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우는 개인의 기억, 물리적 이미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타인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디지털과 유사한 수정과 편집
과정을 통해 캔버스 위에 중재된 인터페이스를 창조한다. 그의 미세한 디테일은 캔버스 회화의 '현실성'을 포토샵의 인공물처럼 흐리게 만들지만, 디지털 콜라주를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으로 변환하는 데 소요되는 오랜 물리적 노동은 현대 조건의 덧없음과 일시성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려는 갈망을 보여준다. 이러한 기법과 기술의 동시성은 내부적, 물리적 위치 상실에 대한 미묘한 성찰을 유도하는 경계 공간을 열어준다.
대형 회화 작품에서 한선우는 신체 요소를 해식동, 침엽수림과 같은 지질학적 형상
및 빈티지와 현대의 오브제와 결합하여 기존의 논리를 거스르는 매혹적인 시각적 역설을 만들어낸다. The
Chorus(2024)에서는 해식동에 잠긴 오케스트라 악기를 상세히 묘사하며, 문명과
자연, 내부와 외부, 익숙함과 낯섦 사이의 괴리감을 자아낸다. 이 오브제들은 인간적인 특징을 내포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그랜드
피아노에서 늘어진 머리카락, 플루트에서 내뿜는 연기, 호른에서
배출되는 물 등이다. 이러한 디테일은 관람자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와 연관 짓게 하지만, 전반적인 혼합성은 친밀함보다는 인간의 일시성과 관련된 불안, 무력감, 부패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그의 작품에는 신체에 대한 폭력의 기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효과는 Shivers(2024)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건초 더미의 틈은 여성의 신체 부위나 열린 상처를 연상시키며, 나뭇가지에 의해 잔인하게 관통되고, 로봇 제설기가 이 신체를 극도로
근접하여 냉각시킨다. 이러한 파국적 이미지는 다른 작품에서도 반복되며,
Rest(2024)에서는 바위의 거대한 무게가 트램펄린 침대의 땋은 끈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만들고, Mother and Child(2024)에서는 빈티지 저울이 어머니와 자식의
머리카락을 저울질한다. 이 모든 경우에서 한선우는 여성의 신체 요소를 압박하고 압도하여 기억, 역사, 정체성의 중재된 상태를 드러내며, 이러한 부조화를 통해 여성의 성정치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또한
그는 이러한 형상들을 알 수 없는 황야에 고립시켜, 자신이 유색인종 여성으로 성장했던 서구 교외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며, 이를 양육과 위협이 공존하는 장소로 묘사한다. 중력과
죽음의 암시와 함께, 이러한 중간 상태는 견고한 경계의 균열을 시사하며, 잠재적 파열의 순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