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Noun to Verb》, 2024.10.26 - 2025.01.18, KCS 뿌리
2024.10.25
KCS 뿌리
김세은, 〈휴구멍〉, 2019, 캔버스에 수용성 유채, 200x200cm © KCS
금성출판사가
개관한 문화예술플랫폼 KCS(Kumsung Cultural Space)의 뿌리(ppuri)에서 김세은 작가 개인전 《Noun to Verb》가 2025년 1월 18일까지
열린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우주항해사 보우먼은 외계
생명체 모노리스와 접촉한 뒤, 광활한 우주 공간을 지나 끝없이 하얗게 빛나는 통로를 통과한다. 그는 차가운 금속과 빛으로 둘러싸인 복도를 지나며, 마치 알 수
없는 차원의 문턱을 넘는 듯한 감각에 휩싸인다. “스타 게이트” 라고
불리는 이 명장면은 10분 가량 지속되며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감독 스탠리 큐브릭은 이후 수많은 영화들의 레퍼런스가 되는 일점투시 기법을 통해 공간의 무한한 깊이와 고요한
긴장감을 조성하고, 관객을 심연의 통로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
구성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감각과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관객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초대한다.
분당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김세은은 도시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맥동을 포착하여, 그 속에 얽혀 있는 수많은
기억의 결을 새롭게 직조한다. 사물을 명사가 아닌 동사로 인식하는 그녀의 작품 속에서 도시의 공간은
고정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맥락 속에서
의미를 획득한다. 작가는 물리적 구조물로서의 도시에 얽힌 시간과 경험을 기록해 그것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준다. 아파트 단지 속 매일 걷는 같은 길을 300장이 훌쩍 넘는 드로잉으로 완성한 ‘Feet of Integrity’ 시리즈가
그러하다. 공간은 정적이지 않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유기적 장이 된다.
김세은의
도시적 풍경 속에서 우리는 건축물 이상의 무언가를 마주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활용된 공간은 마치
오래된 기억이 새로운 맥락에서 다시금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변모한다. 본인의 키를 훌쩍 넘는 그녀의 건축적
회화 작업들은 도시라는 거대한 텍스처를 섬세하게 분해하고, 그 조각들을 통해 새로운 시공간을 엮어낸다. 이곳에서 공간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인간의 감각과 경험, 그리고 사회적 맥락의 복합적 상징으로 작동하며, 작품 앞에 선 관객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관계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한다.
용산의
도시개발 예정 지역에서 선보이는 본 전시는 관객에게 도시와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의 변화하는 정체성을
지각하게끔 한다. 방치되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재가동하지만 그 너머에는 어느덧 공간의 또다른 탈바꿈이
예정되어있다. 김세은의 시각적 탐구를 통해 관객은 변화하는 도시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 속에서 자신과 공간의 관계를 재발견하게 된다. 지금, 당신은 어떤 공간의 일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