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hwa Kim, Afterbody, 2024 © Suhwa Kim

‘애프터바디’는 전투기나 항공기의 후면 아래에서 방향과 균형을 제어하는 후방동체다. 단어 자체로는 후체 後體; 이후의 몸, 몸 이후, 시간적으로 끝난 혹은 미래의 몸, 존재 이후 등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공연의 무대에는 특정 와이파이 신호를 발생시키는 작은 라우터와 그것을 감지하여 미리 저장된 소리를 재생하는 센서가 있다.

신호 세기의 변화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시간에 튀어나오는 우연적인 소리 구성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무대 환경을 대변한다. 공연장에 있는 모든 몸들의 위치와 자세, 콘크리트·유리벽과 같은 건축적 요소들, 빛·온도·습도 등의 자연 환경이 통합적으로 신호 세기의 변화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Suhwa Kim, Afterbody, 2024 © Suhwa Kim

공연자는 이 환경에 개입하고, 관조하고, 공명하며 스스로 제어와 조향의 몸이 되기를 시도하지만, 그럴수록 인과성이 불분명한 지향 행위 자체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디지털 정보에의 접근 가능성은 충만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쉽게 도달한다. 그런데 우리는 감각할 수 없는 대상을 어떻게 금세 믿을 수 있게 되었을까. 그리고 금세 잊을 수 있게 되었을까. 금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게 되었을까. 금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 될 수 있었을까.

시공간이 제거된 초월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채워지지 않는, 절단된 확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나아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만끽하며 길을 잃을 수 있는 능력을 갈구하는 몸이 되기를 꿈꾼다. 가득 차 있지만 비어있는 침묵의 공간에서 가득찬 허공을 응시하며 비로소 주변을 볼 수 있을 때까지, 비로소 주변이 나를 보게 될 때까지. 정면만을 향하는 광속의 이동이 아니라 산재한 진동들과 조율하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도 되는 또다른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