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의 작업은 사진을
통해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현실의 이면, 즉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고 통과되는 사회적·정치적 조건을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 매체가 아니라, 이미 조작되고 구성된 현실을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 1990년대 중반 합성사진 연작 ‘나는 누구인가’(1996–1997)와 ‘도망자’(1996)에서부터, 작가는
이미지가 어떻게 욕망과 권력, 역사적 기억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지를 질문했다. 특히 ‘도망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개인적 부채 의식에서 출발해, 역사적
폭력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도피 충동을 시각화한 작업이다.
이후 강홍구의 관심은
개인의 정체성 문제에서 사회 구조 속 공간과 일상성으로 확장된다. ‘그린벨트’(1999–2000), ‘오쇠리 풍경’(2000년대 초), ‘드라마 세트’(2002)
등은 개발, 규제, 미디어 생산이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공간의 모순을 포착한다. 이 작업들에서 작가는 ‘보존’을 명목으로 황폐화된 그린벨트,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붕괴된 드라마
세트장처럼, 제도의 언어와 실제 풍경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는
도시와 자연, 현실과 재현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대비가 아닌 불일치의
상태로 제시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도시 재개발 연작들은 강홍구 작업의 핵심 축을 이룬다. ‘미키네 집’(2005–2006), ‘수련자’(2005–2006), 그리고 장기
프로젝트인 ‘은평뉴타운 연대기’(2001–2015)는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는 마을과 삶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 작업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정상화되는 폭력과 그 과정에서 배제되는 기억들을 드러내며, 사진이 ‘사실’을 보여준다는
통념 자체를 흔든다.
최근의 ‘신안 바다’(2005–2022)와 ‘구름, 바다’(2023–) 연작에서 강홍구는 다시 고향 신안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작업들은 개발과 관광으로 변모한 섬의 풍경을 다루되, 도시
재개발 연작에서 축적된 문제의식을 개인적 기억과 결합해 확장한다. 여기서 풍경은 더 이상 사회 비판의
대상에만 머물지 않고, 기억과 현재,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이
중첩되는 장소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