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작가는 도시 역사 이면에 가려진 이야기와 도시 이미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감을 사진에 담는다. 기능이 정지된 새벽 시간의 대도시 공간과 인물들(‘Day
Break’, 2011-), 개발과 파괴가 반복되는 서울 경계의 기묘한 도시 색들(‘Break
Days’, 2013-), 뉴욕 변두리의 낯선 공간(‘Symmetrical’, 2010-), 도쿄의
유흥가 가부키초에서 만난 한국인들(‘Club Sistar’, 2014-), 보통의 공기와 전운이 뒤섞여 감돌고
있는 접경지대 마을의 풍경(‘강선’, 2015-)들을 카메라로 촬영하는데
사건의 명백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진 작업이 아닌 부분적인 연출을 통한 불분명하고 함축적인 일상의 장면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밤이라는 특수하고 한정된 시간대에 촬영되어진, 서울 도심 속 인물과 공간을 담은 ‘Day Break’ 시리즈와 전쟁 유적지의
흔적을 촬영한 ‘강선’ 시리즈, 계절, 시간의 변화를 담은 ‘TIME TREE’ 작업 등 밤의 여정과 관련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한밤중의 도시 속 인물을 촬영한 ‘Day
Break’ 시리즈는 밤이라는 특정한 시간대에 기능이 정지된 서울을 배회하며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들을 사진에 담았다.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비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을 찾아내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인물을 한 화면에 담는데, 한강대교 아래, 육교 앞, 넓은 도로, 스케이트장 등과 같은 거대한 인공구조물 앞을 지나가는 예측 불가한
행인들을 즉석에서 섭외해 촬영한다.
보통 인물 사진의 경우, 대상을
먼저 정하고 그 배경으로 공간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데, 김태동 작가는 의도적으로 공간을 먼저 선택한 후
우연의 인물을 추가하여 촬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가만의 조형 기법을 통해 공간과 인물 어느 것도 배경이
되지 않도록 두 대상이 한 화면에 드러나게 함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드러낸다.
서울의 도시 풍경과 함께 전시되는 ‘강선’ 시리즈는 2015년 DMZ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작업으로, 전쟁 유적지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들을 수사하듯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전쟁의 잔흔이 남아 있는 경원선 라인 인근(동두천역부터
기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백마고지역까지)을 추적하면서 촬영된 적막한 시골 마을 풍경들로, 비극적인 역사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가장 북쪽의 마지막 번화가인 동성터미널, 미군들에게 햄버거를 판매하는 군복
무늬의 코스튬을 한 여인, 아직도 남아 있는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 등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특수성을 지닌 그곳만의 생활 방식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긴장감을 드러내는 낯선 밤 풍경과 함께 그곳에서 반어적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던 밤하늘의 별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다.
‘강선’ 시리즈에서
화면을 연출하는 방식은 앞의 시리즈와는 달리, 공간과 인물을 분리해 각각의 대상에 집중하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인물 작업의 경우, 가로 프레임의 화면에 대상을 전면에 가득 등장시키고
배경에서 인물의 주변 환경을 읽어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매우 제한적이고 불분명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을 감각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김태동 작가만의 예술적인 아우라가 공간을 압도한다.
또한 2년 동안 머문 공간을 기록한 계절, 밤, 낮의 서로 다른 시간이 담겨 있는 ‘TIME
TREE’ 작업도 선보이는데, 김태동 작가가 대상을 선택하고 시간과 공간에 대한 오랜 기록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작업의 방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태동 작가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바탕으로, 밤이라는
시간대의 특정한 조건이 주어짐에 따라 일상과는 다른 시공간을 탐험하며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 속에서 마주치는
것들을 촬영하는 짧은 관계를 반복하면서 일상과 공간 속에 묻혀 있는 미묘한 기운을 작업에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