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중의 작업은 현실의
불확실성을 감각하는 방식에서 출발해, 점차 ‘존재’와 ‘비존재’, 전경과
배경,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사회 안에 퍼져 있는 냉소, 불신,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을 드로잉, 회화,
콜라주, 만화적 이미지로 다루었다.
이 시기의
화면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물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인 서사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오브제와
기호를 병치하며 불안정한 상황을 구성한다. 이후 〈관념의 탑〉(2017)과 ‘관념의 탑’ 연작에서 작가는 시소나 저울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를
통해 균형과 불균형의 감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때 균형은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물체와 도형이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가까스로 유지되는 긴장 상태에 가깝다.
2018년
개인전 《정신적 태도》(갤러리조선, 2018)를 전후로 허우중의
작업은 보다 절제된 추상의 구조로 이동한다. 〈Hard to
See〉(2018), 〈Like My Scale
and Your Scale Cannot Be the Same〉(2018)에서 사물의 구체적인
형태는 점차 사라지고, 화면에는 선과 불완전한 형상, 비어
있는 듯한 배경이 남는다.
작가는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의 화면을 제시하며,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 또 어떤 형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과정에서 ‘이면’은 단순히 숨겨진 뒷면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 전경과 배경, 개체와 전체처럼 명확히 나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감각적·인식적 조건이 된다.
2019년
무렵부터 허우중은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인 낱말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생경함에 주목하며, 불안과 공허를
보다 추상적인 불확실성으로 다룬다. 〈사(恖)상누각〉(2019), 〈타이어 속 공기〉(2019), 〈A와 B〉(2019), 〈사상누각 2〉(2019) 등에서 이질적인 선,
곡선, 도형은 화면 안에서 서로 견제하거나 결속하며 하나의 위태로운 구조를 만든다.
개인전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갤러리바톤, 2019)은 이전의 ‘무게
중심’이 있던 공간에서 벗어나, 선과 곡선이 무지향적으로
부유하고 필요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공간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관심이 특정한 사회적
정서에서 출발해, 불확실성 자체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양상과 가능성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2020년
이후 작업에서 이 질문은 ‘존재’에 대한 탐구로 더욱 분명해진다. 《잔상의 깊이》(송은아트큐브,
2020)에서 허우중은 흰 여백과 배경,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뒤집으며, 관객이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을 배경으로 인식하는지 묻는다. 〈Awakening From Far Away(2)〉(2020), 〈Air Stratum(1)〉(2020) 같은 작업에서 선과 면은 단순한
추상 요소가 아니라, 보이는 단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전체를 추측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후 《무게의 궤도》(금호미술관,
2022), 《파노라마》(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2024), 《Square》(합정지구, 2024)로 이어지며, 작가는 하나의 도형이나 선이 화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 지지체, 관객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