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Voice of Metanoia – Two perspectives》 © MMCA

마흔셋 동갑내기인 작가 전준호·문경원에게 올해는 분명 잊지 못할 해일 것이다. 팀을 꾸린 뒤 착수했던 작업들이 연이어 큰 수확을 거두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 한국작가로는 백남준, 육근병에 이어 20년 만에 초청받아 전시를 끝냈고 광주비엔날레에서는 ‘눈(目)미술상’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2012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서로 이름만 알던 두 미술가는 2007년 아시안아트비엔날레가 열리는 대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부터 우연찮게 서너 차례 국제적 미술행사에 함께 나가면서 상대방의 작품 설치를 도와주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 신랄하게 비평해주던 그들은 아예 팀을 꾸려 공동 작업에 나섰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문경원의 작업실에서 두 작가를 만났다. 전준호와 문경원은 자신들의 작업이 ‘예술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회의감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전준호는 “현대미술은 힘있는 큐레이터, 컬렉터, 기획자, 미술가, 서구 헤게모니와 아시안 마이너리티 등 상하구조가 분명하다. 작품의 담론보다는 처세술,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 이런 시스템에 염증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경원은 “우리들만의 리그 같고 또 서구 작가들 속에 아시아 작가들을 껴주기식으로 대하는 것도 소모적으로 느꼈다. 앞으로 이런 걸 계속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두 작가는 차별적이고 협소한 미술의 세계를 벗어나 다른 시각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이고 예술이 추구해야 할 철학은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그들은 지난 2년 반 동안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모색해온 과정을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이라는 작업으로 정리했다. 이 작업은 “예술이란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한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1834~1896)에게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전준호는 “윌리엄 모리스가 자신이 살던 시대에서 250년 뒤의 영국의 모습을 상상해 19세기 사회를 비판했듯이 우리도 지금 이 시대를 바라보기 위해 미래시점을 빌려와서 종말 이후에 인류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면 그때의 예술은 어떤 형태일까? 그 모습을 백지상태에서 적어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세계 종말을 눈앞에 둔 예술가의 마지막 작업과 종말 이후 새로 태어난 신인류의 미의식에 대한 자각 과정을 담은 영상 작업 〈세상의 저편(El Fin del Mundo)〉과 디자이너·엔지니어와 함께 종말 이후 의식주 관련 물건을 만들어 전시하는 작업,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인터뷰한 작업으로 구성됐다. 이 모든 과정을 정리한 책 ‘미지에서 온 소식’(워크룸프레스)도 최근 출간됐다.
 
시인 고은과 영화감독 이창동, 일본의 건축가 도요 이토 등 그들이 인터뷰한 사람들은 모두 세계적인 명사들이었다.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전준호는 “우리는 알려지지 않은 지역 예술가이고 그분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으신 분이니 ‘나의 이름을 이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을 만하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는 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명사들이 한번 자신들의 진정성을 안 이후에는 그 어떤 대가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두 작가는 이 프로젝트의 최대 수혜자는 자신들이라고 했다. 문경원은 “지난 2년간 타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예술이 쓸모가 있냐는 회의감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준호는 “도요 이토 선생은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 때 아무 보호장구 없이 피해지역에 가서 도시환경을 새로 계획하며 건축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줬다”면서 “그를 보며 때론 예술가들이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낭만적 과대망상주의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예술의 희망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공동작업을 진행할 생각이다. 몇 군데 비엔날레로부터 초청 의뢰를 받았다는 이들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아이디어는 폭풍같이 쌓였다”면서 “이들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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