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애의 형식은 공간을
측정하고, 분해하고, 다시 배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는 전시장의 바닥, 벽, 모서리, 천장, 선반, 빛과 같은
조건을 작업의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정보로 받아들인다. 《위옆옆아래》에서 접힌 알루미늄
보드와 장지는 바닥의 그리드와 만나 드로잉이 되면서 동시에 조각이 되고, 관객의 위치에 따라 다른 차원의
공간을 열어 보인다. 이때 작품은 독립적인 오브제라기보다 공간의 구조와 관람자의 시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장면에 가깝다.
《Not Just Tiny But Abstract》에서는 수치, 좌표, 각도, 길이 같은 비가시적 정보가 스테인리스 스틸 선, 실, 아트북, 색상값으로
변환된다. 작가는 정보를 가능한 한 정확히 실측하지만, 그
결과가 공간 전체를 완전히 규정할 수 없다는 점을 오히려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거대한 아트북의 페이지를
넘기고 구기며 정보를 시각, 촉각, 소리로 경험하게 하는
방식은 정보가 추상적 데이터에 머무르지 않고 신체적 경험으로 체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신애에게
조형은 어떤 대상을 닮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보를 다른 형태로 옮기고 그 변환 과정에서 생겨나는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2020년대
이후 작업에서는 디지털 모델링과 렌더링, 스크린적 평면, 디지털
머티리얼이 주요한 형식으로 등장한다. 《로맨틱 스토리지》(SeMA 창고, 서울, 2022)는 과거 시약 창고였던 공간을 파편화된 정보가 잠시
저장되는 장소로 해석하고, 이진법으로 변환된 정보를 구조물로 설치해 관객의 시선을 이동시킨다. 《평면긋기》의 3D 렌더링 작업들은 물리적 공간을 디지털 평면으로
떼어내고 다시 전시장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공간과 이미지, 표면과
레이어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디지털을 기술적 효과로 과시하기보다, 공간을 감각하고 이해하는 또 다른 물질적 조건으로 다룬다.
《무늬사건》과 《code of engagrment in flat forest》(Hošek
Contemporary, 베를린, 2025)는 디지털 구조와 자연적 패턴을 연결하는 최근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무늬사건》에서 무늬목은 나무가 축적한 생물학적·환경적
정보의 표면이며, 디지털 구조는 촉각은 없지만 이미지의 의미와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보의 층으로
작동한다.
《code of engagrment in flat
forest》에서 김신애는 # FlatForest를 통해 자연 숲의 복잡성과 디지털 공간의
유기적 패턴을 결합하고, 사운드와 움직임, 탄성 있는 선의
구조 속에서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적 감각이 만나는 장을 만든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드로잉과 설치, 디지털 이미지, 자연 재료, 관객의
이동이 서로 관계 맺으며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