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불완전한 어둠》, 2016.07.08 - 2016.07.24, 지금여기
2016.07.06
지금여기

《불완전한 어둠》 전시전경 © 지금여기
완전한 어둠이 존재할 수 있을까.
혼란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고민으로부터 이 전시는 시작되었다. 타인의 불행을 열망하는 듯한 말투와 폭력적인 태도들을 바라보면서 불쾌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한다. 무엇이 그르기에 불쾌하다는 감정을 유발하는지, 그 그르다는 판단은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 나아가 절대적인 옳고 그름이 있는지. 이 질문은 결국 답이 없기에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요동치는 세상 앞에서 아주 찰나지만 완벽한 세상을 꿈꾸는 것은 불완전한 인간에게는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올바른 자리에 있어 아주 촘촘하고 충만한 완전한 세계. 하지만 그 흠결 없는 완전함은 어쩌면 또 다른 폭력의 이면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 완전함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폭력이 자행될지도. 그러므로 혼란하지 않은 완전함이란 부질없는 꿈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꿈꿔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시에 참여한 3명의 작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균열, 공백, 오류, 부정 등 불완전한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그 틈에 자신들만의 작은 진동을 일으킨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작가들이 던지는 완전함에 대한 물음은, 역으로 완전함이 배제시킨 오류나 미완성에 대한, 타인과의 시차와 오해에 대한 고민을 환기시킨다.

김천수, 〈183_3540_36152320 #1~#33〉, 2016 © 김천수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할 때는 ‘불량 화소 점검’을 한다. 카메라의 모든 구멍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셔터를 눌렀을 때 촬영된 검은 화면 안에 붉은 색이나 흰색처럼 검지 않은 화소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의례와도 같은 행위. 김천수는 〈183_3540_36152320〉으로 ‘오류없음’을 추구하는 이 과정을 통해 한 사회가 꿈꾸는 완벽을 향한 강박을 은유한다. 검은색을 추구하는 사회 안에서 가려져야 할 이 색색의 군상은 머지않아 희생될 운명으로 인해 오히려 더 찬란하게 불완전한 존재임을 증명한다.
류현민은 실제와 이상 사이의 채워질 수 없는 간극에 대해 고민한다. 〈In search of the perfect horizon〉은 완전한 수평 상태는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일 뿐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출렁이는 물결 위 수평계는 끊임없이 수평의 결절점(nodal point)을 스치기만 할 뿐 한 번도 완벽한 수평에 도달해 본 적이 없다. 균형이나 평등처럼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하는 이상이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는 것처럼. 〈Dizzy Game〉에서는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기울어진 로비 바닥에서 쉴 새 없이 경사면의 위쪽으로 공을 불어 올린다. 이 수행 과정이 보여주는 실패와 도전의 반복은 완벽과 성취의 불가능성, 혹은 성취가 아슬아슬하게 내재하는 실패의 이면을 환기시킨다.
천영미가 2005년부터 천착해 온 ‘별’ 연작 중 대표작은 〈시크릿 스타〉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완전한 형태를 드러내는 ‘별’은 작가의 내밀한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최근 일상이 깨어질 만한 무척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함께사는 토끼 Billy, 여러번이나 생을 마감할 위기를 넘긴 장미에 이르기까지 전시에서 제시되는 작가의 ‘사랑’의 대상들은 갈등의 상황을 치환할 원동력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괴로워하는 동안 모두 떨어져버렸다는 꽃잎에 고운 빛을 칠한 것처럼 작가는 고통과 상처를 견뎌내고 그 균열의 시간을 보듬어 아름답게 물들이려고 한다.
‘완전함’은 상상이나 이상 속에서만 온전하게 작동할 뿐, 현실 세계에서는 불안하게 움직이는 수평계의 결절점처럼 이뤄질 듯 하다가도 끊임없이 실패해왔다. 하지만 우연으로 점철된 실제 삶은 언제나 상상을 넘어서고 그러기에 상상보다 실제의 삶이 더 무한하다. 다시 떨어져 내려오는 공을 불어 올리다 보면 새로운 궤적이 그려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실패를 중단하지 않을 원동력이 된다.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거대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단순한 부정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으로 읽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완전한 어둠을 위해 오류로 치부된 빛 입자 하나가 오히려 삶을 위로하고 기꺼이 삶을 감내하게 할 경이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어두운 밤 하늘 저 멀리서 존재할 ‘별’ 하나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