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조합 - K-ARTIST

양아치 조합

2002
About The Work

미디어 아티스트 양아치는 2000년대 초 웹 기반의 작업을 시작으로 기술이 사회, 문화, 정치 등에 미치는 영향과 그 속성을 탐구해 왔다. 그는 설치, 영상, 글,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술과 얽혀 나타나는 현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는 동시에 다양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미디어의 영역을 실험하고 확장했다.

양아치는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지만 존재하는 세계와의 접점을 실험하며 ‘미디어’의 영역과 그 본질을 탐구해 왔다. 그의 작품 세계에 있어서 기술은 사회를 반영하고 그 안에 뒤엉켜 살아가는 인간과 비인간을 연결시켜주는 매체이자 잠재된 가능성의 세계를 바라보기 위한 장치이다.

개인전 (요약)

양아치는 2002년부터 현재(2025)까지 약 9회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신파》(2024, 문화공간 양, 제주), 《Galaxy Express》(2020, 바라캇 컨템포러리, 서울), When Two Galaxies Merge,(2017, 아뜰리에 에르메스, 서울), 《뼈와 살이 타는 밤》(2014, 학고재갤러리, 서울),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 III》(2009, 아트센터나비, 서울), 《양아치조합》(2002, 일주아트하우스, 서울)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양아치가 참여한 최근 개인전으로는 《합성열병》(2025, 코리아나 미술관, 서울), 《리퀴드 폴리탄》(2025, 부천아트벙커 B39, 부천), 《일시적인 것의 방-컬렉팅 미디어 아트》(2023, 아트센터나비, 서울), 《상어, 새로이 일주하다》(2021, 세화미술관, 서울), 《SF 2021: 판타지 오디세이》(2021, 북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더블 비전 (Diplopia)》(2020, 아르코미술관, 서울) 등이 있다.

수상 (선정)

양아치는 2010년 아뜰리에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양아치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기술과 사회의 복합적인 관계

주제와 개념

양아치의 작업은 기술과 사회의 얽힘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웹 프로젝트 〈양아치 조합〉(2002)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와 실재의 혼종성을 자조적으로 비판하며, 사회가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허상의 가치체계를 드러냈다. 작가는 기술이 단순한 진보의 수단이 아니라, 감시·통제·자본의 도구로 기능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이를 개인의 실존적 감각으로 전환시키는 작업들을 이어갔다.

〈전자정부〉(2003)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더욱 심화한다. 국가와 기업이 시민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사용하는지를 비판하면서, 기존 감시 체제를 역전시키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디지털 권력의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 작업은 개인의 데이터를 상품화함으로써 정보자본주의 사회의 기제를 시각화하는 동시에, 익명성과 실명성의 경계에 대한 사유를 유도한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국가에서 착안한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2008–2009) 연작은 미디어 기반의 허구적 내러티브를 통해 국가, 이데올로기, 기술의 삼중적 결합을 상상적으로 재구성한다. ‘미들 코리아’에 존재하는 ‘김씨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미가제 바이크〉(2008), ‘루머건’, ‘인공위성’ 등은 모두 기존 질서에 균열을 일으키는 장치로 기능하며, 통제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상상과 저항의 욕망이 담겨 있다.

2014년 학고재 갤러리에서 선보였던 개인전 《뼈와 살이 타는 밤》(2014)에서는 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사회 구조적 억압과 반복되는 역사적 폭력에 대한 감각적 환기를 시도한다. 작가는 권력의 시각적 통제에서 점차 비가시적인 시스템 통제로 전이된 오늘날의 병든 사회를 은유적으로 포착하며, 가시성과 감각의 한계 너머에 존재하는 현실을 탐색한다.

인터넷 기술을 통해 연결되는 심리적, 사회적, 국가적 현상들을 주로 다뤘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더욱 미시적으로 연결된 촘촘한 그물망들에 주목한다.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바라캇 컨템포러리, 2020)에서는 주체-객체, 인간-자연, 생명-사물 등의 경계를 해체하고 사물들의 네트워크의 세계를 은유한다.

형식과 내용

양아치의 작업은 초기에 웹 기반 인터페이스와 유저 참여형 구조를 활용하며 시작되었다. 〈양아치 조합〉(2002)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형식을 차용해 실제 상품처럼 보이는 가상 이미지를 판매함으로써, 웹 환경 속 상업적 코드의 작동방식을 예술적 언어로 전환했다. 이 시기 작업은 주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시뮬레이션과 퍼포먼스적 전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양아치는 다양한 감각 매체를 결합한 복합적인 설치 및 서사 중심의 영상 작업으로 확장해나간다. '미들 코리아: 양아치 에피소드'(2008–2009) 연작은 영상, 퍼포먼스, 드로잉, 오브제 등 이질적인 형식을 통합하면서도 강력한 서사를 중심으로 구조화된다. 특히 아트센터 나비에서 선보였던 에피소드 제3편은 실시간 감시카메라를 활용한 라이브 퍼포먼스 형식으로 전개되어, 시청각적 몰입을 넘은 공간적 경험을 유도한다.

개인전 《뼈와 살이 타는 밤》에서는 폐허와 동굴을 연상시키는 어두운 공간에 사진, 사운드, 조명, 조각 오브제를 배치하여 공포와 감각의 극한을 구현한다. 시지각 중심의 관람 방식에서 탈피해 청각, 촉각, 심리적 몰입을 유도하는 다층적인 설치 구조를 통해 감각적 전이의 가능성을 실험하였다. 이는 향후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감각 확장의 전조라 할 수 있다.

최근 개인전 《갤럭시 익스프레스》(2020)나 《레이첼》(아트센터 나비, 2023)에서는 기술 그 자체—라이다(LiDAR), 열화상 카메라, 5G, 디스코드 앱 등—을 매체로 삼아 신체를 대체하거나 확장하는 새로운 감각 기관을 시사한다. 이들 작업은 더 이상 시선의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비인간, 자연-인공, 신체-데이터가 연결되는 감각적 네트워크의 구성을 지향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양아치는 미디어를 단지 표현의 도구가 아닌, 존재의 방식이자 사회적 장치로 인식하는 작가이다. 초기 웹 기반 작업에서부터 최근의 기술기반 설치에 이르기까지, 그는 기술과 사회, 인간 사이의 다층적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조형화해왔다. 특히 데이터, 통제, 접속, 감시, 허구 등의 개념을 다양한 감각과 매체로 확장시킨 점에서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독자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감각-기술-사회’의 삼중 구조를 지속적으로 탐색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실험적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전자정부〉에서의 데이터 해킹 구조, 《갤럭시 익스프레스》(2020)에서의 비-인간적 시선, 《레이첼》(2023)에서의 모빌리티와 도시 인지 시스템 구축까지, 기술을 통해 세계를 재조립하는 방식이 점차 복합화되고 내밀화되었다.

양아치의 작품은 국내 주요 미술관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 해외 유수 기관에서도 주목을 받아왔으며, 이는 한국 미디어 아트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술의 비가시성, 감각의 확장성, 그리고 사회적 허구성에 대한 질문은 그를 포스트미디어 시대의 결정적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실재와 가상의 중간 지대, 감각과 기술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양아치는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경험하게 하는 독보적인 예술가로서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Works of Art

기술과 사회의 복합적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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