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백화점의 작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유통되는 환상적 이미지에 대한 욕망이 신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온라인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미지, 릴스, 가상의 자아와 같은 ‘불온한 판타지’를 단순한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몸의 감각과 밀착된 경험으로 다룬다. 이러한
시선은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를 분리된 영역으로 보지 않고, 서로 침투하며 연결되는 감각의 장으로
인식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작가는 환상을 “서비스하거나 쫓는 일”로 정의하며,
소멸하기 쉬운 이미지를 붙잡기 위해 종교적 서사와 도상을 적극적으로 호출한다. 〈ઈ스킨케어신화ઉ〉(2022-2023)는 ‘신의 것을 훔치는 여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디지털 자아를 위한 신화를 구성한 작업으로, 소셜미디어
속 가상 신체와 현실의 몸이 겹쳐지는 지점을 다룬다. 여기서 종교는 믿음의 체계라기보다, 환상을 영속화하기 위한 언어이자 구조로 기능한다.
이후 작업에서는 피부, 체액, 염증과 같은 신체적 요소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디지털 이미지가 남긴 흔적이 물질의 상태로 전환된다. 〈탈락한 피부와
디지털 체액 편지〉(2022)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에서 흘러나온 신체의 잔여를 제시하며, 단체전 《끝에서 두 번째 세계》(하이트컬렉션, 2023)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의 몸을 구성하는 장면으로 확장된다. 이는
디지털 이미지와 물리적 신체가 대립항이 아니라, 뼈와 살처럼 공존함을 드러내는 접근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환상과
신체의 결합이 변신과 순환의 구조로 심화된다. 〈퓨어힘〉(2023),
〈AV.E-Maria〉(2024), 〈염증을
위한 구유〉(2024) 등에서 천사, 성모 마리아, 염증과 같은 종교적·비천한 이미지들이 겹쳐지며, 디지털 자아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추가하고 삭제하며 변형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가는 디지털 자아의 욕망이 현실의 육체와 분리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