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봉, 〈지속되기 위하여 - 기억〉, 2009, 캔버스에 아크릴릭, 혼합 매체, 180 x 180 cm © 이기봉

나의 회화적 ‘방법’은 작가의 의식에 주어지는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들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서, 특정의 기계적 속성으로 구성되길 바란다. ‘그림 같은 어떤 것으로서의 감각 기계, 입체적 환영으로 드러나는 어떠한 그림으로서의 몽상 기계’와도 같은…. 그것은 이 세계를 마주하는 지각 작용처럼 나의 회화를 유동적 메커니즘으로서의 신체로 바라보고 싶다는 말이다. 이러한 방식은 그리 새로운 방식이 아니다. 아마 회화를 바라보는 감각공학적 태도이거나 다소간 다다적인 방식일 텐데, 다른 점은 내 앞에 지각된 세계와 신체 의식의 문제에 관한 그것 이상의 과제 수행 방식일 것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사실적 환각을 다루는 화가들은 세계의 살을 가공하는 자”라고(이 말 또한 매우 공학적이다). 그의 말을 빌려 내가 생각하는 회화적 속성을 ‘입자적 가공’, ‘주름적 가공’이라는 다소간 즉흥적인 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이 유용한 방식이 될 것이다. 입자적 가공으로서의 그것은 조르주 쇠라를 연상하면 될 텐데, 그것은 사물과 공간의 경계를 흐트리고 주체의 시야를 흐리는 ‘모든 것이 입자로 분쇄되기’, ‘대기와 심연으로 산포되기’와 같은 파노라마적 특징 때문에 필연적으로 풍경적이다. 또한 그 풍경적 배치로 인해 연극적(혹은 시학적)이며, 유동적 속성으로 인한 시간성은 부수적이다. 이 세 가지 속성의 회전은 선풍기의 그것처럼 환영을 낳게 되는데, 나는 그것을 유령(ghost)이라 부른다.

회화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주름적 가공’—그것의 모습은 고흐의 얼굴 표면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른 대지적 특징을 가진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