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Invisible Sensations》, 2022.05.13 – 2022.06.11, 칼 코스턀 (런던)
2022.05.11
칼 코스턀 (런던)
(왼쪽) 한선우, THE CRIMSON LETTER
(TRIPTYCH), 2022, 캔버스에 아크릴과 서지컬 스틸, 190h ×
380w cm
(오른쪽) 한선우, CIRCUIT
OF REQUIEM, 2022, 캔버스에 아크릴, 182h × 155w cm ©칼
코스턀
뤽
베송의 90년대 SF 컬트 영화 ‘제5원소’에서는 푸른 피부를
가진 외계인 오페라 가수 디바 플라발라구나(Diva Plavalaguna)가 에릭 세라(Eric Serra)가 작곡한 아리아를 부르며 놀라운 성역과 춤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세라는 이 미래형 오페라가 인간으로서는
소화할 수 없는 곡이 되도록 작곡했는데, 이는 몇 초 내에 고음을 연속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Diva Dance는 무대 뒤에서 가수 인바 물라 차코(Inva Mula-Tchako)가 각각의 음을 개별적으로 부른 후 컴퓨터상에서 재구성되었다. 이 상징적인 장면에서 디바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며 실현 불가능한 것을 이루는 존재로 나타난다.
오늘날
기술은 우리의 몸과 정신에 너무 깊이 융합되어 있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투명해졌다. 대부분의 관객은
디바의 공연에 기계적 요소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의식 뒤편에서
이러한 기술 장치는 단지 신체 기능을 보조하거나 향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의 제약에서 해방된 ‘확장된 자아’의 생생한 감각을 제공한다. 우리의 신체와 그것이 사회 안에서 맺는 현실 세계와의 상호작용은 지속적으로 데이터로 변환되고 있다. 사이버네틱 확장물이 이토록 투명해진 이 시기에는, 과연 어떤 결핍과
한계가 가려지고 있으며, 어떤 취약성이 하이브리드화된 자아의 표면 아래 은폐되어 있는지를 구분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Invisible Sensations》에서 한선우는 기술이라는 반사적 표면에 의해 흐려진 신체적, 사회적 자아의 보이지 않는 제약과 취약성에 주목한다. 작가는 과거와
최근의 의료적 조건들, 그리고 사회 안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한계들을 바탕으로 이 전시의 작업들을 구성한다. 이들은 분리되고 왜곡되거나 제한된 채 존재하는 신체 조각들로, 어떤
몸은 투명하게 희미해지고, 어떤 몸은 탈형체화되며, 또 다른
몸은 구속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형상들은 고통과 투쟁의 이력 혹은 해방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으며, 회화의 화면과 전시장의 구석구석을 채우며, 주변 세계와의 관계, 그리고 내면의 욕망에 응답한다.
작가는
자신의 뼈, 머리카락, 피부 등을 사진이나 스캔 장비를 통해
촬영한 뒤 이미지를 잘라내고, 온라인에서 수집한 이미지 및 3D 모델과
디지털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성한다. 이렇게 재조합된 신체들은 원래의 맥락에서 분리된
채 증강된 서사 안에서 다시 배열된다. 이 분절된 몸들은 자신이 지닌 연약함과 생존력을 바라보는 동시에, 기술과의 결합이 자신을 얼마나 보호하거나 해방시킬 수 있을지, 혹은
자신이 속한 환경과 감각적 분위기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