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THE VOLUME OF VOID》 © YPCF

《없었던 사라짐》은 사라짐의 불완전성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사라짐이 없어졌기에 비로소 실재實在로 귀환한 상태를 상상하게 하며 이 전시의 출발인 안개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즉 안개로 인해 눈앞에 있던 존재가 사라진 상황은 시각 정보가 유실된 상황에서 오는 감각의 오류일 뿐, 실제 안개 안의 나와 본래의 주변 상황은 그 상태 그대로다. 하지만, 반투명한 장막의 겹들이 점차 걷히며 보이게 되는 현재는, 눈앞에 본래 있던 개체의 좌표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과거의 모습과 동일한가에 대해 회의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안개가 훑고 간 지금의 내가 그 전의 나와 같은 지에 대해 자문해 보면 그것이 같거나, 같지 않다, 그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중간 어느 지점에 놓여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짐에 대하여』중)는 장 보드리야르의 말처럼, 우리는 사라지는 과정에서 새로이 발생한 먼지들과 미처 사라지지 못한 먼지들을 미세하게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