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Ability vs. Invisibility》, 2017.03.02 – 2017.04.15, 티나킴 갤러리
2017.03.02
티나킴 갤러리
Installation
view of Ability vs. Invisibility (2017) at Tina
Kim Gallery © Tina Kim Gallery
티나킴
갤러리는 한국 작가 정서영의 미국 첫 개인전 《Ability vs. Invisibility》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티나킴 갤러리가 2016년 뉴욕에서 선보였던 그룹전
《Two Hours》에 이어 열리는 두 번째 전시로, 2007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정서영의 주요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정서영은
일상적 오브제와 재료를 정교하게 조작하고, 작품이 놓이는 공간에 치밀하게 개입하는 방식으로 조각적 언어를
구축해왔다. 2000년대 초부터 비디오, 퍼포먼스, 사운드로 작업 영역을 확장했으며, 서울에서는 버려진 모델하우스를
활용한 〈Apple vs. Banana〉(2011), 덕수궁의
정자를 변형한 〈덕수궁 프로젝트〉(2012) 등 기존 공간에 개입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여 왔다.
Installation
view of Ability vs. Invisibility (2017) at Tina
Kim Gallery © Tina Kim Gallery
정서영은 1990년대 서울에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적 작가 중 한 명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학교에서 수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실험적인 조각 언어를
본격적으로 펼쳤다. 당시 국제 비엔날레가 확산되며 실험적 작업이 주목받았지만, 한국 작가들은 여전히 ‘한국성’이라는
단순화된 이미지로 소비되던 시기였다. 정서영은 문화적 상징이나 내러티브를 피하고, 산업적 풍경과 도시, 가정 환경을 조각 언어로 변환하는 방식을 택했다. 종종 부정과 절제의 논리에 따라, 드로잉은 대상을 최소한으로 환원하고, 퍼포먼스에서는 인물이 무표정으로 앉아 있으며, 언어는 사물과 어긋나거나
오브제처럼 작동한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아무도 눈치채지 않는다〉(2012–2016)는 부정과 은폐의 전략을 시각적으로 확장해
비시각적 요소를 부각하는 대표작이다. 이 작업은 접힌 천 가방 속으로 이어폰 선이 사라지는 헤드폰, 관람자가 앉을 수 있는 원형 패드, 거칠게 마감된 콘크리트 조각으로
구성된다. 사운드의 출처는 숨겨지고, 콘크리트 조각은 이미
덧칠됐거나 아직 깎여가는 형태처럼 보인다. 반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는 취리히 중앙역에서 한 달간 동일한 위치에서 매일 녹음한 일상의 소음이다. 발소리, 웃음, 교통 소음 등은 공간과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고, 조각의 정지성과 대조를 이룬다.
정적인
조각과 역동적인 사운드의 대비는 〈Mr. Kim과 Mr. Lee의
모험〉(2010–2012)에서도 이어진다. 2010년 서울 LIG아트홀에서 진행된 퍼포먼스 기록을 바탕으로 제작된 3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9명의 배우와 1마리의 개가 무대, 분장실, 복도 곳곳에 배치됐으며,
개를 데리고 걷는 남성을 제외한 배우들은 모두 무표정한 상태를 유지했다. 소녀가 노인 분장을
하고, 여성은 회색 콧수염을 붙였으며, 남성은 괴물 귀를
착용하는 등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연출도 더해졌다. 퍼포먼스 내내 인물들의 상태는 설명되지 않으며, ‘Mr. Kim’과 ‘Mr. Lee’의 정체나 모험의 구체적 서사는
끝내 드러나지 않는다. 관객이 각 공간을 이동하며 서사를 조합해야 한다.
Installation
view of Ability vs. Invisibility (2017) at Tina
Kim Gallery © Tina Kim Gallery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면서도 정서영 작업의 중심에는 여전히 조각에 대한 탐구가 있다. 최근에는 언어가 작업의
주요 구성요소로 부각됐다. 〈뒷면만 호랑이, 뒤집힌 야자수, FAST!〉(2012), 〈괴물의 지도, 15분 드로잉〉(2008) 등 텍스트가 삽입된 드로잉 연작이 대표적이다. 텍스트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작업에서도 제목은 필연적으로 언어적 층위를 형성한다.
정서영은 “제목도 또 하나의 작업이다. 언어로 작품의 외형을 규정하거나, 작품의 경계를 넘어 확장될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식탁〉(2007)은 일부 상판과 다리가 사라진 형태로 기능을
상실했고, 〈커브〉(2013)는 실내에 설치된 도로 턱을
본떠 원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제목과 대상을 어긋나게 하여 일상의 낯설음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A는 B가 그럴 줄 몰랐다〉(2016)는 대상과 관련 없는 제목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불러온다. 이
작업은 초록색 공간 속에서 손이 펜을 쥐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두 장의 피그먼트 프린트로 구성된다. 제목은
심리적 상태를 암시하지만, 사진 속 이미지와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관객이 제목과 작업의 간극을 해석하는 주체가 된다.
정서영은
나무, 금속, 사운드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면서, 대상의 기능을 비틀고, 언어를 조각처럼 다루며, 해석의 여지를 관객에게 열어두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개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백을 확장하는 것이 그의 작업의 강점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