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itary Meditation》 포스터 © 두산갤러리

Solitary Meditation ; 현대 조각과 한국 젊은 조각가들의 초상
 
최근 세계 유명 옥션이나 아트페어 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판매기록이 갱신되고 있으며, 중국이나 인도 등 동양의 신흥 국가들이 현대미술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는 등 이제는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현대미술의 붐이 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계 현대미술계의 이러한 동향은 이미 전세계가 지식과 기술사회를 넘어서 이미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이제 국가의 부와 수준의 척도는 문화예술의 생산과 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문화 인프라의 구축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한국의 현대미술도 상당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제 미술은 소수의 자본가나 부유층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인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따라서 두산갤러리 서울이 올해의 방향으로 정한 《Korean Young Artist》는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판단되며 이제 그 세 번째로서 조각 분야의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최근 세계 현대 미술계는 과거 어느 시기 못지 않은 다양한 이슈와 작품의 각축장이 되고 있으며 이제는 문화예술도 하나의 국가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국가간의 경쟁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삶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현대조각의 발전과정과 지금 당대의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고, 지금 현재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현대 조각가들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보는 것은 많은 의의가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지용호, 〈Line 4〉, 2008 © 지용호

현대조각의 탄생
 
서양의 조각은 인간의 신체가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의 미메시스(Mimesis)라는 신인 동형론(Anthropomorphism)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따라서 그리스 시대의 조각가들은 인간 신체의 이상적 규범(canon)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신의 완벽한 형태를 이 지상에 재현해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그들의 믿음은 르네상스의 미켈란젤로를 통하여 다시 부활하였으며, 이후 미술사가들은 로댕에 의해 서양 전통조각의 이상이 마침내 이 지상에 재현되었다고 평가한다. 이후 대상을 재현해내는 조각을 통해서는 더 이상 이룩할 것이 없음을 깨달은 마르셀 뒤샹은 '일상 물품의 차용'으로서의 오브제를 미술의 영역에 편입시킴으로서, 미술 해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게 되었다.
 
이후 앤디 워홀을 통하여 오브제는 '일상적 사물의 미술화'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현대조각(Contemporary Sculpture)'으로서 미술사의 중심에 자리매김 하면서 이제 현대 조각은 슈퍼마켓에서 미술관으로 수직 이동한 브릴로 상자와 화장실의 변기를 자신들의 직접적 조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탄생한 현대조각은 이후 Installation 이나 Media Art, Conceptual Art 등으로 확장되면서 오늘날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형태의 미술과 주장이 난립하게 되었으며, 작가들에게는 과연 이 시대에 진정한 의미의 예술작품이 가능한가라는 물음 자체가 그들의 미학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현대미술은 아더 단토의 말대로 이제는 외적인 형식만을 가지고는 예술품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는 '지각적 식별 불가능성(indiscenability)'의 시대를 맞이하였으며 결과적으로 현대조각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모가 아닌 타인에 의해 인정받아야만 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 구상조각의 현황
 
1991년 말 영국의 Tate modern을 시작으로 1992년 Anthony Doffay갤러리에서 열린 Gerhardt Richter의 개인전은 이후 2002년 뉴욕 MoMA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이어지면서 전세계에 회화의 복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이후 회화는 첨단 신무기로 무장한 사진가의 강력한 도전에 맞서 자신들 고유의 영역인 '재현'의 아성을 구축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회화 뿐 아니라 조각의 영역에서도 전통적 조각의 부활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사실 이미 1980년대 후반 제프 쿤스를 필두로 다시 부각된 전통적 조각방식은 뒤샹으로부터 시작된 오브제와 동등한 또 하나의 현대 조각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전통적인 조각이 이미 이룩해 놓은 아성을 넘어설 수 있는 진정한 대안은 없었다. 따라서 즉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미학과 미술품의 창작보다는 혼성모방(Pastiche)이나 이종 교배(hybrid)등을 통한 혼합만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제프 쿤스가 마이클 잭슨과 같은 이 시대의 대중적 우상들을 전통적인 조각의 형식을 빌어 표현한 것은 전통적 조각의 현대적 변용에 다름 아니며, 데미안 허스트가 동물을 포름 알데히드가 담긴 수족관에 넣어 보여준 일련의 작품들은 살아있는 생물로까지 확장된 오브제의 극대화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조각은 자신의 피로 두상을 만든 마크 퀸 처럼,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추구할 수 없는 자신들의 상황을 자신의 피를 통하여 절규해야만 하는 시뮬라크르적 한계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지용호, 〈Bull Head 3〉, 2008 © 지용호

1980년대는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한국 현대 미술의 정체성과 자생적 미술이 논의되기 시작한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난지도 혹은 메타 복스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젊은 미술가들은 한국적 모더니즘의 작위적이고 정치적인 미술판에 반기를 들면서 조직적이고 이론적인 학습을 통하여 해체적인 설치미술과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선보이면서 한국 현대미술에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세계적인 포스트 모더니즘의 흐름에 따라 등장한 선데이 서울, 뮤지엄, 타라 등의 그룹운동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현대미술은 미약하나마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에 편승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러한 흐름을 기반으로 등장한 대표적인 작가들이 바로 최정화, 서도호, 이불 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정화는 한국적 포스트 모더니즘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가로서 우리나라 고유의 시대상의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통적 조각방식은 물론 인스털레이션과 오브제 조각 등 현대 미술에 있어서의 전 방위적 전략과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서도호는 전쟁의 폐해와 같은 인류 공통의 이슈를 대한민국의 사회적, 정치적 이슈와 오버랩 시키는 조각이나 인스털레이션으로 조형화하여 그 작품세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불 역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는 '노래방' 작업을 시작으로 MoMA에서 전시장에 죽은 생선을 설치하여 공간을 생선 썩는 냄새로 진동시킨 작업으로 이슈화 되면서 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다.
 
이들에 이어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참가한 이형구나 올 해 맨체스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권오상 등이 바로 오늘날 한국 현대조각의 세계적인 위상과 위치를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현대 조각가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형구의 작품은 전통적인 탄탄한 구상조각에 기초를 두면서도 기발한 상상력과 인류학 등의 인접학문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이면서 많은 주목 받았으며, 권오상은 조각의 전통적 개념을 뒤집는 작업과 조각의 평면화라는 개념과 함께 끊임없이 정통 조각의 정체성을 문제 삼으면서 현대에 재위치 시키려는 야심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들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계 미술계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정체성을 잃지 않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즉 이들은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 모더니즘을 반대하는 양식, 혹은 그 둘을 아우르는 변증법적 방법으로서가 아니라 '세계인으로서의 보편성'과 동시에 철저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어야만 살아남는 현대조각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용호, 〈Shark 6〉, 2008 © 지용호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 다음의 세대에 해당하는 작가들 중 하나가 바로 이번 전시에 선정된 김현수, 지용호, 최수앙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서구의 전통적 구상조각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현대에 새롭게 등장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과 현대인이 처한 공통적인 문제에 대한 작가로서의 고민을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방식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조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한국적 맥락에서 작가 자신의 정체성과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작가들이라 판단된다.
 
김현수는 정밀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상실된 자아나 혹은 고독한 현대인의 자화상, 혹은 개인 내면의 꿈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로서 그의 탁월한 조형성으로 볼 때 앞으로 더욱 더 그 가능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라 판단된다.
 
지용호는 폐타이어를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작가로서 그의 작업의 주제는 점점 더 물질화되어 가고 본질을 상실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기형화된 동물, 뮤턴트라는 일련의 주제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최수앙은 스컬피와 우레탄을 이용하여 사람의 형상을 매우 극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로서 때로는 초현실적으로 때로는 비정상적인 느낌의 조각을 통하여 홀로 고립되고 변질되어가는 우리 인간의 현실적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이들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은 세계적인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잃지 않으면서도 개인적인 관심과 주제를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선정한 《Solitary Meditation》은 말 그대로 현대 조각이 처한 시대적 상황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이를 고민하고 지속적인 명상과 인내로 극복해내야만 하는 예술가적 태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는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전환기에 있으며, 첨단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하여 그 속도와 전개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또한 근대 이후 서구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던 물질문명이 이제는 서서히 한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동양을 중심으로 새롭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머지 않은 미래에는 우리 한국도 그 준비여부에 따라 전세계의 예술문화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과 역량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세계 문화예술의 흐름과 이슈를 파악하고 앞으로 인프라와 컨텐츠를 제대로 준비하여 알릴 수 있는 예술가와 전문가, 그리고 문화공간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필수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의 상황 속에 두산갤러리 서울 같은 문화예술 공간들의 존재가치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으며 바로 이 시점에서 이들 세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는 것은 한국 현대조각의 미래와 국제적인 가능성을 점검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