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 K-ARTIST

아시다시피

2018
합판, 각목, 스티로폼, 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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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

박지혜는 암묵적 합의를 매개로 하는 사회적 질서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최선이라고 믿는 가치 기준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다. 입체와 설치를 기반으로 하는 그의 작업은 글, 영상, 퍼포먼스까지 확장된 조형적 에세이의 형식을 띤다. 

그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선택의 기준과 판단의 틀이 실제로는 어떤 조건 위에서 형성되는지 살피며, 그 기준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색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업을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와 ‘조건’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박지혜의 작업은 ‘인간의 불완전성,’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수와 모순이 관계 안에서 다양하게 소화되는 모양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는다. 작가는 실패를 줄이는 효율적인 예술 생산 방식을 탐구하며, 작품에 형식, 규격, 단위로 구분되는 공산품, 디자인, 생활 양식을 차용하는 입체, 설치 작업을 전개해 왔다.

박지혜의 작업은 현시대의 요구와는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영역들에 주목한다. 불편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인식되는 영역과 사회 일반 가치 영역 사이를 메우고 있는 수많은 현실의 단계를 비추어 냄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고정적인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해방시킨다. 

나아가 최근의 작업에서는 작가 본인의 서사를 조금씩 확장하며, 거대한 시스템에 가려진 평범한 개개인의 작고 불완전한 이야기 조각들을 직조한다. 작가는 이제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말하기보다,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감정과 관계의 미세한 흔적을 더 오래 들여다본다. 

개인전 (요약)

박지혜가 개최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우리 집에 가자》(인사미술공간, 서울, 2024),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쉬, 인천, 2023), 《아들의 시간 1/2》(한국근대문학관, 인천, 2022), 《영광의 상처를 찾아》(송은아트큐브,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박지혜는 부산시립미술관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성곡미술관, 서울, 2025), 《밤의 터미널》(부평아트센터, 인천, 2024), 《SUMMER LOVE》(송은, 서울, 2022), 《미술원, 우리와 우리 사이》(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21), 《다층의 기록》(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양주,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박지혜는 부산 예술지구P(2024), 인천아트플랫폼(2023),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9)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Works of Art

인간의 불완전성이 만들어내는 모양들

주제와 개념

박지혜의 작업은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 기준과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선택의 기준과 판단의 틀이 실제로는 어떤 조건 위에서 형성되는지 살피며, 그 기준이 개인의 삶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색해왔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작업을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와 ‘조건’의 집합으로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진다. 〈실전작업요가〉(2015)와 〈헌신의 요가〉(2015)에서 드러나듯, 작업은 특정한 몸의 움직임과 환경 속에서 수행되는 과정으로 제시된다.
 
이후 그의 관심은 사회가 말하는 효율과 합리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결과로 확장된다. 개인전 《평범한 실패》(갤러리조선, 2018)에서 그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 기준이 만들어내는 모순적인 상황에 주목한다. 〈실패하지 않는 실패〉(2018)와 같은 작업은 결과의 평가를 뒤집기보다, 그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식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영광의 상처를 찾아》(송은아트큐브, 서울, 2019)에 이르면 관심은 상징과 믿음의 문제로 이동한다. 전시장에 놓인 오브제들은 특정한 의미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축적된 의미들을 동시에 호출한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여〉(2019), 〈home sweet home〉(2019) 등에서 나타나는 장면은 관람자가 익숙한 해석을 떠올리는 순간 그것을 흔들어 놓으며, 의미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만든다.
 
최근 작업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보다 구체적인 관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아들의 시간 1/2》(한국근대문학관, 인천, 2022),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인천, 2023), 《우리 집에 가자》(인사미술공간, 서울, 2024)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그는 가족과 세대, 생활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층위를 다룬다. 〈시차〉(2022), 〈ㅇㅇ〉(2022), 〈나의 섬〉(2022), 〈너의 성〉(2022) 등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관계의 거리와 감정을 드러내며, 개인의 경험이 어떻게 서로 어긋나고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박지혜의 작업은 조각과 설치를 중심으로 하되, 텍스트와 영상까지 함께 작동하는 구조를 가진다. 그는 특정 매체에 고정되기보다,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형식을 확장해왔다. 초기 작업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재료를 기능보다 구조와 조건의 단위로 다루는 태도다. 합판, 목재, 종이, 천 등 익숙한 재료는 규격과 치수에 맞춰 조합되며, 제작 과정 자체가 하나의 형식으로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신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한다. 작업의 크기와 무게, 이동 가능성 등은 모두 작가의 몸을 전제로 설정되며, 이는 작업이 물리적 조건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다. 〈실전작업요가〉가 작업을 위한 몸의 사용법을 언어로 제시했다면, 이후의 조각 작업은 그 조건을 실제 공간 속에서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2019년 전후의 작업에서는 오브제의 배치와 공간 구성 방식이 더욱 중요해진다. 《영광의 상처를 찾아》에서의 설치는 특정한 이야기보다는 장면의 조합에 가깝다. 각각의 오브제는 서로 상이한 문화적 믿음과 상징의 관계 속에 놓여 다른 해석을 유도한다. 이때 전시 공간은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의미가 충돌하는 환경으로 작동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형식이 보다 서사적인 장면 구성으로 확장된다. 〈나의 섬〉(2022), 〈너의 성〉(2022), 〈ㅇㅇ〉(2022) 등은 보다 서사적인 구조를 가지며, 관계의 거리, 오해, 배려와 같은 감정이 조각의 형태로 번역된다. 이어 《아들의 시간 2/2》(스페이스 빔, 인천, 2023)에서는 영상 매체가 중심이 되며, 사라지는 존재와 그것을 지우는 행위가 반복되는 이미지로 제시된다. 최근 《우리 집에 가자》에서는 다시 설치로 돌아오되, 세대와 지역을 가로지르는 서사를 공간 전체에 분산시키며, 조각·설치·서사가 결합된 구조를 완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박지혜의 작업을 관통하는 축은 사회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준과 질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몸과 감정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는 효율, 합리성, 믿음, 정상성처럼 쉽게 공유되는 가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살피면서도, 그것을 거창한 구호로 비판하기보다 구체적인 재료와 장면, 생활의 언어로 드러낸다. 이런 점에서 그의 작업은 제도 비판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생활 감각에 밀착되어 있다.
 
형식적으로는 조각을 출발점으로 삼되, 조각을 하나의 고정된 장르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소책자와 텍스트 작업, 계산된 설치 구조, 상징적 오브제의 배치, 단채널 영상으로의 이동은 모두 서로 다른 매체를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제의식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제작 조건과 신체 조건이 작업의 형식을 결정한다는 점, 그리고 그 현실적 조건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박지혜의 작업은 예술 생산 자체를 작업의 일부로 삼아왔다.
 
최근 작업으로 갈수록 작품세계는 개인의 경험과 서사를 중심으로 보다 구체적인 장면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는 이제 사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말하기보다, 그 구조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감정과 관계의 미세한 흔적을 더 오래 들여다본다. 《아들의 시간》과 《우리 집에 가자》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떤 결론보다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작은 배려와 오해, 무심한 듯 이어지는 말과 침묵, 그리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정서의 층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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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성이 만들어내는 모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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