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꿈》, 2015.08.28 - 2015.10.25, 일민미술관
2015.08.26
일민미술관

《꿈》 포스터 © 일민미술관
조덕현 작가는 오래된 흑백사진을 화폭에 재현하여 한 가족의 역사를 되살리기도 하고, 가상의 역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발굴 프로젝트 등의 실험적인 시도를 진행했다. 또한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문학, 역사, 음악 등 타 장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왔으며, 보편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 잊혀지는 소수의 인물 혹은 소외된 여성의 근대사를 다루는 등 과거를 복원하고 기억하는 데에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프로젝트가 공개 되는 ‘꿈의 정원’, 2000년 이후 다양한 작업의 흐름과 변화상을 볼 수 있는 ‘님의 정원’, 윤이상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공감각적 공간 ‘음의 정원’ 등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꿈》 전시전경 © 일민미술관
꿈의 정원
〈꿈의 정원〉은 가상의 한 인물, 즉 작가와 동명이인인 조덕현(1914~1995)이라는 인물의 베일에 싸인 삶을 추적하면서 개인의 서사가 어떻게 거시적 역사를 상징해낼 수 있는지 살피려는 야심 찬 시도이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남자의 인생과 꿈에 접근하기 위해 가상의 역사를 세밀하게 설정하고, 회화뿐만 아니라 영화와 문학 등 다양한 예술 영역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작가 조덕현은 자신 외에 두 명의 동명이인을 전시에 등장시키며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 위에서 개인의 역사를 특유의 세밀한 필치로 불러들인다. 1 전시실에 설치되는 〈집〉은 한국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가상의 인물을 위해 창조된 공간이다. 그 안에 배치된 사진, 회화 작품, 주인공의 물건, 영상 등을 통해 질곡의 역사 속에서 파란만장했던 한 인물의 삶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집필된 단편소설 「하나의 강」은 지난해 한 노인의 죽음과 고독을 담담하게 그려낸 장편 소설 『모나코』로 ‘오늘의 작가상(민음사 주최)’을 수상한 소설가 김기창의 협업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가상의 인물 조덕현은 그의 젊은 시절인 1930년대 ‘올드 상하이’뿐만 아니라, 역사 속에서 흐릿하게 잊혀진 195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에 영화계의 저변에서 활동했던 배우로 묘사되고 있다. 현실과 타협하고 시류에 편승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삶을 살아간 가상의 인물 조덕현의 삶은 오히려 굴절과 오욕으로 점철된 한국 근·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신작 프로젝트 〈꿈의 정원〉은 광복 70주년과 맞물려 한 사람의 인생을 통해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과거사를 되짚어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님의 정원
일민미술관 2 전시실에는 작가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작업의 흐름과 변화상을 한 눈에 아우를 수 있는 〈님의 정원〉이 펼쳐진다.
주류 역사가 관심 두지 않았던 인물들이 가진 미시사적인 순간을 세밀한 필치로 묘사해 현재로 불러들이는 프로젝트(2008), 2차원 평면의 사실적 묘사와 3차원의 오브제를 결합하여 과거의 인물을 복원해 내는 프로젝트(2011), 가상의 국가나 전설을 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역사와 진실 이라는 개념 에 대해 질문하는 〈구림마을 프로젝트〉(2002)등 그 동안 선보였던 작가의 대표작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음의 정원
3 전시실의 〈음의 정원〉에서는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 중 만년의 작품이자 가장 서정적인 곡이 전시실에 울려 퍼진다. 15m(폭)를 넘는 대형 설치작업으로 음악사뿐만 아니라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의 상징 중 하나인 윤이상의 예술 세계를 사상이나 역사적인 평가 없이 그 자체로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음악과 미술, 시각과 청각이 공명하는 공감각적인 풍경으로 이번 전시의 대단원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