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rag - K-ARTIST

Defrag

2017
벽에 드로잉 콜라주
가변크기

About The Work

허우중은 선과 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합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절제된 변주를 실험하며, 순수 추상을 구현해 왔다. 작가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에 관심을 두고, 떠오르는 다양한 다양한 사물의 이미지를 수집하고 탐구하며 그 속에 다층적으로 담긴 의미와 또 다른 이면을 회화의 형태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 

허우중의 작업을 가로지르는 중심적인 키워드는 이면(裏面)이다. 작가는 빛과 그림자, 전경과 배경, 개체와 전체 등 정확히 나누어 질 수 없는 관계를 통해 이면을 드러낸다. 이 키워드를 바탕으로 그는 대상을 안과 바깥에서 바라보고 사각지대를 찾아 표현하는 것, 그리고 표현된 대상이 타자 앞에서 또 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모습을 탐구해 왔다.

허우중은 추상을 완결된 조형 언어로 다루기보다, 존재와 인식의 관계를 실험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많은 추상 회화가 색면, 제스처, 평면성, 물질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허우중은 선 하나가 어떤 전체를 암시할 수 있는지, 비어 있는 공간이 실제로는 어떤 관계를 품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추측하는지를 묻는다. 

극단적인 단순함을 통해 이면을 드러내는 허우중의 작업은 전경과 배경, 개체와 전체의 유기적이고 불확정적인 관계를 재현하며 가시적 ‘존재’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비튼다. 다시 말하자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체와 배경, 부분과 전체가 계속 뒤집히는 그의 화면은 관객이 스스로 인식의 기준을 점검하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허우중이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Square》(합정지구, 서울, 2024), 《파노라마》(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대전, 2024), 《무게의 궤도》(금호미술관, 서울, 2022), 《스코어 오브 스코어》(챕터투/챕터투 야드, 서울, 2021), 《잔상의 깊이》(송은아트큐브, 서울,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허우중은 《반복의 기록》(챕터투, 서울, 2025), 《방향감각》(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23), 《Summer Love 2022》(송은, 서울, 2022), 《인덱싱 더 네이처: 가까운 곳 또는 먼 곳으로부터》(No.9 코크 스트리트, 런던, 2022), 《Rain Reading》(두산갤러리, 서울, 2021), 《Sharpness_작업의 온도》(일우스페이스, 서울, 2020), 《불안한 사물들》(남서울미술관, 서울, 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허우중은 금천예술공장(2021),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0), 챕터투(2019)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허우중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다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불확정적인 잠재태로서의 회화

주제와 개념

허우중의 작업은 현실의 불확실성을 감각하는 방식에서 출발해, 점차 ‘존재’와 ‘비존재’, 전경과 배경,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왔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사회 안에 퍼져 있는 냉소, 불신, 불안, 두려움 같은 감정을 드로잉, 회화, 콜라주, 만화적 이미지로 다루었다.

이 시기의 화면은 구체적인 사건이나 사물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직접적인 서사로 설명하기보다 서로 다른 오브제와 기호를 병치하며 불안정한 상황을 구성한다. 이후 〈관념의 탑〉(2017)과 ‘관념의 탑’ 연작에서 작가는 시소나 저울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를 통해 균형과 불균형의 감각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때 균형은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물체와 도형이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가까스로 유지되는 긴장 상태에 가깝다. 
 
2018년 개인전 《정신적 태도》(갤러리조선, 2018)를 전후로 허우중의 작업은 보다 절제된 추상의 구조로 이동한다. 〈Hard to See〉(2018), 〈Like My Scale and Your Scale Cannot Be the Same〉(2018)에서 사물의 구체적인 형태는 점차 사라지고, 화면에는 선과 불완전한 형상, 비어 있는 듯한 배경이 남는다.

작가는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의 화면을 제시하며,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이지 않는지, 또 어떤 형상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과정에서 ‘이면’은 단순히 숨겨진 뒷면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 전경과 배경, 개체와 전체처럼 명확히 나눌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감각적·인식적 조건이 된다.
 
2019년 무렵부터 허우중은 사물의 상태나 관념적인 낱말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생경함에 주목하며, 불안과 공허를 보다 추상적인 불확실성으로 다룬다. 〈사(恖)상누각〉(2019), 〈타이어 속 공기〉(2019), 〈A와 B〉(2019), 〈사상누각 2〉(2019) 등에서 이질적인 선, 곡선, 도형은 화면 안에서 서로 견제하거나 결속하며 하나의 위태로운 구조를 만든다.

개인전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갤러리바톤, 2019)은 이전의 ‘무게 중심’이 있던 공간에서 벗어나, 선과 곡선이 무지향적으로 부유하고 필요에 따라 모였다 흩어지는 공간으로의 전환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의 관심이 특정한 사회적 정서에서 출발해, 불확실성 자체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양상과 가능성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2020년 이후 작업에서 이 질문은 ‘존재’에 대한 탐구로 더욱 분명해진다. 《잔상의 깊이》(송은아트큐브, 2020)에서 허우중은 흰 여백과 배경,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뒤집으며, 관객이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을 배경으로 인식하는지 묻는다. 〈Awakening From Far Away(2)〉(2020), 〈Air Stratum(1)〉(2020) 같은 작업에서 선과 면은 단순한 추상 요소가 아니라, 보이는 단면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전체를 추측하게 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후 《무게의 궤도》(금호미술관, 2022), 《파노라마》(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2024), 《Square》(합정지구, 2024)로 이어지며, 작가는 하나의 도형이나 선이 화면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 지지체, 관객의 인식 속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를 탐구한다.

형식과 내용

허우중의 형식은 드로잉과 회화, 선과 면, 유채와 연필 사이의 긴장 관계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초기에는 만화적 이미지, 콜라주, 사회적 사건을 환기하는 오브제들이 화면에 등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적인 서사는 제거되고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선, 곡선, 도형이 중심이 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추상화 과정이라기보다, 대상을 둘러싼 인식의 조건을 더 적은 요소로 실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관념의 탑〉에서 보이는 나뭇가지, 솔방울, 기하학적 도형은 각각 독립된 대상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화면 안에서 서로의 무게와 위치를 결정하며 비전형적인 균형을 만든다. 이후 이 도상들은 점차 해체되고, 화면에는 선과 곡선이 남아 대상의 일부이자 전체를 암시하는 구조를 이룬다.
 
《선, 곡선 그리고 다채로운 움직임들》은 허우중이 선과 곡선의 조합만으로 화면의 운동감과 긴장을 구성하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타이어 속 공기〉에서 캔버스 외곽을 둘러싼 기본 도형은 작은 반원과 파상선을 붙잡고 있는 듯 보이며, 화면은 곧 회전하거나 튕겨 나갈 것 같은 잠재적 움직임을 품는다.

〈A와 B〉와 〈사상누각 2〉에서는 선과 곡선이 단순한 윤곽선이 아니라, 화면 전체의 색채감과 온도, 긴장을 만들어내는 중심 요소로 기능한다. 작가는 흰 바탕에 가늘게 그어진 선들만으로도 색채적 반향과 공간적 밀도를 만들어내며, 무채색의 화면 안에서 오히려 다채로운 시각적 감각을 발생시킨다. 
 
《잔상의 깊이》에서는 이러한 선의 구조에 원색과 면이 결합되며, 주체와 배경의 관계가 더 선명하게 문제화된다. 작가는 물감을 한 겹 입힌 캔버스 위에 계획된 연필 선을 긋고, 그 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른 색의 유화 물감으로 공간을 메운다. 이때 파란 배경 위에 흰 면이 놓인 화면은 우리가 흔히 ‘흰 여백’을 배경으로 이해하는 관념을 흔든다.

흰색은 비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존재를 획득한 주체처럼 보이고, 색면은 배경이면서 동시에 도형의 존재 조건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관객이 보이는 단면을 바탕으로 가려진 전체를 상상하게 하며, 존재의 확실성보다 인식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2022년 이후 허우중은 회화와 공간의 관계를 더 적극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무게의 궤도》(금호미술관, 2022)의 ‘Curve’ 연작은 하나의 패턴을 공유하는 30점의 작품이 공간 안에 유기적으로 배치되며, 각 작품이 독립적인 동시에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Circle’ 연작과 ‘Curve’ 연작에서 캔버스 사이의 여백은 빈 공간이 아니라 감춰진 패턴을 상상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파노라마》에서는 〈사恖상누각(5)〉, ‘흰 그늘’(2020) 연작, ‘L a y e r s’(2021) 연작, ‘Curve’와 ‘Circle’, 그리고 ‘Lines’(2024) 연작이 함께 제시되며, 선과 면, 이미지와 여백, 부분과 전체의 관계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Square》에서는 〈Rings〉(2024)와 〈Rings 3〉(2024)를 통해 전시장 전체가 지지체이자 제약으로 작동하고, 벽화와 회화, 리플릿, 관객의 이동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허우중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핵심은 불확실한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는 불안, 공허, 막막함 같은 심리적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이를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고정하지 않고 선, 곡선, 면, 프레임, 여백의 문제로 옮겨왔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차가운 기하학적 추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대인이 계속 마주하는 불확실한 상태를 감각적으로 다루는 작업에 가깝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주체와 배경, 부분과 전체가 계속 뒤집히는 그의 화면은 관객이 스스로 인식의 기준을 점검하게 만든다.
 
허우중의 독창성은 추상을 완결된 조형 언어로 다루기보다, 존재와 인식의 관계를 실험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는 데 있다. 많은 추상 회화가 색면, 제스처, 평면성, 물질성의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허우중은 선 하나가 어떤 전체를 암시할 수 있는지, 비어 있는 공간이 실제로는 어떤 관계를 품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부분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추측하는지를 묻는다.

〈사(恖)상누각〉에서 〈타이어 속 공기〉, 《잔상의 깊이》의 색면 회화, 《무게의 궤도》의 ‘Curve’ 연작, 《Square》의 〈Rings〉에 이르는 흐름은 하나의 대상이 화면 안에서 균형을 이루는 방식에서 출발해, 화면 밖의 공간과 관객의 상상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확장되어 왔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더 이상 캔버스 내부의 완결성에만 머물지 않는다. ‘Lines’ 연작은 식물의 줄기나 붓자국을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선을 통해 캔버스 바깥의 무한한 선을 상상하게 하고, 《Square》의 벽화는 전시장이라는 육면체 공간 자체를 회화의 지지체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작업이 오랫동안 부여받아온 ‘백색 추상’이나 ‘순수 추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선 긋기와 지지체, 공간, 협업, 임시성까지 포함하는 보다 유동적인 회화의 조건을 실험한다.

조현아 미술비평가가 지적하듯, 《Square》는 완성된 추상회화라기보다 ‘그어진 선’ 자체와 그것이 놓이는 상황을 드러낸 전시로 볼 수 있다. 이는 허우중이 기존의 정제된 화면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회화가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열어보려 했던 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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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정적인 잠재태로서의 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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