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kak Cho, Remove the controls, 2014 © Youngkak Cho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서의 시각적 경험의 문제에 대하여

조영각 작가는 현대 사회의 디지털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찰해 오면서 특별히 디지털 매체에 있어서 인터페이스 영역의 변화가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이것을 바라보는 시점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매체의 발달은 인간의 생활뿐만 아니라 사유 방식과 예술의 개념까지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였지만 디지털 세계의 도래는 인간의 사유 체계에 근본적인 전환을 요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의 삶을 살아가면서 동시에 가상공간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고 사물을 인지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왔다.

디지털 기기에 휩싸인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인간은 자연계 속의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디지털 기기와 상호작용하며 혼합현실을 살아가는 새로운 존재로 탈바꿈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형이상학적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인간 존재에 질문을 새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 디지털 시대의 인터페이스 환경에 있다고 보고 이를 작업을 통하여 면밀히 고찰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라는 것은 일종의 언어적 경계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어적 확장이 일어났고 그에 따라 감각과 사유의 영역도 확장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디지털 매체 환경의 도래는 그림이나 문자 혹은 인쇄매체나 사진, 영상매체와 같은 물리적 매체환경 변화에 따라 확장된 공간개념과 그에 따른 사유의 변화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현실의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건이자 변화를 가져왔다. 그래서 그 언어적 경계면을 심도 있게 고찰하는 행위는 디지털 시대의 의미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근본적이고 적절한 시도중 하나일 수 있다고 본다.

조영각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들은 이러한 작가의 시각을 잘 나타내고 있다. 특히 〈the society of signal〉이라는 작업에서는 리모콘이나 웹공간의 동영상을 작동할 때 흔히 사용하는 ‘stop, play, rewind, forward’와 같은 버튼의 아이콘을 각 단위마다 영상 화면의 프레임으로 치환하여 보여주면서 그 명령어처럼 영상이 정지되거나 플레이되고 되감기거나 앞으로 진행하게 되는 영상들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기 사용자들은 무심히 버튼을 눌러왔었지만 그 명령어가 하나의 시각적 틀이 되어 다가오게 되자 아이콘은 단순한 기계와의 소통 언어가 아니라 사물을 인식하고 감각하는 데 있어서 세상을 보는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remove the controls〉에서는 마우스 RC카에 마우스 아이콘을 부착하여 조이스틱으로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2차원의 모니터 속에서 가상적으로 보아왔던 마우스의 지시점을 현실에게 만나게 만든다. 디지털 기기의 인터페이스 자체를 현실 공간에서 사물화 하여 보여줌으로써 가상공간이 존재론적으로 눈 앞의 현실과 구분할 필요가 없는 살아있는 현실들이 되어버린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Youngkak Cho, Error of Error, 2014  © Youngkak Cho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시해 준다. 그 한 가지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기들로 인하여 디지털 기기와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어서 관계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인간과 디지털기기 사이의 인터페이스의 변화와 발전으로 디지털기기는 더 이상 물질적 도구나 대상이 아니라 확장된 신경망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적으로 소통하게 되는 인터페이스의 변화로 말미암아 인지 방식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오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단순한 인식의 영역에 대한 변화가 아니라 생물학과 물리학의 융복합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제 인간은 디지털기기와 결합하여 공진화의 과정을 시작한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인간의 존재론적 위치에 대한 전통적 시각을 수정하게 만든다.

그림과 문자와 같은 인간 매체로부터 종이나 인쇄술의 발전으로 인한 물리적 매체에 이르기까지의 변화 과정에서도 인식할 수 없었던 주체관에 대한 재해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디지털시대의 인터페이스 환경에 길들여진 코드화된 인간에 대해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인간과 디지털 기기 사이에서 인터페이스의 변혁이 일어나면서 인간과 물체가 일정한 코드로 일체화 되는 상황에서는 예견하지 못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문화적 상황에서 유형화된 인터페이스는 사이보그로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인공지능과 같은 인간의 지적 체계의 물리적 경계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간의 경험과 관련된 현대의 일부 상업 디자인이나 광고 제작에서처럼 인간의 무의식마저 코드화 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에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조영각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이에 대해 어떠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가 생각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단지 하나의 접근 방식만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의 작업 속에 관객들은 상호작용하면서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돌출되어 나온 인터페이스를 경험하거나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세계관적 시각 프레임으로 다가오는 상황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관객은 그저 그 게임을 해나가면서 그 경험에 대한 자신만의 경향성을 확인하게 될 뿐이다. 사실 이 디지털적 문화환경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나 해답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민감하게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조영각 작가는 게임이라는 일종의 놀이 방식으로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현재를 관객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하나의 물질적 아트웍으로서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프레임을 자각하는 시각적 구조물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을 보게 되면 어쩌면 이 시대의 예술은 이처럼 어떠한 대상이나 방향을 보여주기 보다는 결국 현재의 이 시스템 자체를 노출시키는 것이 이 시대에 있어서의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