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Perrotin

페로탕 파리에서의 첫 개인전이자 프랑스에서의 첫 전시에서 박가희는 현실과 인간관계 속에 내재된 마법적 가능성을 탐구하며, 현대의 보수성과 사회적 불안을 전복한다. 1985년 한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보낸 박가희는 이후 미국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모국을 떠남으로써 그녀는 가족적, 종교적 억압과 침묵이 지닌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박가희의 회화는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애정이 넘친다. 욕망으로 가득한 그녀의 작품은 해방되고 자유롭다. 갈등과 조화를 넘나들며 제약 없는 회화의 즐거움을 보여준다. 친밀함과 어두운 유머 사이에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는 그녀의 작업은 종종 부조리와 환상으로 향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불안감을 자아내고, 유동적이며 유기적인 그녀의 회화는 드로잉만큼이나 강렬하다. 드로잉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반면, 그녀의 회화는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완성되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은 크고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몸짓을 지니며, 종종 햇빛 아래에서 쉬거나 잠들어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가득한 화면은 관객을 어딘가 익숙한 듯한 세계관으로 빠져들게 한다.

박가희는 일상적 상황 속에 숨겨진 친밀함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여성의 시선—곧 그녀 자신의 시선—을 통해 신체를 바라본다. 그것이 자신의 몸이든, 타인의 몸이든(여성이든, 남성이든, 친구이든, 연인이든), 그녀의 시선은 인간의 존재와 식물, 동물을 함께 엮어낸다. 서양과 동양,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오가며 정물과 일상의 장면 속에서 공존하는 연대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렇게 형성된 커뮤니티는 기쁨과 욕망, 그리고 소중한 자유를 담아낸다.

GaHee Park, Tipsy Lovers, 2021. Oil on canvas. 117 x 152.5 cm ©Perrotin

박가희의 작품에서는 매니큐어를 바른 손과 여러 개의 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그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모든 곳에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음식을 먹고, 맛보고, 술을 마신다. 식사 후의 여유로운 순간, 우리는 키스하고, 서로를 쓰다듬는다.

이 시각적·신체적 얽힘 속에서 관계는 사랑과 우정, 욕망과 위안 사이의 긴장 속에 놓인다. 마치 꿈속 장면 같기도 하고, 영화 속 한 장면을 재현한 것처럼, 박가희는 클로즈업을 하고, 연속적인 장면을 담아내며, 반사와 중첩, 그림자와 반복을 통해 시간을 확장한다. 그녀의 작품은 고전 회화의 알레고리적 표현뿐만 아니라 대중문화를 참조하며, 모든 요소가 서로 연결되고 변형된다. 성별이 모호한 인물들이 뒤섞이며 감정 또한 왜곡과 변화를 거듭한다.

대부분의 장면은 밤을 배경으로 한다. 유리잔과 거울에 반사된 빛들이 서로 교차하며 다양한 세계가 연결된다. 곳곳에는 꽃과 식물이 놓여 있으며, 이 중첩된 이야기와 얽힌 내러티브 속에는 불안과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박가희의 회화에서는 하나의 현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관객의 시선과 감정에 따라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다. 그녀는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일상의 흐름 속에서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박가희의 회화는 성적인 요소와 가정적 요소를 혼합하며, 신체나 누드, 성과 욕망을 둘러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 그녀의 작품은 기존의 미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과 불신이 지배하는 세계관을 초월한다. 그녀의 작업은 신뢰와 공생을 그려내며, 이는 마치 미국의 미생물학자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주장한 ‘협력의 생태학’ 개념과도 연결된다. 박가희의 작품 속에는 인간과 비인간, 물과 공기, 땅과 생명체가 뒤섞여 있다. 새우에서 물고기, 거미에서 토끼까지, 그녀의 회화 속 존재들은 계층 없는 관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박가희는 위계와 지배가 없는 새로운 생명체의 세계를 제시한다.

박가희의 스타일은 첫눈에 보면 순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심리적·사회적·정치적 층위가 더해지면서 더욱 깊어진다. 그녀는 감정과 정서를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탐구하며, 이를 통해 기존의 규범을 해체한다. 또한 예술사의 일부를 차용하면서 누드와 정물을 재구성하고,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배치하여 우리가 사랑을 자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는 정신적 족쇄를 해체한다. 인간의 경험은 이러한 정치적·사회적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박가희의 작품은 1930년대 미국 보헤미안 예술가이자, 신비롭고 몽환적인 회화로 알려진 거트루드 아버크롬비(Gertrude Abercrombie)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단순하지만 기묘한 것들을 그리는 데 집착했던 화가였다. 박가희의 감성적 풍경과 내면의 공간들 또한 궁극적으로는 ‘다른 방식의 존재’를 끊임없이 탐색하는 회화적 실천이다.

References