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Five Acts》 © Spike Island

《Five Acts》는 아티스트이자 스파이크 아일랜드 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홍영인의 신작 커미션이자 개인전이다. 본 전시는 태피스트리, 조각, 영상, 퍼포먼스를 함께 구성해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언어 이전의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 사이의 유대를 탐구한다.

이번 커미션의 중심에는 길이 40미터에 달하는 자수 태피스트리가 자리한다. 이 태피스트리는 1920년부터 1980년까지 한국 여성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 조건과 공정한 임금을 위해 벌였던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다. 1066년 노르만의 잉글랜드 정복에 이르기까지의 사건을 묘사한 11세기 자수 작품인 바이외 태피스트리에서 영감을 받은 홍영인의 작업은, 일본 식민 지배에 맞서 싸우며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여성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장에 매달린 타원형 프레임 안에서 여덟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이 태피스트리는 여성들이 주체로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그려낸다. 여기에는 1919년 일본 식민 통치에 맞서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기생들, 그리고 1931년부터 1932년까지 제주 해녀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해녀들이 포함된다. 태피스트리는 1970~80년대 한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한 수많은 섬유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태피스트리를 둘러싸고는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버드나무와 천으로 제작된 조각들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일련의 라이브 퍼포먼스는 다섯 명의 퍼포머를 초대해 움직임과 소리를 통한 즉흥 연주를 탐구하도록 한다. 태피스트리를 퍼포먼스를 위한 매뉴얼이자 악보로 삼아, 퍼포머들은 조각들과 상호작용하며 자수에 담긴 역사적 사건들에 반응한다.

또한 홍영인은 두 점의 최근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Ring of Animals〉(2023)는 장인들이 짚으로 엮은 서로 다른 동물을 위한 다섯 벌의 신발을 눈처럼 보이는 흰 모래 원 위에 배치한 설치 작업이다. 발의 형태에 따라 무작위로 선택된 왜가리, 북극곰, 고릴라, 기린, 캥거루 등 서로 다른 종들을 한데 모음으로써, 실제로는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지 않는 동물들이 신비로운 고리를 이루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에는 현장 녹음과 전자음을 결합해 동물과 인간의 경계를 흐리는 간헐적인 사운드트랙이 함께한다. 영상 작업 〈The White Mask〉(2019)는 ‘동물이 되어간다(becoming animal)’는 개념에 즉흥 연주로 응답하는 음악 앙상블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연주자들은 이러한 변형을 겪는다는 것이 어떤 감각일지를 상상하며 일곱 개의 곡을 연주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