상 (선정)

민정연은 2011년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이 수여하는 메세나 청년작가상(Prix du Club des Partenaires)을 수상했다.

작품소장 (선정)

민정연의 작품은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현실 이면에 잠재된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

주제와 개념

민정연의 작업은 현실과 상상, 기억과 경험, 과학과 신화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화석을 수집하던 아버지의 영향 아래 자연의 생성과 시간의 축적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후 프랑스 유학을 거치며 존재와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적 질문들을 회화의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그녀의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뿌리, 종유석, 내장기관, 구름, 버섯과 같은 형상들은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세계의 상태를 상징한다. 이들은 자연과 인공, 생명과 무생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다.

작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대신, 현실 이면에 잠재된 또 다른 가능성의 세계를 탐색한다. 화면 속 공간은 실제 장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경험이 중첩된 가상적 공간으로 변형된다. 이러한 세계는 관람자에게 익숙함과 낯섦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며,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통상적인 인식 체계를 흔든다. 민정연이 구축하는 세계는 환상적이지만 현실로부터 분리된 도피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또 다른 시각의 장이다.

민정연의 작업에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사유가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한다. 특히 리좀(rhizome), 생성(becoming), 차이(difference)와 같은 개념은 작가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깊게 연결된다. 그녀의 화면 속 뿌리 구조들은 단순한 조형적 모티프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와 시간, 공간을 연결하는 리좀적 관계망을 상징한다.

이 연결 구조는 중심과 위계를 거부하고 무한히 확장되며,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와 가능성을 생성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세계를 하나의 고정된 질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적 네트워크로 제시한다.

결국 민정연의 작업이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것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그녀의 회화 속 인물과 동물, 식물과 구조물들은 명확한 경계를 잃고 서로 변형되며 공존한다. 이러한 생성의 과정은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넘어 보다 유동적이고 다층적인 존재 방식을 상상하게 만든다. 현실과 가상, 과거와 현재,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민정연의 세계는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경계와 정체성의 문제를 시적으로 재구성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형식과 내용

민정연의 작업은 회화와 드로잉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최근에는 설치와 공간 개입을 통해 회화의 물리적 경계를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구축된 이미지를 하나의 독립된 장면으로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복합적인 환경으로 구성한다. 화면에는 현실의 풍경과 건축적 요소, 유기적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상들이 공존하며, 원근법과 평면성, 구상과 추상, 서사와 비서사가 동시에 작동한다. 이러한 다층적 구성은 관람자로 하여금 하나의 시점에 머무르기보다 화면 안을 이동하며 다양한 관계를 발견하도록 유도한다.

작가의 화면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독창적인 형태 언어이다. 뿌리, 종유석, 내장기관, 균사체, 구름, 씨앗과 같은 형상들은 특정한 실재 대상을 재현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융합된 상태로 나타난다. 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하거나 증식하는 듯한 운동성을 지니며, 화면 속 다른 요소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이러한 형상들은 생물과 무생물, 자연과 인공,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경계를 흐리게 만들면서 작품 전반에 독특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관람자는 익숙한 대상을 발견하는 동시에 그것을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민정연의 회화는 극도로 정교한 제작 과정을 바탕으로 한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발전해 온 세밀한 점묘와 반복적 선묘는 작가 특유의 화면 밀도를 형성하며, 수많은 시간의 축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드로잉 작업은 작가에게 ‘호흡’과 같은 행위로 기능하며, 먹과 연필, 색연필을 이용한 치밀한 선들의 집적을 통해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반면 아크릴 회화는 보다 구조적이고 계획적인 화면 구성을 요구하며, 색채와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드로잉과 회화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지니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작가의 세계를 구성한다.

민정연의 작업은 환상적 이미지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초현실주의적 무의식의 재현과는 거리를 둔다. 그녀의 형상들은 상상력에서 비롯되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따라서 작품 속 환상은 현실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내부에 잠재된 또 다른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작가는 구체적인 서사를 제시하기보다 관람자가 스스로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회화를 하나의 사유 공간이자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확장시킨다.

지형도와 지속성

민정연의 작업 세계는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변화해 왔지만, 그 중심에는 일관되게 유지되는 조형적·개념적 관심사가 존재한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시간과 공간, 기억과 경험, 생성과 변형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화면 속 형상과 서사는 시대에 따라 변화했지만, 서로 다른 존재와 세계가 연결되고 확장되는 과정에 대한 관심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지속성은 민정연의 작업을 단순한 양식적 변주가 아닌 하나의 장기적인 사유의 궤적으로 읽게 만든다.

특히 뿌리, 종유석, 씨앗, 구름, 내장기관과 같은 유기적 형상들은 작가의 작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모티프이다. 이들은 특정한 상징으로 고정되기보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변주된다. 초기에는 낯선 생명체나 환상적 풍경의 일부로 등장했던 형상들이 이후에는 리좀적 연결망, 생성의 구조, 혹은 기억과 시간의 은유로 확장된다. 이러한 반복과 변형의 과정은 작품 내부에서도 중요한 원리로 작동하며, 민정연의 작업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태계처럼 연결한다.

작가는 또한 시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심화시켜 왔다. 초기 회화에서 나타났던 다중 시점과 공간의 중첩은 이후 반복되는 인물, 분열된 장면, 동일한 존재의 복수적 출현 등으로 발전하며 보다 복합적인 시간 구조를 형성한다. 그녀의 화면에서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상상이 동시에 존재하며, 사건은 진행되는 순간과 회상되는 순간을 함께 품는다. 이러한 시간관은 작가가 구축하는 세계를 하나의 고정된 풍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민정연의 작업이 지닌 지속성은 단순히 특정 모티프의 반복에 있지 않다. 그것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 자체의 지속성에 가깝다. 작가는 오랫동안 익숙한 것과 낯선 것, 현실과 가상,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질문해 왔으며, 최근 작업에서는 신화, 우주, 양자물리학, 생태적 상상력 등 보다 확장된 참조 체계를 통해 이러한 질문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작업은 언제나 존재의 가능성과 생성의 과정에 대한 탐구로 귀결된다. 민정연의 작업 세계는 하나의 완결된 체계라기보다 지속적으로 증식하고 연결되는 리좀적 구조에 가깝다. 이러한 개방성과 확장성은 동시대 회화 안에서 그녀의 작업이 오랫동안 유효하게 작동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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