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립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를 선보이고 있다. 미술관의 전시는 누군가에게는
흥미롭고 유쾌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지닌 엄숙함과 난해함을 벗어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중
남다현 작가는 'MOMA from TEMU'(2024)를 통해 명작이라 불리는 미술 작품들의 경제적
속성에 주목했다. 그는 미술사 속 고가의 작품들을 다이소, 테무, 쿠팡, 이케아 등에서 구매한 저가 공산품과 일상 속 폐기물로 재구성하며,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시장에서 매겨지는 경제적 가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고귀하고 숭고한 것’, 혹은 ‘지적 창작물의 정수’로 여겨지는 예술의 신화를
걷어내며, 자본으로서의 미술품 가치는 과연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묻는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은 스펀지 수세미로
마크
로스코는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예술가로,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1,002억 원에 낙찰될 만큼 막대한 시장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남 작가는 로스코의 〈Untitled〉를 다이소에서 구매한 3개입 양면 스펀지 수세미로 유쾌하게
재현했다. 저가의 일상용품을 사용한 이 작업은 재료의 가격과 예술의 가격 사이에 놓인 간극을 드러내며, '명작'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내는 가치의 허상을 비튼다.

미국
국기의 색채와 누룽지맛 캔디
Felix
Gonzalez-Torres의 〈Untitled (USA
Today)〉는 관람객이 사탕을 하나씩 가져가며 점차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이다. 사탕은
빨강, 파랑, 은색으로 미국 국기를 연상시키며, 작품 제목은 'USA Today'를 참조한다. USA Today는 뉴스를 편리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미국의 일간지로 더 나아가 미국 그 자체를 지칭한다.
Gonzalez-Torres는
사탕들을 통해 소비와 소멸,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
작가는 이 작품을 홍삼 캔디와 누룽지 맛 캔디로 재구성해, 오리지널 작업의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한국적 요소를 더해 신선함을 부여했다.

‘완제품
그대로’ 이케아 선반으로 완성된 도널드 저드
도널드
저드는 전통적 수작업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 산업적 방식으로 예술을 구현한 미니멀리즘 작가다. 그는
작품을 직접 제작하지 않고 공장에서 생산했으며, 예술을 감정이 아닌 구조로 접근했다. 남 작가는 도널드 저드의 〈Untitled〉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케아
선반을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전시장에 반복해 배치했다. 이 방식은 저드가 추구했던 '객관성'과 '비개인성'을 따르면서도, 대형 브랜드의 완제품을 그대로 활용해 예술의 기계화된
재현 방식을 나타내기도 한다.

청하와
비빔면 박스 위에 그려진 브릴로 로고
앤디
워홀의 〈Brillo Box〉는 실물 세제 박스를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정교하게 재현한 작품이다. 워홀은 일상적이고 대량 소비되는 제품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의 경계를 해체했다. 이에 남 작가는 한국식 브릴로 박스를 제작했다. 청하, 비빔면 등 한국 브랜드가 적힌 박스 위에 브릴로 로고를 덧입히며, 워홀이 던졌던 질문 '무엇이 예술인가'를 오늘날 한국 소비문화의 맥락으로 확장한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욕망, 스티로폼 토끼로 재탄생하다
'MoMA
from TEMU' 외에도 남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 곳곳에 등장한다. 제프
쿤스의 〈Rabbit〉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은색 토끼 조각으로,
현대인의 순수함과 욕망을 동시에 상징한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표면은 보는 이의 모습을 비추며, 끊임없이 자신을 주목해달라는 욕망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작품을 스티로폼과 알루미늄 호일로 재현했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표면 대신 울퉁불퉁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불완전함은 원작의 반짝임이 갖는 과장된 욕망을 풍자하는 동시에, 명작이 가진 권위를 일상적 재료로 해체한다.
'MoMA
from TEMU'는 단순한 패러디를 넘어, 예술 제도의
권위와 자본의 구조를 뒤흔드는 질문이다. '예술은 왜 예술인가', '가격은
곧 가치인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작품은 왜 중요한가?' 예술의
신화화와 상품화 대해 질문한다. 그리고 스펀지 수세미와 홍삼 캔디, 청하
박스와 이케아 선반이라는 낯익은 사물들을 통해 친근한 방식으로 답한다.
예술에
대한 질문과 놀이가 공존하는 이번 전시를 한번 방문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