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이는 영상,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드로잉, 워크숍, 아티스트북을 가로지르며 작업한다. 그의 작업에서 매체는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몸에서
몸으로 전해지는 감각과 지식을 나누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 초기 작업인 〈Double Gaze〉(2018)와 〈Auspicious Practice〉(2020)는 스트레스성 자가면역
질환으로 탈모를 겪는 여성의 경험을 다루며, 몸의 피로와 사회적 시선,
치유와 정체성의 문제를 영상으로 탐색한다. 이 시기 작업에서 몸은 개인적 증상을 드러내는
장소인 동시에, 가족, 사회, 문화, 생태적 환경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질문하는 출발점이
된다.
《내가 헤엄치는 이유》
이후 요이의 작업은 제주 바다와 해녀 공동체를 만나며 보다 관계적이고 다성적인 형식으로 전환된다. 〈Water Remembers〉는 4채널 사운드를 통해 고이화 해녀와
이웃 해녀들의 기억을 겹쳐 놓는다. 한 방울의 빗소리가 파도와 폭풍의 소리로 번지고, 물에 뛰어드는 소리와 해녀들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개인의 기억은
공동체적 사운드스케이프로 확장된다. 설치 작업 〈불턱〉(2023)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몸을 데우며 정보를 나누던 제주 바닷가의 공동체 공간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온다. 이
작업은 관객이 물과 몸, 여성적 글쓰기, 연대의 가능성을
함께 사유할 수 있는 또 다른 불턱의 형식을 제안한다.
2025년
개인전 《숨 고르기》(포에버 갤러리, 서울, 2025)는 물의 감각을 숨의 리듬으로 확장한다. 전시는 아티스트북
『요이: 내가 헤엄치는 이유』, 리서치 드로잉 시리즈 ‘말하는 물, 쓰는 몸,
04-13’, 설치 작업 〈물살 1-2〉, 퍼포먼스
〈숨 오케스트라 Act 3〉를 통해 바다와 해녀로부터 배운 숨의 언어를 듣고, 읽고, 감각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낭독, 퍼포먼스, 드로잉, 설치를 병치하며, 물속에서 익힌 감각이 어떻게 소리와 글, 몸짓과 공간으로 다시 번역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때 전시는 단순한
관람의 장소가 아니라, 기록과 기억, 몸과 말 사이의 거리를
천천히 좁히는 실험의 장이 된다.
‘숨
오케스트라’ 연작과 〈Ellipses II〉(2025)는 이러한 형식적 확장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숨 오케스트라’는 해녀의 구술 전통과 호흡법을 바탕으로 워크숍, 리허설, 집단 청취, 퍼포먼스를 반복하며,
숨을 살아 있는 지식으로 다룬다. 《제 25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 2026)에서 선보인 〈Ellipses II〉는 물과 뭍의 경계에서 사라져가는 해녀 공동체의 감각을 영상, 사운드, 이미지로 기록하는 다매체 설치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 타원과 말줄임표는 완결된 원이나 닫힌 서사가 아니라, 망설임과
반복, 불완전한 전달의 과정을 상징한다. 해녀들이 사용하는
테왁을 함께 만들고 더듬는 행위는 불완전한 몸의 연장선이자 동반자로서의 도구를 통해, 말로 다 담기
어려운 기억과 감각을 다시 불러내는 방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