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송다슬 개인전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은 달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 질서와 파열이 만나는 경계에서 출발한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거울이자 상흔과 균열을 간직한 표면이다. 달이 떠 있는 밤의 무대는 이성적 질서가 지배하는 남성적 공간이 아니라, 그 아래 잠들어 있던 파열음이 현시되는 영역으로 전이된다.

전시에서 달빛은 현실과 환상을 잇는 매개로 기능한다. 이 빛은 불완전한 이탈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며, 디지털 네트워크의 오류인 글리치(glitch)를 통해 아르테미스와 님프 신화의 장면을 재구성한다. 글리치는 단순한 오류가 아닌 감각적 저항의 단위이자 디지털 태피스트리의 기본 요소로 작동하며, 난독의 이미지-서사로 변환된다.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은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멜랑콜리아〉(2011) 속 인물 저스틴을 단초로 삼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순응하려 했던 그녀는 지구 멸망이라는 비이성적 사건 앞에서 역설적으로 해방감을 경험한다. 작가는 달빛 아래 나체로 드러난 저스틴을 ‘아르테미스’라는 독립적 존재로 변용하고, 다시 익명적이고 다중적인 몸인 ‘님프’로 분열시킨다.

‘저스틴—아르테미스—님프’의 계보는 단순한 신화적 인용을 넘어, 정체성과 신체가 끊임없이 해체되고 재조립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작가는 추상 무빙 이미지를 추동하는 다수의 ID를 생성하여, 다성적으로 발화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월광 화상 月光-火傷(畫像)》 전시 전경(캡션 서울, 2025) ©캡션 서울

전시는 ‘문태닝’과 ‘디지털 살갗 나누기’의 과정을 통해 익명의 관객을 ‘님프’로 호명한다. 관객은 달빛의 기이한 열기가 만들어낸 화상(火傷–畫像)의 표면, 그 층위 너머로 전이되며, 자신의 몸을 매개로 새로운 신체성과 정체성을 감지한다. 달빛을 쬐고 그 그을린 피부를 나눌 때, 전시장은 님프를 위한 일시적 축제의 현장이 된다.

이처럼 작가는 신체의 변이와 정체성, 그리고 그것을 매개하는 이미지-데이터의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대 사회의 네트워크, 이성적 질서를 이탈하는 새로운 여성적 언어와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