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 Jihyun, Net-Being, 2012, Discarded fishing lamps, LED, water, salt, speakers, Dimensions variable © Boo Jihyun

작가 부지현의 작업에는 어부들이 사용했음직한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두운 밤 어선에서 물고기가 모이도록 하기 위한 집어등이나 나룻배 그리고 간혹 보이는 소금마저도 어촌 마을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소재이다.

작가가 이러한 소재들을 주로 다루게 된 데에는 그가 성인이 되기까지 대부분 도시에서 자라왔기에 유소년기 시절의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고향이 제주도이기 때문에 대학생활을 할 때에는 고향의 바닷가를 많이 오가게 되었고 이때 바다 풍경을 접하게 되면서 나룻배나 집어등과 같은 사물에 강한 인상을 받게 된 것을 보면 삶에서의 경험적 측면도 원인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가가 나룻배나 집어등과 같은 어촌지역의 사물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가 점차 알아가게 된 것은 어부들의 삶이며 그들의 현실이었다. 그 현실은 일반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작가가 대학생시절 자주 스케치하며 그려왔던 나룻배와 바닷가의 풍경들이 이 어부들에게 있어서는 척박한 현실이라는 점을 어부들과 대화하면서 차츰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


Boo Jihyun, Net-Being, 2012, Discarded fishing lamps, LED, water, salt, speakers, Dimensions variable © Boo Jihyun

일반적으로 바닷가를 상상한다면 고요한 바다에 파도가 잔잔하게 출렁이고 낚시도구와 나룻배가 널려 있으며 하늘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는 아름다운 바닷가의 모습을 이야기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로운 바닷가 모습 이면에는 어부들은 집어등을 켜고 밤을 새워 고기를 잡았던 시간들이나 수 많은 시간을 추위 혹은 비바람과 싸우며 고기잡이를 하는 시간들, 그리고 그 결과 고장난 배와 수명이 다한 집어등과 같은 기구들을 모래사장에 버려두는 장면이 숨어 있을는지 모른다.

부지현 작가는 최근까지의 작업에서 전시공간에 아름다운 야경과 같은 환상적인 공간을 만들어 왔다. 어부들이 사용했을 법한 집어등을 전시장의 한쪽 구석에 쌓아서 흘러내리는 것처럼 배치하거나, 허름한 나룻배 안에서 집어등이 거품처럼 흘러 넘쳐 나오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른 작업에서는 마치 엄숙한 사원의 풍경처럼 질서 정연하게 정렬시키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작업들에서는 모두 집어등 사이로 푸른색의 환영적 빛이 새어 나오도록 하여 마치 종교적 명상의 공간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작업을 자세히 보면 그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공간적 연출과는 달리 작가가 사용한 집어등은 대부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았거나 깨지고 고장 나서 사용할 수 없는 폐집어등이며 그 낡은 집어등 사이의 파란 불빛들은 집어등의 빛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LED조명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그의 작업에서 흥미로운 점은 멀리서 작품이 설치된 공간을 바라볼 때에는 아름다운 푸른빛이 투명한 집어등 사이에서 난반사 되면서 만들어낸 공간으로부터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받게 되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가서 그 집어등을 보게 되면 신비한 느낌보다는 낡고 깨져서 사용할 수 없기에 버려진 폐기물의 일부처럼 보이는 적나라한 실체를 만나게 되는데 있다.

그리고 그 집어등 하나 하나에는 배의 이미지가 프린트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즈음이면 그 집어등이 그 사물이 원래 사용되었던 어느 공간, 어느 시간을 지시하는 상징물이거나 적어도 아름다운 환영 공간과는 전혀 다른 신호들이 감춰져 있는 이중적 신호의 구조를 함축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눈으로 보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영역들이란 그 실체가 환영들일 수 있으며 직시해야 할 현실이란 오히려 그 환영의 이면에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 여러 흔적들에 흩어져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각적 현실과 존재적 현실 사이의 간극이 심지어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처럼 멀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작가에게 있어서 눈에 보이는 현실들은 어쩌면 이미 환영일 수 있으며 현실을 읽으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이 시각적 오류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Boo Jihyun, Resting (休), 2010, Discarded fishing lamps, salt, LED, Dimensions variable © Boo Jihyun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보면 사실 어부들처럼 냉엄한 현실을 매일마다의 삶에서 경험하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그들은 매일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파도와 싸워야 하고 낮이든 밤이든 육체노동을 통하여 바다에서 얻어낸 산물들을 통해 삶을 유지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 배와 집어등이라는 상징적 소재에 꿈이나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숭고한 공간을 마주치게 만든 것은 환영과 현실의 경계 즉 낭만적 시선과 척박한 삶이 마주치는 경계 지점의 첨예한 대립적 상황설정을 통해 결국 이율배반적인 현실 혹은 현실로 착각할 만큼 정교해진 가상의 또 다른 현실 사이를 떠돌고 있는 현대인에 대한 알레고리를 던져주고 있는 것일는지 모른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