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 Choi Jeonghwa

“늘 변방에서 외롭게 작업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큰 상을 받게 되어 당혹스럽다.”

제7회 일민예술상 수상자로 선정된 설치미술가 최정화(崔正化·44) 씨의 소감이다. 평소 ‘당당한 일탈’을 이야기하며 자신만만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주던 그로부터 ‘변방’이니 ‘외로움’ 같은 단어들을 듣는 것은 낯설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홍익대 서양화과 4학년 재학 중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 없는 장려상(1986년)을, 이듬해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회화적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그는 그림을 때려치웠다. 붓과 캔버스는 그의 멀티플 상상력을 표현하기에 부족한 재료였다.
 
그는 학교 실기실이나 미술관, 갤러리에서 만나는 미술로는 세상과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공사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얻은 역동적이고 발랄하며 따뜻하고 단순한 에너지들은 그에게 이후 ‘일상의 예술화가 아니라 예술의 일상화’를 코드로 한 일관된 작업을 가능케 한 자양분이 된다.
 
그는 또 새로운 재료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와 청계천 재래시장을 쏘다니면서 만난 싸구려 플라스틱, 가짜들에 주목한다. “한번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빠글빠글하고 알록달록하고 번쩍번쩍하는 것들이 문득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이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알고 싶었고 재현해 보고 싶었다.”
 
그는 플라스틱 소쿠리와 풍선들로 탑을 쌓고 싸구려 재료들로 꽃, 과일, 로봇을 만들었다. 시장통 싸구려들이 미술관, 갤러리의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 먼저 알려졌다. 그가 1980년대 후반부터 술집이나 옷가게 등에서 연 언더그라운드 개인전을 보고 일본 후쿠오카미술관 큐레이터가 1989년 아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기획전에 그의 작품을 선보인 것. 이후 도쿄아시아센터, 미토미술관 기획전을 비롯해 뉴욕(미국), 상파울루(브라질), 리옹(프랑스), 리투아니아, 리버풀(영국) 등 각종 비엔날레와 기획전에 초청받았다.
 
특히 일본에는 마니아층이 형성돼 지난해에는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까지 그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올해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가해 옥상에 플라스틱 바구니 수백 개를 장벽처럼 쌓은 ‘욕망장성’을 선보였다.
 
그는 자신의 삶과 예술의 키워드를 “싱싱, 빠글빠글, 짬뽕, 날조, 빨리빨리, 엉터리, 색색, 부실(不實), 와글와글”이라고 정리했다. 미술의 엄숙주의와 권위를 배격하며 쉽고 재미있는 미술 작업을 선보이는 그가 일민예술상 수상을 계기로 어떤 행보를 펼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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