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나르시스》 전시전경 © CRAC 알자스

어떻게 하면 대상을, 대상 그 자신의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을까?

이 전시가 제목을 차용한 ‘안티 나르시스’는 브라질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비베이루스 드 카스트로(Eduardo Viveiros de Castro)가 잠재적 “저자”로서 오랫동안 구상해왔으나 끝내 실현되지 않은 책이다. 이 상상의 책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을 것이다. 즉, 인류학은 자신이 연구하는 대상인 타자에게 개념적으로 무엇을 빚지고 있는가? 비베이루스 드 카스트로는 이 질문에 대해, 마치 “다른 누군가가 쓴 것처럼” 이 보이지 않는 책에 대해 글을 쓰고, 『식인의 형이상학 Métaphysiques Cannibales』를 출간함으로써 응답한다.

그는 여기에서 특히, 서구적 사유의 전통적 도구가 아니라 연구 대상이 되는 이들의 개념적 도구를 통해 수행되는 인류학적 이론-실천을 제안한다. 그리고 그 서구적 사유의 중심에는 “타자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며—즉, 타자 안에서 언제나 동일한 것을 보고, 타자의 가면 아래에서 ‘우리’ 자신을 응시한다고 말하는—결국 (…) 우리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게 되는” 나르키소스가 자리한다.

이에 반해, 특정 환경의 사유 방식으로 인류학을 수행한다는 것은, 인식하는 주체(예컨대 민족지학자)와 인식되는 객체(하나의 집단) 사이의 관계를, 지식을 생산하는 두 주체 간의 관계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객체’에게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묻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것이다. 연구 대상은 다시 주체가 되며, 우리는 그 주체를 통해 우리의 사유 방식을 변화시키고 그들의 현실에 접근하게 된다.

비베이루스 드 카스트로는 아마존의 사유 체계를 연구한다. 이 사유로부터 ‘다자연주의(multinaturalism)’와 ‘아메리카 선주민의 관점주의(perspectivism)’라는 개념이 도출된다. 이 두 개념은 자연과 문화가 분리된다는 서구적 모델을 전복한다. 서구에서는 하나의 자연과 여러 문화가 존재한다고 보지만, 아마존에서는 모든 존재가 하나의 ‘문화적’ 인간성을 공유하며, 그것이 다양한 ‘자연적’ 형태로 나타난다. 하나의 문화, 여러 자연. 하나의 인간성, 여러 신체. 이 인간성은 변형 가능하며, 다양한 인간적·비인간적 형태를 취하고 각각의 고유한 관점을 수용할 수 있다. 이로써 다문화주의와 그 한계를 넘어 다자연주의와 관점주의가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관점주의는 실천적이다. 그것은 인류학을 넘어선 영역에서도 유효하다. 이제 이 관점주의를 예술의 장으로 옮겨보자. 관람자, 작품, 작가 사이의 관계—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전시를 상상해보자. 관람자가 더 이상 작품을 자신을 투영하는 대상이 아니라, 작가가 생산한 사유의 형식으로 보고, 그 다양한 관점을 체화하려는 전시를 상상해보자. 또한 작가 역시 더 이상 객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형성되는 환경으로부터 장치와 개념을 차용하여, 마치 다른 이가 만든 것처럼 작동하는 형식을 만들어낸다고 상상해보자.

이 전시는 보이지 않는 책이나, 보이는 책, 관점주의, 혹은 인류학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동일한 공기를 호흡한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와 저자, 기여자들은 이러한 저작들을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서로의 관점을 교환하고 다양한 시선을 체화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글쓰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현실의 지평을 확장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