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를 전공한 장서영은
영상, 텍스트, 퍼포먼스,
조각, 설치를 결합하면서 시간 기반 매체인 영상을 공간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다뤄왔다. 초기부터 두드러지는 형식은 반복과 지연, 그리고 완결되지 않는 움직임이다. 〈상자〉에서는 화면에 글자가 입력되고 지워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상자
안에서〉에서는 퍼포머가 뒤섞인 문장을 기계적으로 낭독한 뒤 편집을 통해 문장이 재구성된다. 〈완전한
인간〉(2014)에서는 한 퍼포머가 작가와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고, 〈Lea는 누구인가?〉(2015)는 사진과 텍스트, 영상 속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한 사람의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묻는다.
〈나를 잊지 마세요〉(2013)에서는
보도사진에 손전등을 비춰 인물의 얼굴을 지우고, 〈납작한 세계의 구체〉(2016)에서는 덕수궁 출입제한구역의 로드뷰 이미지와 흰색 풍선을 결합해 영상의 평면성을 입체적 경험으로 전환한다. 이러한 작업에서 영상은 현실을 기록하는 화면에 머물지 않고, 이미지의
안과 밖, 실제와 가상의 관계를 다시 구성하는 조각적 매체가 된다.
작가는 신체가 경험하는
감각을 영상의 기술적 속성과 연결하는 방법도 발전시켜 왔다. 〈이름 없는 병〉에서는 2채널 영상과 루프를 활용해 끝나지 않는 신체적 구속을 보여주고, 〈Circle〉에서는 나선형 계단을 내려가는 인물과 대칭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반복되는 움직임을 신체 내부의 순환과
연결한다. 〈Until Your Name Is Called〉에서는
발레리나의 움직임과 영상 로딩을 연상시키는 회전 이미지를 병치하고, 〈Keep Calm and Wait〉에서는 명령형 문장의 반복으로 기다림과 통제의 상황을 만든다.
이러한 버퍼링, 반복 재생, 정지와
지연은 단순한 영상 효과가 아니라 신체의 불완전한 작동을 관객이 감각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후 〈크림〉의
피부와 가죽, 〈유어 딜리버리〉(2019)의 배송 과정, 〈슬립스트림〉의 자동차와 내비게이션처럼 일상적인 소재가 등장하면서 신체와 시간을 다루는 방식도 넓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통해 인간의 몸이 사물이나 기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리되고 이동하며 소모되는 상황을
구성한다.
《눈부신 미래》에서는
원형과 구체, 안구, 렌즈,
돔 등의 형태가 서로 연결되면서 시각과 시간에 대한 탐구가 전시장 전체로 확장되었다. 〈백내장〉과
〈렌즈탑〉(2019)은 이미지의 선명도가 점차 떨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AIR〉(2021)는
호흡과 신체 움직임을 유도하는 명상 영상의 형식을 통해 죽음에 가까워지는 시간을 체험하게 한다. 〈구, 돔, 파이프〉(2021)는
텍스트를 이미지와 공간을 연결하는 요소로 활용하며, 〈광선드릴〉(2021)은
빛과 시각의 관계를 긴 영상의 시간으로 확장한다.
《스키드》에서는 〈햄버거〉(2019), 〈스키드〉(2022), 〈드링크미드링크〉(2022), 〈파이프〉(2022), 〈무제〉(2022) 등이 자동차의 속도, 정보의 이동, 신체 내부의 액체 흐름을 매개로 연결된다. 특히 길게 뻗은 전시장과
파이프 구조물, 연속된 이미지들은 관객이 이동하면서 작품 사이의 관계를 직접 발견하도록 만든다. 영상과 입체, 드로잉은 각각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하나의 감각적
경로를 구성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최근 작업에서 이러한
공간 구성은 더욱 복합적인 전시 형식으로 발전했다. 《F.O.R.D.
매일 고치고 수리하세요》의 중심 작품인 〈Fix Or Repair Daily〉(2025)는 자동화된 이동 경로를 따라가는 신체를 통해 기술적 시스템 안에서 재조립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A의 실타래〉(2025)는
카세트테이프와 기록 매체의 변화, 가족 여행의 기억을 연결하며 데이터와 신체가 공유하는 소멸과 갱신의
시간을 다룬다. 또한 과거 작품인 〈탈피〉(2021)를 신작과
함께 배치해 작품의 의미가 전시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에서 더욱 확장된다. 〈올 노 그립〉(2025)과 조각 〈평활근〉(2025)은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약화되는 인간의 통제 감각을 다루고, 〈Exhausted〉(2026)는 자동차 배기장치를 연상시키는 조각으로
신체와 기계의 소진을 연결한다. 〈파이프 ver.2〉(2026)는 신체의 순환 구조를 과도하게 연장된 배관으로 구현하며, 〈안녕, 클라우드에서 만나요〉(2026)와 〈이 기억〉은 신체가 사라지거나
기억만 남은 이후의 상황을 영상으로 상상한다. 이처럼 작가는 영상의 반복과 편집에서 출발해 조각과 전시
동선, 관객의 신체적 경험까지 연결하면서 작품 사이의 관계 자체를 하나의 표현 형식으로 발전시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