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지리적 상징성 등 채색 조형/미술 대중화 기여·새 명소 기대

지하철 미술이 다양해진다. 97년 개통되는 제2기 서울지하철 주요 역에 선보일 대형 미술작품이 잇따라 완성되고 있다. 설치가 끝나면 서울의 지하철역은 미술 감상의 새 명소가 될 것이다. 1기 지하철(2∼4호선)에 전시된 작품이 장식품 수준이라면 2기 작품들은 각 지역의 역사적·지리적 배경과 전통미에 초점을 두고 1점에 1억여 원씩 들여 제작되는 고급 미술품이다.
 
지난 2월 5호선 왕십리역에 설치된 최진욱(추계예술학교 교수)씨의 〈왕십리사람들〉에 이어 6월 말까지 완성될 작품은 성완경(인하대 교수)씨의 〈직녀가 꿈에서 본 그림들〉(김포공항역), 김정헌(공주대 교수)씨의 〈풍납토성형 조형물과 원형 천체도〉(천호역), 양승춘(서울대 교수)씨의 〈화합〉(화곡역), 원인종(이화여대 교수)씨의 〈터〉(올림픽공원역) 등 5점. 이 작품들은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본부장 김학재)가 91년부터 2기 지하철 5∼8호선 148개 역 가운데 지역의 상징성이 뚜렷하거나 이용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24곳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지하철 예술장식품 설치계획」에 따라 5호선 강동·강서 구간 역에 설치된다.

최진욱, 〈왕십리사람들〉, 1995 © 최진욱

가장 먼저 설치된 「왕십리사람들」은 지하 2층 대합실의 ㄷ자형 벽면을 따라 17.7 x 2.6 m, 48 x 2.6 m, 19.1 x 2.6 m 규모로 제작된 초대형 부조. 2개월여에 걸쳐 흑자갈, 백시멘트, 유리 모자이크 타일 등을 재료로 만들었는데, ‘왕십리사람들은 뒤꼭지가 까맣다’(동쪽 지역에 있는 왕십리 사람들은 아침에 도성 중심을 향해 집을 나설 때 햇볕을 받아 뒤꼭지가 까맣게 탄다 해서 생긴 말)는 속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형상화한 것이다.
 
빨강, 파랑, 녹색의 유리 모자이크 타일로 이루어진 삼각형을 배경으로 사람의 옆얼굴을 간결하게 표현해 단순하면서도 활기찬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백색 시멘트로 칠해진 부분은 낙서를 유도해 시민들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도록 한 점이 독특하다.
 
지하철건설본부는 5호선 도심 구간인 오목교역 등 6개 역, 7호선 노원역 등 3개 역, 8호선 잠실역 등 2개 역에는 연말까지, 또 7호선 2개 역과 6호선 7개 역에는 97년까지 작품 설치를 끝내 지하철 개통과 동시에 공개할 계획이다.
 
제작에 참여한 최진욱씨는 “지하철역 미술품 설치는 미술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외국처럼 미술가들이 지하철역 설계 때부터 참여해 역사를 하나의 작품으로 건설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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