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 Kim, Museum project No. 026, 1997 © Atta Kim

김아타는 1956년 거제에서 출생한 작가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였으며 1985년부터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불교 교리를 포함한 동양사상 전반과 서양 철학에도 관심이 많으며 존재, 실존, 만물의 이치 등에 관해 끊임없이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김아타는 사진이나 미술, 예술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탐구하였기에,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감각과 시각을 펼칠 수 있었으며 이미 다져진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타’라는 이름은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한 이름이다. 나 아(我), 다를 타(他). 이는 자신과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하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불교에서 ‘둘은 다르지 않다’라는 개념을 ‘불이(不二)’라고 하는데, 그의 이름은 이런 불교 사유와 닮아있다. 자신과 다른 모든 존재는 결코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어떻게든 이어져 있는, 관계를 맺는 존재라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이름일 것이다. 스스로 지은 이름에서도 보이듯 그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심하는 작가이다.

김아타는 존재론적인 고민으로 다음과 같이 일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의 초기 작업은 흑백 다큐멘터리 초상사진을 시작한다. ‘인간의 정신을 직접 보겠다’라는 집념으로 작업에 임한다. 작가 본인이 직접 정신병원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환자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그들을 담아냈던 흑백 초상사진 '정신병자'(1985-1986) 시리즈, 자기 가족인 아버지를 찍으며 자신의 뿌리, 세대 간의 연대를 탐구한 '아버지'(1986-1990) 시리즈 그리고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인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인물들을 만나 일정 기간 함께하며 그들의 철학, 정신을 담아낸 흑백 초상사진 '인간문화재'(1989-1990) 연작을 제작했다.

1990년대 초부터 김아타는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예술철학을 실험하는 연출 사진을 실험한다. 연출사진 경향은 '해체'(1991~1995) 시리즈부터 시작하여 '뮤지엄 프로젝트'(1995-2002) 시리즈로 이어진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다중노출 및 디지털 레이어 기법을 활용한 '온 에어'(2002-2009) 작업으로, 이후에는 사진이라는 매체에서 초월하여 텅 빈 캔버스를 특정 공간에 2년 이상 두고 그 변화를 채집하는 '드로잉 오브 네이처'(2009) 시리즈로 나아간다. 이 모든 작업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존재와 부재, 소멸과 생성이며, 이는 작가가 지속해서 천착한 철학적 사유를 담은 작업이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소장한 김아타 작가의 '뮤지엄 프로젝트(Museum project) No. 026'(1999)는 미술관 첫 기증 소장품 중 하나이다. '뮤지엄 프로젝트'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했던 연작으로 김아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이 프로젝트가 2000년 3월 미국 휴스턴 포토 페스티벌 한국 대표 작가 그룹전에 소개되면서 작가가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 이번 작품을 보면 투명한 아크릴판 사이에 웅크린 나신의 두 사람이 마치 정육점의 고기처럼 갈고리에 걸려 있는 장면을 담아냈다.

뮤지엄 프로젝트 시리즈 안에서도 시기별로 필드, 피플, 홀로코스트, 전쟁, 자살, 니르바나 등 세부 소주제로 나뉘는데, 그중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 시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원초적인 성과 폭력, 이데올로기 등을 아크릴 박스에 넣었다. 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어쩌면 인간의 창조와 파괴 본능, 그러한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에 매진한 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의 실제 사람, 사람을 오브제화하여 뮤지엄에 전시되는 구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 인간이라는 모든 존재의 가치를 역설한다.

뮤지엄 프로젝트라는 작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작가는 ‘자신의 사적(私的) 뮤지엄’이라고 언급했다. 작가는 기존 뮤지엄을 제도 그 자체로 바라보며,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담아내는 기관으로 기성 미술계로 간주한다. 그는 그러한 가치와 의미는 누가 어떻게 매기는 것이며, 그런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가치와 의미라는 것에 대해 저항하며 자신만의 사적인 뮤지엄을 만들어 반문한다. 즉 그러한 기성 미술계와 합리적 이성을 기반으로 한 인류 문명 전반에 대한 정면 승부를 둔 작품으로 보인다. 김아타는 작품을 통해 ‘모든 만물은 위대하다’, ‘만물은 그 존재로서 모두 가치 있다’는 철학을 전달한다. 작품을 살펴보면 무대처럼 연출된 장면들과 그 속에 인물들을 상자에 씌움으로써 마치 모든 인간은 존재 그 자체로 뮤지엄에 유구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유물처럼 다룬다.

김아타는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투명 박스 속에 갇힌 인물을 통해 "인간이 유리 상자 속에 박제될 때, 잃었던 자유를 되찾게 된다”고 역설적으로 말한다. 그의 저서 〈백정의 미학〉에서 밝히길,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때가 작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두운 시기였다고 한다. 당시 파격적인 사진으로 인해 국내 미술계에서 거친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따가운 시선이 있었음에도 기존 주류 흐름과 타협하기보다 자신만의 철학, 자신만의 사유를 담아내는 사진들을 꾸준히 실험했다.

어쩌면 뮤지엄 프로젝트는 타인과 사회로부터 외면, 배척, 차별 등에 지쳐버린 작가의 내면적 성찰과 그 치유의 과정이 담긴 작품인지도 모른다. 인간으로부터 받은 상처와 아픔에 대한 자기 치유로서의 작품이자, 세상 모든 상처받은 또 다른 타인들에게 용기를 주며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격렬히 외치는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존엄성, 존재, 실존 등의 문제에 대해 다시금 사색하도록 말을 건넨다.


※참고자료
1) 김아타 〈백정의 미학〉, 블랙마운틴, 2019. 1. 25.
2) 김복기, 한국미술 산책 〈모든 존재하는 것은 사라진다 김아타〉, 네이버캐스트, 2012
3)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정보(sema.seoul.go.kr/kr/knowledge_research/collection/landing).
4) 작가 김아타 인터뷰 _ 창사 특집 대담, 창원 MBC, 2011. 6. 27.
5) 김아타, 김아타 예술철학, https://www.youtube.com/watch?v=5D50pWzaQpo&t=12s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