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디스토피아》, 2013.09.06 - 2013.10.19,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2013.09.04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디스토피아》 포스터 ©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기획초대전인 박찬민 작가의 《DYSTOPIA》展은
그가 2011년부터 진행해 온 한국과 유럽, 특히 스코틀랜드의 공동주택에
대한 비교 연구와도 같은 연작 'blocks'와, 이것의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공적 건축물들과 주변 환경의 관계성에 대한 실험적 신작 'untitled' series로 구성되었다.

박찬민, 〈BL209373100126581925,
ed. 1/ 5〉, 2012 © 박찬민
박찬민의 사진 작품을 접할 때 ‘회화적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 안을 맴돌게 된다. 회화가 사물이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현시하지 않고 작가의 감정과 대상의 의미를 극대화하여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표현하듯, 《DYSTOPIA》展에서 소개되는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사진과는 달리 현실 그대로를 재현하지 않고, 채집된 이미지들에 디지털 미디어의 조작이 가미되어 일종의 가상현실(illusion)로
재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blocks' series에 등장하는 피사체는 누가 봐도 분명한 아파트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건물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알 수 없는 낯설음과 삭막함에 직면하게 되고, 곧이어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이는 우리의 인식 체계가 가지는 경험론적 인식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감각적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인간의 관념이 작품 속 피사체를 인지하고 일반화하는
과정에서 혼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뇌에 저장된 경험적 정보와 작품 속 피사체를 비교·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사체가 조작되었다는 사실—예컨대 아파트의 창문을 시멘트 벽면으로 처리하거나, 건물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브랜드명을 삭제하는 방식—을 인지하게 되고, 우리는 또 다른 혼란에
빠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작된 실재와 진실된 실재의 구분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실재(real)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상황은 가상의 현실이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그것이
오히려 더 진실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두 번째 혼란을 야기한다. 즉, 작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감춰두었던 진실을 드러내며, 우리가 믿고 있는 것, 혹은
믿고 싶어하는 것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또한 'untitled'
series에서 작가가 선택한 인공적 조형물들은 마치 콜라주처럼 주변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등장한다.
이는 조형물을 물(物) 자체로서 보다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모든 연계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배경을
흑백으로 처리함으로써 피사체—조형물, 다리,
주유소 등—를 바라보는 시점, 원근, 주변 환경 등 사물의 실체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망을 제거한다. 이로써 사물을
인지하는 우리의 경험적 인식 체계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가나마루 시게네가 『예술로서의 사진』에서 언급했듯, 사진가의 목적은 단순한 기술의 조작자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혼돈된 현실에 질서를 부여하는 데 있다. 박찬민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사진이 사실을 재현한다는 믿음을 흔들며, 표면이
아닌 내면에 드리워진 진정한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DYSTOPIA》展에서 작가 박찬민은
인구 감소와 사상 초유의 가계부채 상황에 직면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 감춰진 ‘진실’을 되짚어볼 것을 제안한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기형적인 주거 현실과 무분별한 도시 개발이 초래한 후유증을 통해, 그는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도록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