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슬아의 작업은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등 서브컬처의 서사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뒤섞이는 지점을 탐구하는 데서 시작된다. 초기
개인전 《리버스 엣지(REVERSE EDGE)》(공간 일리, 서울, 2019)에서 드러나듯, 그는
오카자키 쿄코의 “RIVER’S EDGE”를 오독한 개념을 바탕으로,
경계 밖에 위치한 존재들의 불안정한 상태를 시각화했다. 이때 경계는 단순한 공간적 구분이
아니라, 인식과 존재 조건을 나누는 구조로 작동하며, 작가는
그 틈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혼란에 주목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여성 영웅 서사’와 결합되며 확장된다. 〈루어(Lure)〉(2021), 〈소울
피싱(Soul Fishing)〉, 〈세 개의 속이 빈 악마
머리(Three Hollow Devil Heads)〉 등에서 나타나듯,
주슬아는 신체를 자유롭게 변형하고 차원을 넘나드는 캐릭터에 주목하며, 인간의 신체와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상태임을 전제한다. 이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신체와 자아가 재구성되는
방식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개인전 《손가락을 포탈에
넣기》(더 그레잇 컬렉션, 서울, 2022)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차원 전이의 순간’에 집중된다. 포탈은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이자 인식이 전환되는
경계로 설정되며, 〈손가락을 포탈에 넣기〉(2022)을 중심으로
관객은 이 경계를 통과하는 감각적 경험에 놓이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동 자체보다, 이동 직전과 직후 사이에 발생하는 불확정적 상태이다.
이후 《노멜의 추적일지》(SeMA 창고, 서울, 2023)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보다 구체적인 사물—레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느 날 레몬 옐로우가 사라졌다〉(2022)에서 보이듯, 작가는 사물의 변이 과정을 추적하며 그것이 지닌 물질적·사회적·정보적 층위를 드러낸다. 레몬의 색이 사라지는 현상은 유통 구조와
데이터화, 포스트휴먼적 존재 조건으로 확장되며, 사물과 인간
모두가 변이 가능한 존재라는 인식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