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낯선 파동》, 2019.08.01 – 2019.09.04, 송은아트큐브
2019.07.30
송은아트큐브
Installation view ©
SONGEUN ARTCUBE
한상아는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법한 평범한 사건과 감정이 공상과 혼재하며 나타나는 낯선 풍경을 그린다. 다층의
먹으로 물든 작가의 서사는 부모로서, 그리고 여성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때 마주하는 불안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이를 조명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무게가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 경험이 있다. 결혼, 임신, 출산을 겪으며 작가가 봉착하는 고민의 지점은 지극히 내밀한
서사이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변화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이야기로 거듭난다. 불길한 상상
혹은 일어나지 않은 재난에 대한 불안감을 낭만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과거의 작업들과 다른 결을 보여줬던 개인전 《낯선
사이》(위켄드, 2018)은
임신이라는 기쁘지만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복잡 미묘한 심경을 표현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의 작업 과정은 바느질 혹은 빨래라는 전통적인 여성의
가사노동을 다소 반영한다.
차가운 한지가 아닌 두툼하고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광목천을 꿰매어 사이사이를
잇고, 이를 다림질로 빳빳하게 펴낸 후, 부분씩 물에 담그거나
분무기로 적셔가며 먹으로 물들인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작업과정에서 어머니와 작가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하기 위해 작가는 먹을 올리고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아닌 능동적인 작업 방식을 차용한다. 천이
마를 동안 완성된 이미지를 다시 가위로 오리고 작품 사이사이 꿰매어 넣기도 하고 인형으로 구성된 모빌을 만들며 정해진 시간 안에 작업을 완수하는
방식은 작가로서, 그리고 부모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Installation view ©
SONGEUN ARTCUBE
이번 전시 《낯선 파동 unfamiliar wave》은
같은 작업 방식으로 작가의 삶에 크나큰 파동을 준 사건들이 은유와 공상이 혼재된 세계에서 펼쳐 보인다. 전시장을
둘러싼 <낯선 파동1>(2019)은 작가의 초기
작업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작가의 삶에 파장을 주었던 사건들, 이를 테면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작가만의 상징적인 기호들로 함축시켜 총 세 개의 구성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큰 파동 없이
잔잔하게, 오롯이 혼자였던 삶을 즐기던 시기,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어머니와 작가 본인, 그리고 작가의 자식간의 관계를 신화적 요소를 차용하여 나타낸다. 작가의 기억과 경험은 몸에 달라붙어 마치 무늬와 같이 피부에 스며들며 삶의 서사 속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마치 스스로를 태우고 희생함으로써 주변을 환하고 따뜻하게 하는 촛불과 같은 육아의 따뜻한 결실로
비유된다. 서사의 끝은 사이클은 전시장을 한 바퀴 둘러본 관람객이 윈도우 갤러리에서 <낯선 파동2>(2019)를 마주했을 때 다시 시작된다. 이렇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과 사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반대편에 설치된 <낯선 파장>(2019)은
서사의 일부분이 파편적으로 튀어나와 전시장에 포근함을 더한다. 짙은 먹색의 공간에서 부유하는 추상적인
모빌 인형은 작가의 정서를 형상화한 것으로 마치 폭신한 요람에 온듯한 따스한 감정을 자아낸다.
천차만별의 먹의 농도를 담은 한상아의 작업은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파악할 수 없는
낯선 무늬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작가만의 기억으로 형성된 무늬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으로 피부에 스며든 어떠한 무늬를 품고 있을까? / (주)로렌스 제프리스 정푸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