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의 작업은 일상
속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이미지, 사물, 취향, 욕망을 관찰하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동시대의 가치관을 드러내는지
탐구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 작업에서 작가는 사회 안에서 억압되는 자아, 성적 욕망, 효율성과 쓸모에 대한 강박을 회화적 오브제와 설치로
다루었다.
《위로는 셀프》(OCI미술관, 2013)에서 그는 사회적 인정과 수상 제도가 만들어내는 모범생 콤플렉스를 비틀고, ‘Pull & Push’(2013) 연작에서는 장난감, 스포츠
도구, 가구의 형태에 성적 모티프를 결합하며 합리성과 생산성만을 가치로 삼는 사회적 기준에 질문을 던졌다. 이 시기의 작업은 욕망을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보다, 욕망이 기호와
사물의 형태로 어떻게 바뀌어 나타나는지를 실험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2018년
개인전 《The Gold Terrace》(아트딜라이트) 이후 이미정의 시선은 동시대의 주거 환경과 셀프 인테리어 문화로 이동한다. 작가는
대리석 시트지, 금빛 스프레이, 접이식 가구처럼 원본의 물질적
가치를 갖지 않지만 시각적으로 그럴듯한 효과를 내는 사물들에 주목했다.
〈Table with a hidden face〉(2018), 〈Super floor〉(2018), 〈Flat-pack: plaster series〉(2018), 〈Green plate series〉(2018) 등에서 사물은 실제 기능을
수행하는 가구라기보다, 기능과 효율, 취향과 계층, 소비 욕망을 압축한 기호로 나타난다. 작가는 이러한 사물들을 단순히
비판하거나 조롱하지 않고, 제한된 조건 안에서 최대한의 만족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동시대인의 태도로
읽어낸다.
《Sandwich Times》(송은아트큐브, 2020)에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개인이
소유하고 싶은 이미지와 사회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취향이 드러나는 장소로 확장된다. 〈Daily pledge〉(2020), 〈Wall system for concentration〉(2020), 〈Wall system for Black square〉(2020), 〈Sky blue : layered landscape〉(2020) 등은
현관문, 벽면, 창문, 한강
뷰 같은 주거 이미지들을 통해 오늘날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 꾸미고, 보여주고, 욕망하는지 드러낸다.
‘샌드위치’라는
제목처럼, 작가는 현재 세대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실제 삶과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를 회화적 장면으로
구성한다.
2022년
개인전 《SUITE》(지갤러리)를 기점으로 이미정의 관심은 주거 이미지에서 얼굴과 신체 이미지로 확장된다.
‘Striking feature(s)’ 연작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보정되고 파편화되는 얼굴 이미지, 온라인상에서 반복되는 큰 눈, 굴곡진 코, 각진 턱 같은 미적 기준을 다룬다. 〈Striking feature(s)_SUITE_01-01_w.d〉(2022)에서
얼굴은 더 이상 하나의 고정된 초상이 아니라, 여러 이목구비와 뷰티 도구, 시점과 선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집합적 형상으로 떠오른다.
최근
《사랑의 이름으로》(프로젝트 스페이스 언더 레이어,
2025-2026)와 《사물의 시간》(아뜰리에 아키,
2026)에 이르면, 작가는 집 안에서 반복되는 가사노동,
생활의 효과, 시간 속에 놓인 사물을 통해 보이지 않는 노동과 감정, 사물이 매개하는 기억과 경험으로 관심을 넓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