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철, 〈한국초상〉, 1990~2001 ©이갑철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2012년 12월 8일부터 2013년 2월 21일까지 사진의 근원과 본질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기획전 展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디지털 사진이 범람하는 현 시점에서 사진의 정체성을 되새겨보고 진정한 사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사진은 170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 속에서 사진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예술로 부각되었으며, 타 장르의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영상 시대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 사진은 그 자체로도 예술성을 인정받았지만, 특히 동시대 예술에서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시각예술 발전에의 기여와 판도를 장악함에 있어 가히 최고의 전성 시대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컴퓨터와 카메라에 디지털 기술이 도입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오늘날, 우리나라 사진계는 초를 다투어 쏟아져 나오는 디지털 사진의 범람으로 인해 소위 전통적 사진, 사진다운 사진의 위상이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음을 실감한다. 물론 새로운 시대에 부합한 예술의 한 방식으로서, 매체로써의 역할과 갖가지 기술력을 동원한 디지털 사진도 필요하고 발전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일변도로 기운 것이 한국 사진의 장래를 생각할 때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에 대해서는 우려 깊은 의문이 든다.

사진의 본질은 무엇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기록성에 있다. 사진은 사실적이어야 하며, 대상에 충실한 기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이 사진예술의 본령이자 효시이다. 즉 현실의 현실적 수용을 전제로 한 전통적 사진의 뿌리와 그 순수성을 지켜나가는 것은 새로운 사진의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대하며, 결코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시간 속을 지금 우리는 지나고 있다.

사진의 당위성이 바로 거기 있으며, 그것이 사진의 기본 정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유물이나 가치관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것이 더욱 견고한 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오래된 것, 기본적인 것을 충실히 답습하고 새로운 것과의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발전을 꾀해야 함이 마땅하다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뜻을 새겨야 할 때이다.

따라서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역사적 의미에서의 사진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그러한 정통성에 근거하여 작업하는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 展을 통해 사진의 순수성과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해 보고자 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11인의 작가는 그러한 사진의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참여 사진가들의 사진 성향을 미루어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진다.

우선 고은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전시를 하게 되는 첫 번째 그룹은 사진을 재현의 매체로 여겨 대상을 추상적 또는 순수한 형태 변형으로 다루려 하고, 신관에서 작품을 선보일 두 번째 그룹은 사진을 사회 참여와 자아 성찰의 매개로 보아 자신과 사회에 대한 발언을 드러내고자 한다. 첫번째 그룹에 속하는 사진가로는 한정식, 이완교, 이종만 그리고 오상조이며, 두 번째 그룹에 속하는 사진가로는 최광호, 정주하, 이상일, 이갑철 그리고 김보섭, 권태균, 강용석이 있다.

11인의 사진가들은 제각각 표현방식은 상이하지만, 사진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지켜나가면서 그 본질에 충실히 작업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성을 가진다.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서 중요한 장르로서 또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정받음으로써, 사진의 영역이 계속 확장되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사진 본래의 의미와 가치를 되짚어 보고, 앞으로 펼쳐질 사진의 방향 또한 전망해 볼 수 있는 공고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